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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앞 독립·예술 영화관, ‘우리마을 소극장’

기사승인 2016.10.16  01: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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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우리마을 소극장의 10월 상영 홍보 포스터. 서대문의 경우 격주 월요일은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을 상영하는 ‘서대문 가족 시네마’, 격주 목요일에는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서대문 아트시네마’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서대문 우리마을 소극장 페이스북)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서대문 문화회관. 일주일에 한 번 이 곳은 독립·예술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지난 9월 8일, 서대문 우리마을 소극장에서 열린 한스 카노사 감독의 <낯선 여인과의 하루> 상영회에 관객 20여명이 찾았다. 관객들의 대부분은 20대 청년들이었지만,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지역 주민들도 영화를 보기 위해 참석했다. “원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집이 가까워서 자주 찾고 있어요. 쉽게 보기 힘든 특별한 작품들을 무료로 상영해줘서 좋아요.” 얼마 전 서대문 문화회관 근처로 이사한 홍정아(42)씨의 말이다.

상영 후에는 영화 해설을 위해 초청된 손아람 작가와 관객이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다. 이 날 상영된 영화 <낯선 여인과의 하루>는 손 작가가 직접 선정했다. 그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놀랐다. 한정된 공간에서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대사들이 매력적이다”며 시민들과 좋은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싶어 추천했다고 밝혔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두 명의 사회자는 영화를 좋아하는 시민으로 구성된 ‘소극장 가이드’ 다. 이들은 미리 영화를 보고 준비한 질문을 손 작가에게 하면서 해설이 진행되도록 도왔다. 소극장 가이드들이 준비해온 질문이 끝나자, 관객들도 영화를 보며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질문하면서 해설은 1시간 가까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특히 이 날, 손 작가가 던진 ‘이 작품의 감독이 여자일까, 남자일까’ 라는 화제는 많은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보이며 열 띈 토론으로 이어졌다.

‘우리마을 소극장’, 무슨 프로그램일까

‘우리마을 소극장’은 지난해 6월부터 서울특별시의 주관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문화회관이나 청소년회관, 도서관 등의 공공시설 내 유휴공간을 영화관으로 활용해, 도시 생활에 지친 시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우리마을 소극장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우수 작품이나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상영 후에는 소극장 가이드와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준비돼있다. 보통은 소극장 가이드가 준비해 온 해설이 진행되지만, 초청된 영화계 인사가 직접 해설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씨, 영화감독 변영주씨, 배우 권해효씨 등 다양한 영화계 인사들이 우리마을 소극장을 찾아 시민들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눴다.

지난 해 서울시는 이 사업에 2억 5천만 원을 배정해 이 중 2억 1천 8백만 원을 6개 자치구 상영관에 운영비로 지원했다. 2015년 6월 2일, 관악청소년회관에서의 첫 상영을 시작으로 6개소에서 운영되던 우리마을 소극장은 올 해 12개 구에서 *15개소로 확대되어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측은 2018년까지 25개소까지 확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동구 구립도서관, 도봉구 구민회관, 은평구 증산정보도서관/ 구산동 도서관마을, 서대문구 문화회관, 관악구 청소년회관, 광진구 광진 정보도서관/ 나루아트센터, 마포구 청소년 문화의 집, 강서구 강서구민회관, 금천구 금천 청소년 수련관, 동작구 사당 문화회관, 서초구 구립반포도서관/ 내곡동 주민센터, 중구 손기정 기념관)

시민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서울특별시에서 제공한 2015년 우리마을 소극장 자체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에서 총 188회의 상영회 및 프로그램이 이뤄졌고, 6,483명이 참여했다. 한 번 상영할 때, 약 34명이 참여한 셈이다. 특히 관악구의 경우, 지난해 24회 상영에 총 1,242명이 참여해, 한 회 상영 당 약 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 기업과 협업해 다양성 영화의 저변 넓혀

