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여성 노동자들이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조직위)는 3월 8일 낮 12시 20분경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 파업 대회를 열었다.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이라는 구호 아래 주최 측 추산 700여 명이 모였다.

대부분 건설, 교육, 반도체, 돌봄 분야 등 종사자. 이 중에서 금속노조 KEC 지회와 국민건강보험(건보) 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은 평일인 이날 ‘하루 파업’을 선언했다. 건보 고객센터와 두어 차례 연결을 시도했더니 ‘오늘은 고객센터 노동조합 파업으로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는 멘트가 나오고 2분 후에 전화가 자동으로 끊어졌다.

여성 파업은 1975년 10월 아이슬란드에서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외치며 여성 노동자가 파업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아이슬란드 여성 파업 때는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까지 참여했다.

조직위는 5개 사항을 요구했다. 내용은 △ 성별 임금 격차 해소 △ 돌봄 공공성 강화 △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고용 안정과 비정규직 철폐 △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 최저임금 인상이다.

▲ 여성 파업 대회
▲ 여성 파업 대회

성별 임금 차별과 진급 차별에 대해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의 김진아 수석부지회장은 “같은 날 입사하더라도 남성은 여성보다 높은 직급으로 시작한다”고 말했다. 제조기업 KEC는 남성 신규채용자에게 여성 신규채용자(J1)보다 높은 등급(J2)을 부여하고, 여성 노동자를 일정 등급(S) 승격에서 배제해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 시정을 권고받았다.

건보 고객센터 김금영 상담사는 “센터에 16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20년을 다녀도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며 “경력인정도 가정의 안정도 그 어느 것도 바랄 수 없는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이다”라고 호소했다. 현장에서 만난 송윤이 씨(50)는 “손해보험업계 내 유리천장 문제가 심각하다. 업무에 대한 평가절하나 학력 차별이 존재한다”라고 했다.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가사노동을 한 어머니가 이력서에 무엇을 이력으로 쓸지 고민하는 모습을 봤다”며 “한국 사회는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사회의 필수 노동을 하는 무급 여성 노동자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여성단체 회원들의 거리 행진
▲ 여성단체 회원들의 거리 행진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2%다. 남성이 200만 원을 월급으로 받으면 여성은 137만 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임금뿐 아니라 노동 형태도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남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0.6%지만,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46%다. 여성 노동자의 절반 정도가 비정규직인 셈이다.

참가자 발언을 지켜보던 김용균재단의 김미숙 대표(56)는 “오늘 아침에 뉴스를 봤는데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유리천장 지수)가 12년 동안 세계에서 꼴찌라고 얘기를 들었다”며 “이거 엄청 심각한 거구나. 우리 여자들이 나서야지 이 권리를 쟁취하는데, 우리가 너무 안 하고 있구나하는 심각성을 느꼈다”고 했다.

현장에는 연대 의사를 비치며 참여한 단체도 있었다. 집회가 끝난 후 지하철 4호선 혜화역으로 향하는 행렬에서 만난 이은정 전국건설노조 총무국장(60)은 “건설업은 조합원 내 여성의 비율이 2% 정도”라며 “건설 현장 안에 여성 노동자가 이만큼 많이 일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건설업 내 여성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그는 “타워크레인, 형틀 목수 등 여러 직종에 여성이 분포돼 있다”며 “현장 안에 여성 조합원이 많이 없다 보니 현장 화장실 개수가 물리적으로 적고 상시로 성희롱, 성폭행에 노출되어 있다”고 답했다.

공공운수노조의 김호세아 조직쟁의부장(34)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조례 폐지 반대 투쟁’ 팸플릿을 나눠줬다. 그는 “중장년층, 이주여성의 돌봄 노동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가 나이 들면 자연스레 겪을 문제인데 사회적 논의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종로3가 사거리 앞에서 만난 이석원 씨(44)는 “(산업은행 본점) 시설관리팀 내에 건물·설비·기계는 100%가 남성이고 미화는 주로 60대 여성이 맡는다”라며 “하청 노동 중심에서 자회사로 고용이 전환된 다음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라며 말했다.

▲ 한국여성대회
▲ 한국여성대회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주관으로 ‘제39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오후 3시 30분 시작된 기념식에서는 올해의 여성운동상 시상, 참가자 연대 발언, ‘3·8 권리선언’ 등이 이어졌다.

최수영 서울여성노동자회 상담실장은 2017년부터 여성노동자회가 펼친 ‘3시STOP’ 공동행동에 대해 “남성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여성 임금이 64%다. 하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한다면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한다는 셈”이라고 ‘3시’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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