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3. 오해

 

 

 

 

 

 

 

  30분 전, 오이도행 지하철

  운은 지금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바짝 달라붙은 캐러멜처럼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긴 생머리에 볼우물이 귀엽게 팬 청순한 여자애… 옆에 놓인 분홍 여행 가방이다. 동화 같은 그림이 잔뜩 그려진 명품 가방은, 여동생 린이 오래전부터 체코의 프라하와 함께 매일 노래를 부르는 바로 그 가방이었다. 머릿속으론 언제라도 그릴 수 있지만 현실에선 꿈도 꿀 수 없는 그곳, 그것.
  가방의 가격을 처음 들었을 때, 운은 시원스레 마시던 우유를 린의 얼굴에 내뿜고 말았다. 도대체 가방 하나에 돈을 그렇게 쏟아붓는 정신 나간 인간들은 누군지, 후아!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나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처럼 자신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서, 한참을 상상하고 나서야 겨우 그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눈에도 잘나가는 전문가로 보이는, 나보단 훨씬 나이 든 사람일 거야. 파리, 뉴욕, 모스크바처럼 전 세계의 대단한 도시를 바쁘게 오가며 비행기를 갈아타는 사업가거나. 단순히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억세게 운 좋은 자식이라면 뭔가 너무 억울하잖아? 운은 늘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 왔다.
  하지만 지금 바로 눈앞에서, 통로 쪽으로 폼 나게 가방을 세워 둔 사람은 틀림없이 운의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였다. 그 애는 온실 속의 야생화 같은 독특한 매력이 있어서 은근히 남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괜찮게 생긴 여자친구를 대놓고 끌어안은 젊은 남자, 희끗한 머리에 신문을 들고 점잔을 좀 떠실 것처럼 생긴 중년의 아저씨, 엄마 등에 업혀 옹알거리는 젖먹이 아기의 눈동자도 그녀를 향했다. 저 녀석도 물건 달린 남자겠지! 운은 기가 차서 웃고 말았다. 운은 그런 쪽으로는 그 애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밝은 주황색 체크무늬 남방 아래로 드러난 희고 야들야들한 손목도 마음에 안 들었다. 힘든 일은커녕 집에서 자기가 먹고 난 그릇의 설거지조차 안 할 느낌이잖아? 운은 학원과 학교, 집이란 삼각형 울타리에 철저히 갇혀 살면서도 온 세상의 고난을 혼자 다 짊어진 척하는 철부지는 정말 별로였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생판 모르면서, 쳇. 저 가방도 분명히 부모님한테 졸라서 얻었을 거야. 우리 린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 갑자기 속에서 도깨비불이라도 날아다니듯 화가 불쑥 치밀었다. 확 훔쳐 버릴까 보다.

 