서울시 내 우리마을 소극장 중 5곳은 좋은 상영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 협동조합’(이하 모극장)과 협업하고 있다. 모극장은 우리마을 소극장 사업과 같은 비극장상영이나 공동체 상영을 통해 대안 배급망을 구축하고, 공정영화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모극장에서는 5개 지역(서대문구, 중구, 서초구, 광진구, 은평 구)의 우리마을 소극장 운영의 자문을 맡아 영화 수급 및 프로그램 기획, 소극장 가이드 교육, 게스트 섭외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모극장은 독립영화가 시민들에게 활발히 공급되는 것을 목표로 이 사업에 참여 했다. 우리마을 소극장에서 여타 상업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작품들이 상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다양한 영화의 상영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 다양성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창작자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한 사업 목적이라고 밝혔다.

관악구, 도봉구, 동작구, 성동구, 은평구는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와 협업하고 있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영화위원회는 전문 영화인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으로, 배리어프리 영화의 제작, 상영, 배급 등을 통해 시청각장애인, 노인, 다문화가정의 영화 문화 향유의 질적 발전을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직접 영화를 해설하는 시민 ‘소극장 가이드’ 참여도 활발

우리마을 소극장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순히 지역 주민에게 영화 상영을 통해 문화체험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상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영화를 해설할 시민 ‘소극장 가이드’를 양성한다는 점이다. 모극장과 함께 사업을 하는 다섯 곳의 경우, ‘씨네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소극장 가이드를 모집해 강연과 워크숍, 해설 시연, 상영회 분석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있다.

소극장 가이드로 활동하는 이들은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서대문 우리마을 소극장의 경우, 서대문구 소재 대학의 미디어 동아리를 소극장 가이드로 선정하기도 했다. 모극장은 “시민 소극장 가이드가 상영회를 진행하는 것은 여타 관객과의 대화와는 차별화 된 프로그램”이라며 소극장 가이드와 관객들은 영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나누고, 영화에 대해 분석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대문구 소극장 가이드로 활동 중인 이승민(20)씨는 이화여대 영화 감상 동아리의 일원으로서 우리마을 소극장에 참여했다. 이씨는 영화 해설을 제공하기 위해 관객들의 관심사를 고려하다 보니 혼자 영화를 볼 때보다 심도 깊게 영화를 감상하게 됐다고 말한다. “영화의 복합적인 주제 중 관객들과 이야기해 볼만한 것을 고르고, 토론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면서 제 말을 뒷받침할 장면들을 기록해요. 그러다보니 영화의 큰 주제는 물론 작은 디테일도 챙길 수 있어 영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관객들 또한 이씨가 진행하는 해설 시간에 활발하게 참여한다. “관객 분들이 처음에는 부끄러워하시다가 관심 있는 주제가 나오면 의견도 말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이씨는 관객 참여가 활발할수록 그녀도 얻어가는 것이 많고 재미있다고 답했다.
 

▲지난 9월 22일 서대문 문화회관에서 열린 독립영화 <우리들>의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 이 날 17명의 관객이 참여했고, 특히 어린이 관객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영화를 즐기고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우리마을 소극장 사업이 시행된 지 2년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해 소극장에서 열리는 상영회나 기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인원이 적은 수는 아니였지만, 각 지역구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만큼의 입지를 갖고 있다고 보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모극장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해 관객 수가 많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상영 작품의 특수성, 장소의 접근성, 상영 일자의 문제 등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기에 관객 수의 변화에 대한 이유를 꼽기는 어려워요.”

서울특별시는 BI (Brand Identity) 제작을 통해 우리마을 소극장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페이스북이나 서울시 내 문화행사를 안내하는 사이트인 '서울문화포털'을 이용해 지속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또한 영화에 전문성을 갖춘 사회적 기업과 협업해 지원체계를 갖춰 나가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마을 소극장 BI (사진=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제공)

다양하고 좋은 영화를 무료로 즐길 수 있고, 관객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영화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우리마을 소극장. 특별한 영화를 보고 싶거나, 영화에 대해 토론해보는 기회를 갖고 싶다면, 문을 열고 나와 집 근처 소극장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유소린 기자 o_o1402@naver.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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