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오브 서울은 이번 주부터 가짜뉴스 큐레이션(모아 보여주기)을 시작합니다.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리 사회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의 규모와 성격, 유통 경로 등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경각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려 합니다. 미국 대선과정을 왜곡한 것으로 판단되는 가짜뉴스는 탄핵사태와 대선국면이 동시에 벌어지는 한국에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통되는 가짜뉴스의 사례들을 가능한 원형대로 수집해 보여주겠습니다.

둘째, 가짜뉴스 유통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혼탁한 저널리즘 환경에서 이 문제를 극복할 방안을 찾는 데 스토리 오브 서울이 조금이나마 기여하려 합니다. 가짜뉴스는 시민을 오도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경계해야 할 필요성도 더 커집니다.

나상현 팀장과 문예슬, 김지숙, 전진영 기자 등으로 구성된 미디어 취재팀은 지난 2월 10일부터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등 SNS,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팟캐스트 등 개인 방송 플랫폼, 그리고 다양한 인터넷 매체와 종이 신문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했습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다양한 거짓된 정보가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지라시’, 오보, 허위·왜곡 보도, 흑색선전, 풍자, 의견 등이 구분 없이 ‘가짜뉴스’로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뉴스의 개념조차 불분명한 척박한 미디어 환경에서는 가짜 뉴스가 더 빨리, 더 혼란스럽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가짜뉴스의 개념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했습니다. 다섯 가지 기준으로 가짜뉴스를 분별했습니다.

첫째, 사실기사, 의견기사, 해설기사 등의 기사 형식을 갖췄는가. 둘째, 매체명을 밝혔는가. 셋째,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을 명시했는가. 넷째, 취재원을 드러냈고 그들은 실존하는 인물이나 자료인가. 다섯째,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의 육하원칙이 확인 작업을 통해 사실로 검증될 수 있는가.

이 5단계 테스트를 통해 시중에 떠도는 텍스트를 기존의 ‘거짓정보’와 새로운 현상인 ‘가짜뉴스’로 나눴습니다. 첫째, 둘째, 셋째 조건을 통과하지 못하는 텍스트는 ‘가짜뉴스’가 아닌 ‘거짓정보’에 머무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만연한 ‘지라시’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적어도 기사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독자가 스스로 분별할 수 있습니다.

첫째, 둘째, 셋째 조건은 만족하지만 넷째, 다섯째 조건을 갖추지 못할 때, 비로소 ‘가짜뉴스’로 분류했습니다. 거짓된 정보를 가지고 독자를 현혹하기 쉬운 기사 형식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가짜뉴스의 의미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가짜뉴스는 아니지만 가짜뉴스 현상을 가속화하는 텍스트도 많았습니다. 이들은 첫째, 둘째, 셋째 조건은 물론 넷째, 다섯째 조건까지 일부 만족시키지만 극심한 정파적 편향성을 보입니다. 그러나 실존하는 매체이기에 이들은 가짜뉴스보다는 ‘저급 뉴스’ 또는 ‘나쁜 뉴스’로 보는 편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들어 ‘가짜뉴스’라고 이름 붙은 뉴스들은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합니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실존하지 않는 매체와 기자 이름을 빌려 쓰인 뉴스라는 점을 고려해 ‘저급뉴스’는 큐레이션 범주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제외했습니다.

이렇게 분석한 결과, 현재 유통되는 가짜뉴스·거짓정보·저급뉴스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첫째, 사실 관계가 완전히 날조된 뉴스입니다.
이들은 정교한 기사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사실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한국의 탄핵 사태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했다던 뉴스가 지난 달 4일부터 돌았습니다. 이 기사가 인용한 '시몬 리트나', '장 자크 비랄'은 모두 가짜 인물이었습니다. ‘일베'에 올라온 이 거짓정보는 한 언론인이 자신의 SNS에 게재하는 등 활발히 유통됐지만 며칠 만에 가짜임이 드러났습니다.

둘째, 논리적 비약이 심한 뉴스입니다.
취재팀이 찾아 본 가짜뉴스·거짓정보·저급뉴스에는 다양한 종류의 논리적 비약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라고 해도 그 사실을 완전히 다른 맥락에 배치하는 경우나 의미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현재 수 개의 이적단체가 북한 지령을 받고 광화문을 활보한다’는 게시글이 지난달 한 SNS에 올라왔습니다. 이 게시글은 28일 현재 4천 3백 명이 읽고 111회 공유됐습니다. 이후 비슷한 성향의 커뮤니티에 ‘2017.2.12.’라고 날짜까지 명시돼 현 시국에 대한 내용인 것처럼 또 한 번 확산됐습니다. 취재팀은 이 기사를 '거짓정보'라고 판단했습니다. 내용의 근거가 된 영상은 시간적 맥락을 완전히 무시한 채 유포됐기 때문입니다. 취재 결과 해당 영상은 2013년 11월에 유튜브에 원본이 올라왔고, 이후 현 시국에 대한 내용인 것처럼 편집돼서 재배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체명과 기자 이름이 없고 기사 형식도 아니기 때문에 ‘가짜 뉴스’보다는 ‘거짓정보’로 분류했습니다.

셋째, 취재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는 뉴스입니다.
기사는 그 기사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취재 과정이 투명하게 밝혀질 때, 독자는 비로소 그 기사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오브 서울이 원칙적으로 익명 취재원을 쓰지 않고, 익명 처리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경위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투명성이 없는 뉴스라면 등록된 매체에서 나오는 기사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저급뉴스로 분류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정파성이 짙은 매체에서 쓰는 상당수의 기사가 이 범주에 들었습니다.

스토리 오브 서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현상으로서의 가짜뉴스에 집중하기 위해 가짜뉴스의 의미를 최대한 엄밀하게 좁혔습니다. 그러나 거짓정보가 기사의 형식을 갖추고 가짜뉴스가 되면 그들에 대한 추적을 즉시 시작하겠습니다. 또 가짜뉴스만큼이나 위험한 저급 뉴스도 차곡차곡 모아나가겠습니다. 

스토리 오브 서울은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초연합니다. 저희 취재팀은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저널리즘의 기본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사회를 혼탁하게 하는 가짜뉴스 현상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저희 작업에 도움을 주시고자 하는 독자 분께서는 sosfakenews@gmail.com으로 저희 팀이 포착하지 못한 가짜뉴스 사례를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또 저희 작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시는 분께서는 잘못을 지적해 주시면, 내부 검토를 거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3월 3일
스토리 오브 서울 미디어 취재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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