  누군가 나를 본다!
  하수는 여자의 직감으로 느꼈다. 흘긋거리는 남자의 시선이라면 한두 번도 아니고 저러다 말겠지. 아, 시들지 않는 내 인기란! 처음에는 이렇게 속으로 잠깐 우쭐하곤 평소처럼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처럼 계속해서 뻗쳐 오는 끈덕진 시선이 느껴져서, 무시하려고 해도 자꾸만 거슬렸다. 손에 든 책, 『프랑스 미식 기행』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같은 문장 언저리만 벌써 5번째 헤매고 있다. 하, 어떻게 생긴 인간인지 얼굴이나 확인해 보자고. 결국 하수는 가느다란 손가락 아래, 너무 오래 들여다봐서 일렁거리는 꼬부랑 불어에서 눈을 떼고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아무것도 눈치 못 챈 순진한 얼굴을 지어내며 살포시 고개를 들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하철이 지금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사람처럼. 그래야 숨을 기회를 안 주고 누군지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윽, 미쳤구나! 운은 스스로에게 놀라 흠칫 몸을 떨었다.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도둑질할 생각을 하다니, 돌아가신 부모님이 당장에 나타나 두 볼을 사정없이 잡아당길 것만 같았다. 린은 쪼끄만 아이 시절부터 동네 슈퍼에서 풍선껌이나 알사탕을 양말에 슬쩍 집어넣고 나온 적이 많았다. 한입만 먹어 봐, 볼록한 입속에 넣고 가느다란 혀로 살살 녹여 봐. 달콤한 향과 빛깔이 어찌나 유혹을 하는지 견딜 수 없었다고, 여전히 미련이 남은 목소리로 린은 말하곤 했다. 오빠도 하나 줄까? 귀여운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던 어린 린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돌아보면, 나른할 정도로 행복한 시절이었다. 성격이 괄괄한 주인아주머니에게 들키더라도 엄마한테 볼을 실컷 잡히는 걸로 용서받을 수 있었다. 그때 린은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일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엉엉 울어 대곤 했지만.
  지금 운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운은 이제 더 이상 어리다는 이유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벌써 중학교 3학년이고, 만약 일이 꼬여 경찰서에 잡혀가기라도 한다면, 할머니와 린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할머니는 정신도 온전치 못하고, 게다가 이건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생명력 없는 물건을 훔치는 일과도 다른 차원이야. 살아 숨 쉬는 따끈한 손으로부터 삶의 체온이 담긴 생활의 일부를 빼앗는 일이잖아? 윽, 이건 시간 낭비야. 쓸데없는 생각이지. 당장 집어치워! 운은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착각일까? 이리저리 두리번거렸지만 하수는 자신을 향한 그물의 코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물론이고, 이쪽을 보는 사람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바보’라는 종이가 등 뒤에 붙었을 때처럼, 이유 모를 찜찜함이 남았다. 혹시 모르니까. 갑자기 깊은 잠에라도 빠진 척 일부러 푸푸거리는 사람은 없는지, 편집증 환자처럼 아무것도 없는 바닥을 노려보는 사람은 없는지 조금 더 둘러봤다. 평일 오전이라서인지 지하철에는 사람이 적었다. 내 눈엔 너만 보인다는 듯 부둥켜안은 저 닭살 커플은 아닐 거고, 엄마 젖도 못 뗀 아가가 뭘 안다고 내게 반했을 리도 없고, 코앞에 들이댄 신문에 정신없이 빠져 있는 아저씨가 변태도 아닐 텐데 구멍이라도 뚫어서 날 훔쳐보겠어? 하수가 보기에 이 지하철의 남자들은 모두 자신에게 무관심해 보였다. 착각 대마왕 은하수, 꼴좋다! 속으로 스스로를 한바탕 비웃고 나서 다시 책을 펴려는데, 안개꽃 향처럼 슬며시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이어폰을 타고 귓가로 흘러드는 송민호의 〈겁〉, 가슴을 두드리는 가사가 운의 뇌를 파고들었다. 그러자 운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며 낮게 빈정거렸다. 이런 겁쟁이, 등신, 쪼다! 안 잡힐 수도 있잖아? 운은 불현듯 끓어오르는 승부 의식을 느꼈다. 후아, 형편없는 패를 쥐고도 인생을 걸고 뜻밖의 행운을 바라는 게 인간이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출입 금지선 너머로 운을 밀기 시작했다. 저 애는 울면서 부모님께 달려가 또다시 조르면 그만이야. 아님 말고.
  처음으로 타인에게서 일상을 빼앗는다는 죄책감의 파도가 스르르 밀려가고, 잡힐 경우에 대한 섬뜩한 공포가 그를 한껏 사로잡았다가 놓아주었다. 계획만 잘 세우면 절대 안 잡혀!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도 아니고, 고작해야 단순 절도잖아? 지하철에서 가방 하나 도둑맞은 사건에 경찰이 일일이 매달릴 리도 없지. 이상하게도 심장이 점점 들썩일수록,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운의 결심은 더 강해졌다. 늘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그였기에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삶의 감각을 느끼자 자그만 기쁨마저 살아났다. 정말 한번 훔쳐 봐?

