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던 3월 3일 오후 2시 경기도 의정부시 튼튼어린이병원. 점심시간이 막 끝난 후라 병원은 붐볐다. 어린 환자와 보호자 등 40여 명이 진료를 기다렸다. 어린이 환자는 대기실에서 게임을 하거나, 책을 펴고 공부했다. 일부는 수액을 맞으며 입원을 기다렸다.

보통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주말에 문을 닫지만 튼튼어린이병원은 열려 있다.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도 경증 소아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기 때문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사업이다. 병의원이 시군구에 참여를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시도가 지정하고, 복지부가 최종 선정한다.

소아 환자 진료역량, 운영 시간, 야간·휴일 진료를 위한 의료진 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복지부는 달빛어린이병원에 운영비와 야간진료관리료를 지원한다.

▲ 경기도 의정부시 튼튼어린이병원
▲ 경기도 의정부시 튼튼어린이병원

달빛어린이병원은 대학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는 일을 막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 응급실에 비해 진료비가 적고,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가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제도 시행 후 10년. 이용자는 만족할까.

남매의 아빠 김승헌 씨(31)는 주말에 여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있어서 한결 편하다. 집 근처 소아과는 공휴일이나 평일 늦게까지 열지 않는다. 그는 “개인 사업을 해도, 시간 여유가 없는 건 회사원과 마찬가지”라며 “평일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정미 씨(45)는 딸의 예방 접종 때문에 병원에 왔다. 그는 “맞벌이 부부에게 달빛어린이병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네 소아과가 최근에 없어져서, 평일에 병원 가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는 의정부시 호원동에 산다.

딸의 부비동염으로 병원을 찾은 봉성민 씨(49). 경기 양주시 백석읍에서부터 운전해서 왔다. 직장인이라 평일 저녁에 달빛어린이병원을 주로 방문한다. 그는 “밤에 여는 내과가 동네에 있지만, 소아과 의사는 없어서 아이를 맡기기에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달빛어린이병원은 2024년 3월을 기준으로 76곳이다. 지난해 초까지는 35곳이었는데, 1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다. 정부는 2023년 2월 소아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2027년까지 달빛어린이병원을 전국 100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운영비 부담으로 휴일 진료를 중단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달빛어린이병원은 2022년 2곳에서 1곳으로 줄었다.

4살 딸의 엄마 김서윤 씨(35)는 남양주시 오남읍에 산다. 응급실까지 가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어서 달빛어린이병원을 자주 방문했다. 그런데 집 근처 달빛어린이병원이 2년 전에 없어졌다. 이제 멀리까지 병원에 다녀야 해서 불편하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전염병에 자주 옮는다. 감기만 걸려도, 목이 붓거나 열이 나서 불안할 때가 많다. 그는 “아이들은 어른이랑 다르게 증상이 있으면 바로 검사를 해야 한다”며 “달빛어린이병원이 다시 생겼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지역 편차도 문제. 달빛어린이병원 중 약 47.3%가 수도권에 있다. 서울특별시에 10곳, 경기도에 22곳, 인천광역시에 4곳. 강원도와 경상북도에는 한 곳도 없다.

의료계는 달빛어린이병원을 확충하기 위해서 진료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튼튼어린이병원장)은 “성인과 달리 한 명의 어린이를 진료하기 위해서 2~3명의 인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부족해 3차 병원으로 가기 전의 준중증 환자까지 1·2차 병원에서 진료한다며, 소아 의료전달체계에서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 지원을 강화해 달빛어린이병원을 늘릴 계획이다. 2023년 2월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고, 같은 해 9월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6세 미만 병·의원급 진찰료에 대한 보상을 2배 올렸다.

복지부의 ‘2024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개요’에 따르면 운영비 지원 예산은 47억 원이다. 한 곳당 평균 2억 원을 지원한다. 수가는 주당 운영 시간에 따라 차등 보상한다. 야간 진료 관리료 수가와 비교하면 1.2~2배로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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