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나이스!” 3월 16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농심 이스포츠 아카데미. 학생 3명이 리그오브레전드(LoL·롤)에 열중하고 있었다.

게임용 컴퓨터를 갖춘 PC방 같아 보이지만, 이곳은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인가를 받은 학원이다. 학생들은 프로게이머 출신 사석찬 코치가 하는 ‘피드백 수업’을 수강 중이었다.

농심 이스포츠 아카데미는 프로게임단 ‘농심 레드포스’ 산하의 교육 기관이다. 프로게이머 육성이 목적이다. 5단계 육성 시스템으로, 연습생인 5군에서 프로게이머인 1군까지 승격하는 체제다. 농심 레드포스 소속 프로게이머 ‘DnDn’ 박근우가 이 아카데미 출신이다.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김광호 군(19)은 아카데미를 다닌 지 1년이 넘었다. 김 씨는 “페이커 선수를 보고 시작했기 때문에, 페이커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코치님들이) 게임 중 실수하는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을 잡아준다”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22년 기준 1514억 4000만 원이다. 콘진원은 산업규모 성장의 이유로 코로나 19 종식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을 꼽았다.

아카데미의 김민용 원장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e스포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학생이 늘어났다”라며 금메달이 e스포츠 인기 견인에 큰 몫을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스타크래프트’ 세대인 점도 수업 등록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자녀의 꿈을 위해 프로게이머반의 수업료(50만 원)을 선뜻 낸다.

김 원장은 “학부모님들이 e스포츠가 큰 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한 어머니가 스타크래프트 프로 선수의 팬이어서 우리 아이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며 학원에 등록하기도 했다”라고 말전했다.

▲ 농심 이스포츠 아카데미 수업
▲ 농심 이스포츠 아카데미 수업

유현 군(17)은 김광호 군과 마찬가지로 ‘페이커’ 이상혁 같은 프로게이머가 되려고 한다. 유 군은 집이 있는 충남 보령에서 토요일마다 아카데미까지 와서 수업을 듣는다. 왕복 6시간 거리를 혼자 시외버스로 오간다.

유 군은 “하고 싶은 일이라 (서울까지 오는 게)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며 “학원에 다니는 건 재밌기도 하고, 이 일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프로게이머 지망생이 전부 꿈을 이루지는 못한다. 김 원장에 따르면 실제로 프로게이머가 되는 학생은 100명 중 1.5명 정도다.

이에 따라 아카데미는 국내 대학의 e스포츠 관련 학과 진학을 준비하는 대학진학반을 운영한다. 김 원장은 도전에 실패하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표현했다.

대학진학반을 담당하는 김현규 부원장은 한국 최초의 e스포츠 관련 학과인 전남과학대 e스포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내가 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e스포츠학과의 교육이 체계적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e스포츠가 점점 커지면서 교육이 복잡해졌다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공교육 현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카데미는 돌봄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김 원장은 “어린 자녀가 혼자 게임하며 온라인 세계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날까 걱정하는 맞벌이 부모가 자녀를 맡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원에서는 너무 늦게까지 게임하지 말고, 밤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는 잠을 자고, 게임하면서 욕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게임학부)는 “교육산업 측면에서 e스포츠의 성장 가능성은 긍정적이긴 하나,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라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쇠퇴했득이,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얘기.

김 교수는 e스포츠 교육산업에 대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하며, 여기에는 제대로 된 e스포츠 교육 철학과 지속 가능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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