 

  저 남자, 특별하다! 하수는 한눈에 알아봤다. 치타처럼 날렵하게 긴 다리 위로 넓게 자리 잡은 튼튼한 어깨를 가진 그녀의 이상형… 과는 거리가 있지만, 적당한 키에 평범한 체격인데도 깨끗하게 얼린 얼음 같은 얼굴이 눈을 뗄 수 없게 순수한 호소력을 흩뿌리고 있었다. 자신만의 생각에 잠긴 눈동자에서는 백팔 번뇌를 능가하는 온갖 감정이 강렬하게 소용돌이쳤다. 그는 느낌 있는 눈빛과 작은 표정 변화만으로도 수만 마디의 말을 하고 있었다. 순간순간 그는 분노의 화신처럼 보이기도, 한없는 슬픔의 늪에 빠진 듯도, 승리를 알리기 위해 기쁨에 벅차 말을 달리는 고대의 영웅처럼 보이기도 했다. 드디어 그가 눈꼬리에 힘을 빼며 혼자서 희미하게 웃었을 때, 하수는 자신도 모르게 가느다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그가 눈을 들었고 둘의 시선은 정면으로 마주쳤다.

 

  후아, 심장이 철로까지 떨어졌다 튕겨 올라왔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보려다가 하필이면 가방 주인과 눈이 딱 맞았다. 설마, 나를 보고 있었던 거야? 윽, 그럴 리가 없지. 운은 무표정하게 슬쩍 고개를 돌렸지만 난파선처럼 흔들리는 마음이 들키지 않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잠깐! 혹시, 내가 가방을 쳐다본다고 미리부터 머릿속 블랙리스트에 집어넣은 거야? 난 평범한 중3이야. 그까짓 비싼 가방을 좀 가졌다고, 집이 좀 산다고 거들먹거리며 미리부터 도둑놈 취급하지 말란 말이야! 사람으로 복작이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우연히 몸이 부딪친 아저씨가 눈을 부라리며 기분 나쁘게 밀칠 때처럼, 먹먹한 억울함에 반발심이 치솟았다. 쳇, 진짜 제대로 훔쳐 줘?
  운은 무릎에 놓아둔 『레 미제라블』로 눈을 내리깔았다. 얼마 전까지 린이 제일 좋아하던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이다. 입이 하트 모양으로 변해선 어찌나 치켜세우던지, 궁금해서 『노트르담 드 파리』를 읽었다가 운도 위고에게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꼽추와 집시처럼 쥐뿔도 없는 주인공을 보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이 글 전체에 녹아들어 있었다. 운은 그저 위고의 글을 조금 더 읽고 싶어져서, 며칠 전 이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다. 아직 별로 읽지는 못했지만. 서서히, 책 위에 얹은 운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설익은 오기가 짙푸른 독기로 변하며 가슴이 차갑게 굳었다. 후아, 은그릇을 훔쳐서 잡혀 온 도둑에게 은촛대마저 내주는 밀리에르 주교 같은 사람은 현실에 없어.
  엇갈린 다짐들이 운의 가슴속에서 태풍처럼 불어닥치곤 사라졌다. 운이 드디어 하기로 마음먹고 고개를 들었을 때, 지하철은 이미 동대문역을 지나치고 있었다. 훔치자! 안 잡힐 방법을 당장 찾아야 돼! 시간이 없어. 저 애가 바로 다음 역에 내릴지도 모르잖아? 지금부턴 무조건 집중해, 집중!

 


