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속적인 분위기로 젊은 층의 사랑을 받는 ‘샤로수길’과 ‘망리단길’의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거리 곳곳 널브러진 쓰레기와 밤마다 들려오는 취객들의 고성방가, 늘어난 차들로 인한 통행불편 때문이다.

‘샤로수길’은 서울대학교 정문 모양에서 따온 ‘샤’와 ‘가로수길’을 더한 이름으로,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 뒤에 있는 골목길을 말한다. 2월 10일 밤 8시, 한파 속에 방문한 샤로수길 입구에서 가장 먼저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단 투기된 쓰레기봉투였다. 샤로수길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 봉투 위엔 누군가 먹다버린 떡볶이 그릇, 종이컵, 과자 봉지, 껌과 가래침 등이 뒤섞여 있었다. 길 위에는 담배꽁초와 유리조각들이 가득했다. 

▲ 2월 11일 밤 쓰레기와 담배꽁초 등으로 지저분한 서울 관악로 14길 샤로수길 모습

밤 10시가 지나자 한파가 무색할 만큼 샤로수길의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새 학기를 맞아 들뜬 분위기를 증명하듯 술집 앞을 지날 때마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욕설들이 섞여 들렸다. 소음측정기로 소음을 측정해보니 평균 75데시벨이 나왔다. 오후 10시 이후 주거지역의 소음 과태료 부과 기준인 60데시벨을 훨씬 넘는 수준이다. 근처 원룸에 3년째 거주 중인 최지윤 씨(27)는 “최근 들어 소음과 담배냄새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서울대 졸업생 홍석철 씨(31)는 “원래 이 길의 한적한 분위기가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이 붙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체감하는 또 다른 문제는 불법주차와 통행불편문제다. 샤로수길에는 따로 주차공간이 없고 길의 일부는 보행전용거리로 지정돼 있다. 그럼에도 차를 가지고 골목길에 들어와 주차를 하는 이들 때문에 안 그래도 좁은 골목길을 수월하게 걷기가 쉽지 않다. 17일 밤, 샤로수길 입구 100m 이내는 도로에 차량 수 십대가 뒤섞여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폭 5m의 좁은 골목에 들어오는 차량과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보행자들은 계속해서 가다서다를 반복해야만 했다. 기자가 직접 걸어보니 겨우 100m를 통과하는 데만 5분이 넘게 소요됐다. 밤 10시가 지나자 이제는 보행전용거리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달리는 차들이 보였다. 근처에서 'ㄱ족발집'을 운영하는 김재원 씨(62)는 “이 거리는 아침, 밤마다 무법지대”라며 “요즘 가게 문을 열 때마다 보행전용 거리인데도 지나다니는 차들과 노상방뇨, 구토흔적 때문에 아주 힘들다”고 말했다.

▲ 샤로수길의 보행전용거리와 불법주차 모습

샤로수길보다 상권의 밀집도가 낮은 망리단길은 좀 더 깨끗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있었다. 술집이 늘어나고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생기는 소음과 통행불편 문제다. ‘망리단길’은 망원시장 인근 거리를 일컫는 말인데, 최근 <수요미식회> 등에서 방영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망원동 토박이라는 이정원 씨(26)는 “망원동이 유명해져서 좋지만, 밤마다 들리는 취객들의 고성과 늘어난 차들은 역시 불편하다”고 말했다.

각 구청의 관계자들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주기적으로 거리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청 건설관리과 강현주 주무관은 “자생적으로 생성된 샤로수길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구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마포구청 일자리경제과 최원호 주무관은 “망리단길도 도로의 일부이기 때문에 불법주차 문제는 교통지도과에서 수시로 단속하고 있고, 쓰레기 문제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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