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서 서울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박선희 씨(21). 부담스러운 교통비 때문에 매달 고민이다. 용돈으로 받는 한달 생활비는 35만원 정도. 그 중 10만원이 넘는 금액을 교통비로 쓰고 있다. 월말이 되면 통장 잔액이 부족해 먹고 싶은 음식도 쉽게 사먹지 못한다. 지난 달에는 찜닭을 먹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 탓에 2천원짜리 주먹밥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교통카드를 충전할 돈이 모자라 부모님께 손을 벌린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일산서구 주엽동에서 성신여대를 오가려면 어쩔 수 없다.
 


2016년 현재 전국에 있는 4년제 대학은 189개. 그 중 주요 대학은 서울에 집중돼 있다.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지역에서 서울로 진학한다. 그 중 특히 경기, 인천 지역(수도권)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어쩔 수 없이 통학을 선택한다. 일단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대학에서는 경상도, 전라도 등 서울에서 먼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에게 입사 우선순위를 부여한다. 한정된 기숙사 수용 인원 때문이다.
 

▲거주지에 따른 입사 우선 순위가 있다. (출처: 한양대학교 홈페이지)


수도권에 사는 학생들은 그렇다고 해서 서울 시내에 새로 자취집을 구할 수도 없다.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 특히 대학 주변 집값은, 보증금과 월세를 합하면, 다른 지역의 두세 배에 이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http://rt.molit.go.kr)이 제공하는 2016년 4분기 지역별 연립⋅다세대 전월세 금액 정보에 따르면 거의 같은 조건의 주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고려대, 경희대, 외대와 가까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한 건물 월세는 50만원, 부산대 부근인 금정구 장전동의 다른 건물 월세는 37만원이었다. 보증금은 각각 천만원, 오백만 원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학생 대부분은 비싼 서울 집값이 부담스러워 자취 대신 통학을 한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4년 동안이다. 시∙도청간 거리 기준으로 인천에서 서울은 약 36km, 경기도에서 서울은 약 70km다. 서울과 가까운 편인 경기도 일산에서조차 약 30km를 이동해야 한다. 거리비례 운임제도에 따른 추가요금이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거리다. 기본요금이 비싼 좌석버스나 M 버스 등을 이용하면 교통비는 더 늘어난다.

서혜린 씨(23)는 수원시 파장동에서 이화여대로 통학한다. 집 앞에서 광역버스 7770번을 타고 사당역까지 가는 데 2,400원. 지하철로 환승해 이대역까지 가면 거리비례에 따른 추가요금 100원이 붙는다. 등하교에만 2,500원. 하루에 왕복 5천원이다. 서 씨의 교통비는 일주일에 2만 5천원, 한 달에 10만원이 넘는다. 이마저도 학교와 집을 오가기만 했을 때 나오는 금액이다.
 


대학생들은 등하교 외에도 친구와의 약속, 아르바이트, 데이트 등 다양한 목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차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한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 전국에서 연령별로는 20대, 직업별로는 직장인 다음으로 학생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가장 높다. 교통안전공단이 제공하는 2015 대중교통 현황조사 결과다.
 


가상의 대학생 A씨가 보낸 하루 일과다. 등교해 수업을 듣고,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친구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평범한 일상이다. 분당에 사는 A씨가 지출한 교통비는 7,350원. 대학교 학생식당의 밥값이 보통 3천원에서 4천원대인데 비하면 하루 교통비가 두 끼 식비와 맞먹는 셈이다.

20대 대학생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졸업 후 취직을 하기 전까지 고정된 소득이 없다. 돈을 번다 해도 최저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나 단기 계약직 등이 전부다. 그래서 교통비가 더 부담이다. 2015 대중교통 현황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이용 요금 만족도는 20대가 7점 만점에 3.98 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도권과 서울을 왕복해야 하는 통학생들의 교통비 부담은 특히 더 무겁다. 수도권 학생들의 한 달 교통비가 평균적으로 얼마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가상의 경로를 설정해 봤다. 동서남북에서 서울 도심으로 접근하는 4가지 경우다. 최단시간 기준으로 부과되는 편도 요금은 아래 그림과 같았다.
 