  나를 본 사람이 저 남잘까? 운의 존재를 의식하면서부터 하수를 둘러싸고 있던 공기의 흐름이 빨라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힐끔힐끔 살피기 시작했다. 조금씩 더, 그가 궁금해졌다. 나이는 내 또래, 대학생 정도? 피부가 보송보송한 걸 보니 아직 군대는 가기 전. 복학생 느낌도 안 나니까. 남자는 물이 적당히 빠진 연하늘색 청남방에 흰 브이넥 티셔츠를 깔끔하게 받쳐 입었다. 군데군데를 해지게 처리한 빈티지 청바지가 감싼 허벅지는 첫인상보다 제법 탄탄해 보인다. 치타는 아니지만, 표범 정도는 된달까? 썩 맘에 든다. 빨간 운동화는 좀 튀지만, 머리에 쓴 검은 모자와 잘 어울리니까 합격! 편안한 멋스러움을 소화할 줄 아는 사람이다. 전체적으로 조화를 살리면서 각 부분의 개성도 드러낼 줄 아는, 모두가 비슷비슷해 보이는 요즘 시대에 흔치 않은, 특별한 남자 말이다. 하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옷차림만으로도 나란 사람은 이런 존재라고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아는 그가,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지하철에서 마주친 사람은 대개 별 볼 일 없이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라 생각하자 막을 길 없는 아쉬움이 솟아나, 하수는 어깨에 멘 크로스백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꺼냈다. 네모난 화면에 날것 그대로의 그가 담겨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이대로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면 어쩐지 섭섭할 것 같았다. 마침 여행 가방도 있으니까, 남들은 내가 여행하느라 기분이 좋아서 셀카를 찍나 보다 하겠지. 쪽팔림은 순간이고 사진은 영원하다! 은하수, 김치~즈. 하수는 독사진을 찍듯이 온갖 자세와 예쁜 표정을 지으며 촬영 단추를 열심히 눌렀다. 내리기 전에 저 남자가 다가와서 말을 걸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힝, 수혁아, 미안해.

 

  도둑질이 원래 이렇게 쉬운 거야? 운은 어이가 없었다. 이제 보니 나, 날치기의 달인이잖아! 숨겨진 범죄 본능을 이렇게 봉인 해제해도 되나? 속으로 시시껄렁한 농담을 할 정도로 운은 여유를 찾았다. 곧, 시작한다. 아싸, 이번 역은 분주하게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어수선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다! 가방 주인은 출입문 근처에 앉았으니, 천천히 다가가서 근처에 서 있다가 사람들이 다 내리고 문이 닫히려는 순간, 독수리가 카나리아를 낚아채듯 앞뒤 안 재고 가방 손잡이를 움켜쥐고 뛰쳐나가야지. 머리로 끊임없이 상황을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가방까지의 걸음 수와 걸음나비까지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반복해서 걷고 또 걸으며 셌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가 다가온다. 내게로? 설마! 하수는 옆구리라도 찔린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책을 다시 폈지만 애꿎은 책장만 팔랑팔랑 넘길 뿐, 1줄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책없이 팔딱이는 맥박 소리라도 들킬까 싶어 잠시 숨조차 죽였지만, 인간은 자기 심장조차 마음대로 못하는 힘없는 존재라는 사실만 확인하곤 새삼스레 약이 오를 따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건너편에 있던 운동화는 조금씩 다가왔다. 커다란 발이 성큼성큼 내딛는데도 좀처럼 가까워지지는 않아서, 하수는 자신과 그 사이의 공간이 붕 뜬 착각마저 들었다. 그녀는 오늘 지하철에서 눈만 한 번 마주쳤을 뿐인 남자의, 더군다나 평소 이상형과도 먼 표범의, 다른 곳도 아닌 운동화를 바라보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신발이 낡았구나, 이런 따위의 소소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남방과 바지도 공장에서 워싱 처리한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어쩔 수 없이 물이 빠지고 닳았단 걸 알 수 있었다. 사람의 눈이란, 아주 짧은 거리만 떨어져도 제멋대로 현실을 해석하는 법이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의 두 발은 코밑까지 다가와 있었다. 저기요. 그가 부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우아하게 독서에 집중하느라 당신이란 사람이 거기에 있는지, 내게로 다가오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이렇게 내숭을 떨며 몇 번 튕길까? 아님 기다렸다는 듯이, 나도 당신이 마음에 든다는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전화번호를 넘길까? 그의 인생에 평생토록 남을 표정을 하수가 열심히 고르는 동안, 운동화는 잠시 그녀 옆에 머물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그녀에게 연락처를 물어보는 일 따위는 없었다. 운동화는 하수의 눈앞에서 금세 사라졌고, 운은 지하철 문이 닫히기 직전에 첫 도둑질을 무사히 해냈다. 운의 뒤로, 하수만 혼자 어리둥절한 채로 남겨졌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표범도, 여행 가방도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수는 뜨악한 얼굴로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란 표지판만 따귀를 때리듯 몇 번인가 어둠 속으로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은하수, 오늘 완전히 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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