기후동행카드가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실물 카드를 구하지 못한 시민이 여전히 많다. 서울시가 물량을 더 풀었지만 중고 사이트에선 가격을 올린 카드를 파는 중이다.

“웃돈 주고 살까도 고민해봤어요.” 기후동행카드를 아직 구매하지 못한 취업준비생 박성영 씨(26)의 말이다.

그는 2월 27일 오후 2시경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고객안전실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사려고 했다. 하지만 안내문을 보니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9시경 지하철 7호선 공릉역에 있는 편의점에 갔지만 여기서도 못 구했다.

▲ 번개장터의 기후동행카드 거래
▲ 번개장터의 기후동행카드 거래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가 전국에서 처음 선보인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정기권이다. 시범사업을 1월 27일 시작했다. 이용 범위는 서울지하철, 시내 및 마을버스, 따릉이 등이다. 따릉이 이용 여부에 따라 6만 2000원과 6만 5000원 등 2종.

반응이 뜨거웠다. 서울시는 1월 27일부터 2월 25일까지 시민 10만 명 가량이 이용했다고 밝혔다.

기후동행카드 앱은 삼성전자 갤럭시 등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 사용자는 모바일 카드를 받지 못한다. 서울시가 물량을 늘렸지만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구하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

취업준비생 공주경 씨(29)도 카드를 구하지 못했다. 그는 구매 과정이 번거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내 친구는 선착순 판매 때문에 반차까지 내서 샀다. 나같이 젊은 사람도 사기 힘든데 어르신들은 어쩌나 싶었다.”

▲ 서울지하철 1호선 쌍문역 고객안전실 안내문(홍지훈 씨 제공)
▲ 서울지하철 1호선 쌍문역 고객안전실 안내문(홍지훈 씨 제공)

중고 사이트에서는 가격을 올려서 파는 중이다. 가격은 5000~7000원. ‘중고나라’를 보니까 가격을 올린 카드가 여럿 보였다. 여러 장을 사면 할인한다는 게시글도 있었다.

‘당근마켓’은 어떨까. 기자가 서울 구로구 개봉 제2동 지역에 기후동행카드를 쳤다. 가격을 올린 판매 글이 많았다. 5000원짜리는 인기가 많아 대부분 ‘거래 완료’였다. 6000원짜리 카드에는 ‘예약 중’이라고 나왔다.

회사원 정서영 씨(26)는 중고 사이트까지 카드를 찾으러 다녔다. 회사와 가까운 청담역 근처에서는 매일 품절이었다. 그는 “당근마켓에도 알아봤지만 플미(프리미엄)가 많이 올라왔다”며 “그래도 근근이 원가 양도나 판매 정보를 알려주는 글이 있었다”고 말했다.

▲ 서울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고객안전실
▲ 서울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고객안전실

기후동행카드에는 2월 26일부터 청년할인을 적용했다. 19~34세(1989~2005년 출생)는 월 5만 원대로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따릉이를 이용하지 않으면 5만 5000원, 따릉이를 이용하면 5만 8000원이다. 기본 가격대보다 약 12% 싸다.

공 씨는 “청년할인에 대해 알지 못했다. 사러 갈 때마다 품절인데, 할인해도 어떻게 사냐”고 말했다. 박 씨는 “청년이 아이폰을 많이 사용한다는 통계가 있을 텐데 카드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을까. 서울시 교통정책과의 김도엽 주무관은 “모바일 카드의 경우 수량 제한 없이 구매하여 이용할 수 있지만, 실물 카드는 예측보다 수요가 많아 카드를 추가로 제작하고 배포했다”며 “불법 판매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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