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태원 씨(26)는 매일 6단계에 걸쳐 화장을 한다.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로 피부 잡티를 가리고 눈썹을 그리는 건 기본이다. 아이라이너로 눈매를 또렷하게 한 뒤 코와 턱에 섀딩(shading‧음영효과를 주는 화장법)도 한다. 마무리는 입술에 붉은색 틴트 바르기다. 20살 때부터 8년째 화장을 하고 있다는 그는 “이제 어머니와 화장품을 같이 쓰는 사이가 됐다”고 했다.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 김 씨는 ‘태원쁘띠’, 줄여서 ‘태쁘’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외모 가꾸기에 남다른 공을 들이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BB크림 등을 바르는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남성들이 피부화장과 색조화장을 즐기고 미용시술까지 받는 추세다.

직장인 설정욱 씨(26)는 매일 아침 피부화장에 20분을 투자한다. 설 씨는 학창 시절 피부 트러블 때문에 고생한 뒤부터 피부 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화장을 자연스럽게 하는 노하우가 생겨서 이제 주변 사람들은 제가 좋은 피부를 타고난 줄 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예찬 씨(24)는 여성 못지않게 다양한 색조화장을 즐긴다. 주로 턱과 볼에 섀이딩을 해 얼굴의 입체감을 살리고 콧대에는 ‘하이라이터’를 발라 오뚝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화장하는 아들을 낯설어하던 김 씨의 부모님도 요즘에는 이미지가 깔끔해졌다며 좋아하신다. 평소 친구들의 눈썹 관리까지 도와줄 정도로 화장에 능숙한 대학생 박문수 씨(24)는 “얼마 전 할머니께 화장을 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어쩐지 더 멋있어 보인다’는 칭찬을 들었다”고 했다.

▲올리브영 명동 본점에서 남성 두 명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혼자 손질하기 어려운 눈썹이나 손톱 등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 ‘베네피트’에 눈썹 왁싱(waxing‧제모 방법의 하나)을 받으러 오는 고객 중 10~20%는 남성이다. 명동 ‘프로네일’의 직원 방이정 씨(21)는 “직업상 사람을 많이 만나거나 악수를 할 일이 많은 남성이 자주 찾는다”며 “여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왔다가 깔끔해진 손톱에 만족해 재방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인조 모(毛)를 이식해 속눈썹을 길고 풍성하게 만드는 ‘속눈썹 연장 시술’도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면접 등을 앞둔 남성들이 또렷한 인상을 위해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루루앤아이래쉬’ 강변점의 유선희 씨(34)는 “2~3년 전부터 남성 고객이 등장해 지금은 전체 고객 가운데 약 1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외모를 가꾸는 남성들이 늘면서 관련 시장 역시 커졌다.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컨실러와 아이브로우 등 5가지 제품이 들어있는 ‘남성용 메이크업 키트’를 출시했다. 지난달 13일부터 15일까지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남성 스타일 박람회 ‘맨즈쇼(Men's Show) 2017’에는 4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이준영 교수는 “남성들의 변화는 외모를 하나의 경쟁력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됐다”며 “특히 취업 등 각종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남성들이 외모를 통해 다른 사람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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