평일 5일, 4주 동안 학교를 왕복하기만 했을 때 드는 교통비는 순서대로 5만 4천원, 10만 6천원, 8만 2천원, 7만원이다. 한 달은 실제로 4주보다 며칠 더 많다.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가거나 저녁에 약속이 있기라도 하면 교통비는 금세 10만원을 넘어선다. 경로 A처럼 학교와 집이 10여 km 정도로 가까운 편이거나 경기도 일산처럼 서울 근교에 사는 학생들도 있다.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심하면 평택, 오산 등지에서 서울로 학교를 다녀야 한다. 60~80km 정도 거리다. 왕복에는 4시간이 걸린다. 시청 기준으로 평택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 드는 교통비는 2,750원. 하루에 무려 5,500원이다.

그렇다면 서울에 사는 학생들의 교통비는 얼마 정도일까. 국민대에 재학 중인 장효원 씨(26).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153이나 110A번 버스를 타면 바로 학교 앞에 내린다. 기본요금인 1,200원이 든다. 은평구 증산동에서 이화여대로 등교하는 이은혜 씨(26)도 비슷하다. 7021번 버스를 타고 DMC역에서 내린 뒤 707, 700번 버스 등을 타고 이대 후문까지 온다. 환승 할인을 받아 1,200원이면 된다.

지난 2015년 6월 27일 이후 수도권 대중교통 요금이 일제히 오르면서 통학생들의 교통비 부담은 더 무거워졌다. 일반 기본요금을 기준으로 지하철은 200원, 버스는 종류에 따라 100원에서 많게는 450원까지 올랐다.
 


통학생들은 늘어만 가는 교통비에 조금이라도 금액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용하는 체크카드의 교통비 할인 혜택. 체크카드에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등록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월 청구금액에서 일정 정도를 할인해 준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에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할인 금액이 보통 5천원을 넘지 않고 해당 카드의 전월 사용 실적이 일정 이상 돼야 적용된다.

변예슬 씨(23)는 의왕시 내손동에서 성균관대로 학교를 다닌다. 한 달 교통비로 11만원 정도가 나온다. 일부러 체크카드를 만들 때 교통비 할인 서비스가 포함된 카드를 골랐다. 하지만 그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할인되는 금액이 총 교통비에 비해 너무 적어서다.
 


교통비를 줄일 다른 방법은 없을까. 수도권 대중교통 운임체제가 제공하는 서비스로는 조조할인 제도와 지하철 정기권이 있다. 작년 6월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면서 첫차부터 새벽 6 시 30분 이전 시간대에 적용되는 ‘조조할인’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의 한 시내버스에 붙어있는 요금표


교통카드를 태그하면 처음 승차한 교통수단의 기본요금에 한해 20% 할인된 금액이 부과된다. 일반 요금 기준으로 지하철은 1,000원(1,250 원에서 할인), 버스는 960원(1,200 원에서 할인)이 된다. 요금 인상으로 인한 시민 부담을 낮추고 오전 7시와 9시 사이에 집중되는 출근 인구를 분산시켜 버스와 지하철 혼잡도를 낮추려는 의도다. 조조할인 제도는 수도권 지하철과 서울시 소관 모든 버스(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소속)를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경기도-서울을 오가는 직행좌석버스, 인천-서울을 오가는 M 버스도 포함된다. 지자체별로 민간 회사가 운영하는 경기도와 인천 지역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수도권에서 서울로 등교하는 학생은 무조건 직행좌석버스나 M 버스 또는 지하철을 첫 번째 교통수단으로 이용해야 조조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 마을버스를 첫 번째 교통수단으로 이용했다면, 새벽 6시 반 전에 지하철로 환승하더라도 정상 요금이 부과될 수밖에 없다.

