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9일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18세 비무장 소년이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경찰의 총격이었다. 그는 마이클 브라운으로 토요일 정오, 대학교를 가던 중 총알을 맞았다. 브라운은 과거 범죄경력도 없었고 목격자들은 그가 경찰의 명령에 따랐다고 진술했다.

2015년 1월 히스패닉 제시 하난데(Jesse Hernandez,17), 2월 백인 남성 데븐 길포드(Deven Guilford,17) 등 비무장 시민 114명이 같은 해 경찰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사망사건이 연이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신뢰할 만한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 당국은 경찰의 살인이 인종 차별에서 비롯된 것인지, 경찰 내 만연한 폭력성에서 근원한 것인지 정확한 통계를 내놓지 않았다.

통계의 부재는 1930년대 이후 FBI(미 연방수사국)가 경찰관이 연루된 총기사건은 범죄신고 양식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FBI는 정당한 살인(justifiable homicides)의 경우 집행기관 재량에 따라 보고하도록 했다. 2005년에서 2012년 사이 대략 18,000개 중 1,100개의 경찰서가 FBI에 ‘정당한 살인’을 보고했다. 이 보고에 따라 FBI는 2013년 공권력에 의한 살인을 461건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공식통계 외 300명의 추가 사망자가 발견됐다.

미 정부는 피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 결국 제2의 마이클 브라운은 계속해서 나왔다. 이를 취재하던 가디언(the guardian)의 기자들은 공권력 과잉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사망자를 찾아 나섰다. 존 스웨인(Jon Swaine), 올리버 로랜드(Oliver Laughland), 자밀레 럴티(Jamiles Lartey)는 2015년 6월 1일 기사를 통해 그해 102명의 비무장 시민들이 경찰에 의해 죽었으며 미 당국이 발표한 것의 2배임을 밝혔다.

크라우드 소싱의 활용

당국의 통계가 불명확했기에 가디언은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제품 생산과정에 대중을 참여시키고 수익을 참여자와 나누는 기법)을 활용했다. 지역 보도, 민간통계와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통해 대중들이 보내준 증언과 목격담을 모았다. 이러한 잡종 수집(hybrid approach)을 통해 더 카운티드(The Counted)가 탄생했다. 그들은 사망자를 거주지, 나이와 성별, 인종, 무장여부, 사망원인에 따라 분류했다. 그리고 유가족과 주변인들의 진술을 통해 살해당한 그 날의 상황을 기사로 재현했다. 잊힌 그들을 세상에 알렸다.

▲더 카운티드에 등록된 경찰 총격 피해자들 (사진=가디언 홈페이지)

아웃라이어에게 경각심을

자밀레 럴티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활용했다. 그는 공권력 사용 현장을 수치화한 통계를 사용해 영국, 핀란드, 독일, 캐나다 등 6개국과 비교했다. 이는 미 경찰의 총기사용 빈도가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24년간 55번의 총격이 발생한 반면, 미국에선 2015년 ‘24일간’ 59번의 총격이 있었다. 핀란드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경찰이 6발의 총알을 발사했지만, 미국 워싱턴 주의 경찰은 안토니오 잠브라노 몬테(35,과수업)에게 17발을 난사했다. 그는 케네위크 부근 파스코 교차로에서 경찰차에 돌을 던지고 달아나던 중이었다.

▲미국 경찰의 총기사용 빈도와 해외 경찰의 총기사용 빈도 비교 (사진=가디언 홈페이지)

비교 대상국 모두 미국처럼 민간의 총기소유가 가능한 국가이다. 이는 비교국의 경찰 역시 무장한 범죄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비교국과 미국 통계 간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총기소유 허용 자체가 공권력 남용의 원인이나 정당화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

데이터는 미 공권력이 비정상임을 암시한다. 기사를 쓴 럴티는 미국을 아웃라이어(outlier, 통계치를 벗어난 비정상적 상태)라 평가했다. 또한 미 당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변화의 시작과 다짐

더 카운티드는 현재진행형이다. 사망자 제보를 받는 페이스북을 운영 중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엔 사망자 수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2016년 1월 1일부터 11월 6일까지 89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내에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5년 6월 상원의원 코리 부커(Cory Booker)와 바바라 복서(Barbara Boxer)는 모든 경찰기관이 업무 중 시민을 살해한 경우 보고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제안했다. 복서는 더 카운티드 프로젝트를 든든한 조력자라 밝혔다. 과거에는 경찰의 살인이 공론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커와 복서의 입법은 좌절되었다. 공화당원들이 반(反) 경찰 시위로 더 많은 범죄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일로 더 카운티드 편집진은 2016년에도 사망자 카운팅(counting)과 보도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6년 미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은 콜롬비아에서 경찰 총격사건 피해자의 어머니와 만남을 가졌다. 민주당 소속 버니 샌더스는 2015년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월터 스콧측 변호사 밤베르크(Bamberg)와 교류했다. 두 사람 모두 연방정부서 공권력의 남용을 막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샌더스는 경찰이 살인을 저질렀을 때 연방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입법을 강력히 주장했다. 미국 사회에 공권력 견제를 논하는 창이 열렸음을 시사한다.

더 카운티드는 감시받지 않는 공권력의 참상을 알렸다. 그리고 대서양 건너 미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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