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광주교대에서 열린 ‘더좋은민주주의 광주 전남 포럼 여성·청년 위원회 간담회’에서 안희정(52) 충남도지사가 참석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트위터 ‘순이(suni_doe)’]

“잠시만요! 지사님이 청년들에게 반값 등록금을 참고 기다리라고 했다는데 저희가 무조건 참는 게 옳은가요?” 지난달 19일 밤 안희정(52) 충남도지사의 ‘즉문즉답’이 열린 부산대학교 강당에서 정희정(24) 씨가 다급히 소리쳤다. 사회자가 질문을 더 받지 않고 안 지사의 마무리 발언으로 행사를 끝내겠다고 한 직후였다. 안 지사는 “그럼 제 얘기를 줄이겠다”고 했고 이어서 장학 제도 확충 방안을 제시했다. 정 씨는 “너무 궁금해 용기를 냈는데 자기 시간을 써서 답해줘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안희정의 소통 행보가 눈에 띈다. 정책 찬반에 상관없이 시민과 토론을 즐기는가 하면 ‘애프터 서비스’도 한다. 그의 평소 철학이 정치 현장에 반영된 결과다.

안 지사는 문답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다. 2월 5일 ’2040과 함께하는 아이키우기 브런치토크’에서 한 여성이 안 지사에게 육아 비용 문제를 토로하자 그는 청중을 향해 “이 문제를 더 자세히 말해주실 분이 있냐”고 물었다. 그 때 김설양(42) 씨가 “막내가 유치원을 가서 매달 33만원을 더 낼 예정”이라고 했고 이를 바탕으로 세 명은 문답을 여섯 번 주고 받았다. 김 씨는 “정책을 위해 현장의 소리를 들으려 해 좋았다”고 말했다. 2월 11일 목포 ‘즉문즉답’에서 만난 박연종(74) 씨는 안 지사의 인권 선언에 반감을 드러냈음에도 그와 문답을 여덟 번 주고 받았다. 행사 후 박 씨는 웃으며 “의견은 달랐지만 늙은이 이야기를 다 들어줘 좋았다”고 말했다.

애프터 서비스도 충실한 편이다. 이종현(24) 씨는 2월 6일 충남도청 좌담회에서 안 지사가 “아무리 바빠도 SNS 메시지에 모두 직접 답한다”고 한 말을 듣고 그날 밤 페이스북 메시지로 행사 소감을 밝히고 자주 연락해도 괜찮은지 물었다. 다음날 아침 8시경 이 씨는 안 지사에게 “네 감사합니다 자주 연락!!(‘오케이’ 이모티콘)(하트 이모티콘)”이라는 답을 받았다.

시민들과 많이 접촉하면 돌발 상황이 일어날 부담도 크다. 안희정 캠프의 전략기획팀 성치훈 씨는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안 지사의 소신 때문”이라고 밝혔다.

▲2월 5일 북서울 꿈의숲 카페드림에서 열린 ‘2040과 함께하는 아이키우기 브런치토크’에서 안희정(52) 충남도지사가 시민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이소영]

그의 정치관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빨리 간다”는 ‘대화와 타협’이다. 더 많은 시민이 정치에 직접 참여할수록 국가가 발전한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은 ‘가만히 있으면 내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겠다’지만 저는 민주주의자로서 국민께 제안합니다. 함께 합시다.” 지난달 22일 ‘즉문즉답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안 지사가 한 말이다. 그는 저서 『콜라보네이션』에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 준다는 말 대신 함께해 달라고 말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최근 이를 지방 자치 분권 공약으로 현실화했다. 중앙 집권 체제 하에서는 시민들의 다양한 권리와 참여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안 지사가 소통 의지는 있지만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콕 짚어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 지사는 부산대에서 제종환(20) 씨가 다른 후보와의 차별점을 묻자 “오늘 저를 직접 보니 어땠냐”는 등 문답을 세 차례 주고 받았지만 결국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다”고 밝혔다. 행사 후 제 씨는 “태도는 호감이 갔지만 몸을 사리는 듯 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만난 이승희(22) 씨도 “세부 정책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아 더 지켜봐야겠다”고 밝혔다.

국민은 차기 대통령으로 소통 대통령을 원한다. 작년 12월 매일경제신문 여론조사에서 ‘다음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응답자의 가장 많은 수인 37.9%가 ‘국민과의 소통 능력’을 꼽았다. 따라서 당선 후에도 국민과의 지속적인 소통은 필수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브런치토크’에서 “대통령이 되면 바빠지겠지만 국민과 대화하는 자리를 꼭 만들테니 좋은 논의를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