또 대학생들의 등교시간은 시간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제각각이다. 장거리 통학생들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서야 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보통 8~9 시에 시작하는 1, 2교시 수업은 듣지 않는다. 실제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통학생이 새벽 6시 반 이전에 지하철이나 버스에 탑승할 일은 드물다.
 

▲지하철 정기 승차권


다음으로는 지하철 정기 승차권(이하 정기권)이 있다. 정기권 카드를 2,500원에 구입한다. 거기에 종류에 따른 요금을 충전하면 된다. 사용 기간은 충전일로부터 30일 이내. 최대 60회까지 쓸 수 있다. 횟수가 남아 있더라도 30일이 지나면 쓸 수 없다.

정기권은 서울전용과 거리비례용 두 가지다. 서울전용 정기권은 기본요금인 1,250원을 44회 이용한 금액인 55,000원이다. 거리비례용 정기권은 이용 거리에 따라 14단계로 나뉜다. 해당 거리를 이동했을 때 부과되는 기본요금 (1,250원~2,750원)을 44회 이용한 가격에 15% 할인(55,000~102,900원)된 금액이다.
 


수도권에서 서울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구간은 거리비례용 정기권에 해당된다. 44회만큼의 요금으로 60회를 이용할 수 있고 15% 할인이 추가돼 겉으로는 저렴해 보인다. 하지만 막상 지하철 정기권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우선 서울전용과 거리비례 7단계 이하 정기권으로는 신분당선 승차가 불가능하다. 하차 또는 환승만 가능하고 이용 횟수 1회가 차감된다. 게다가 지하철 정기권은 버스와는 환승이 불가능하다. 버스와 지하철을 둘 다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지하철 요금을 정기권으로 내고, 버스 요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2015 대중교통 현황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내 환승통행 발생 분포는 주요 지하철 환승역이나 버스환승센터에 집중됐다. 버스-지하철 간 환승이 선호되는 것이다.
 

(출처: 교통안전공단 2015 대중교통현황조사)


실제로도 한 번 이동할 때 두 가지 교통수단을 모두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버스로 지하철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거나 지하철역에 내려서 목적지까지 버스로 이동한다. 지하철 정기권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기권 이용률은 서울도시철도공사 수송 인원 기준으로 지난 10월 3%에 그쳤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에 사는 이화은 씨(25)는 오는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8학기를 수원에서 이화여대로 통학했다. 교통비는 많으면 한 달에 20만원 가량이 나왔다. 이처럼 수도권에서 서울로 등하교하는 통학생들은 여러 할인 제도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채 먼 거리를 이동하며 높은 교통비를 감당하고 있다. 소득이 있는 직장인들과 똑같은 일반 요금을 내야 하는 상황은 다른 20 대들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최근 대두되고 있어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김용석 서울시의원(더민주⋅도봉구)은 대중교통 청소년 요금을 만 24세까지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해당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2014년 발의했으나 시의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2015년 재발의됐지만 재정 문제에 부딪혀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김 의원과 생활정책연구원은 작년 11월 25일 서울시의회 제 2대회의실에서 ‘대중교통 이용요금 할인 확대’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외국 사례를 보면 LA 카운티 지역에서 제공하는 ‘대학생 교통패스(Universal College Transit Pass, U-Pass)’가 있다. 지정된 학점 이상을 등록한 대학생이면 신청할 수 있는 교통 할인권이다. 하지만 미주 중앙일보에 따르면 U-Pass 는 7%대에 불과한 대학생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고 교내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20대 대학생들이 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한국과는 맥락이 다르다.

한국은 서울에 주요 대학이 집중돼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의 4분의 1이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닌다. 이런 구조에서 기인하는 여러 문제를 지금은 대학생들이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하다못해 학교는 마음 놓고 오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통학생들의 교통비 문제가 중요한 이유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