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소재의 한 초등학교

초‧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폭력예방교육제도가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매년 형식적인 연수가 진행되거나 강사에 따라 강의의 질이 좌우되고, 교육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2013년 6월부터 확대 실시한 여성가족부의 폭력예방교육 지침에 따라 각 학교는 연 1회 이상 성희롱방지조치, 성매매‧성폭력에 대한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성희롱 등의 개념과 피해학생 도움방법, 교사의 행동강령 및 징계 등을 다룬다.

교사 성희롱 등 폭력예방연수의 내용은 매년 비슷해 참여교사들의 집중도가 떨어진다. 경기도 부천의 모 고등학교 교사 전중수 씨(37)는 매번 성폭력 등의 정의와 관련 법규, 하지 말아야할 행동 등을 배운다. 연수의 호응도는 그리 높지 않다. 전씨는 “일반적인 성폭력 예방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아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며 “(교사들도) 경청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임모 씨(28) 역시 성폭력 및 성매매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배웠다. 정의와 사례 위주였다. 서울 도봉구의 모 고등학교에 근무 중인 영어교사 이모 씨(26)는 “대개 연수의 내용은 새롭지 않다”며 “연수가 필요한 건 맞지만 교사의 성 비위를 막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마저도 강사의 자질과 태도에 따라 연수의 질이 달라진다. 여가부의 표준강의안을 바탕으로 강사가 자율적으로 연수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강연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와서 연수를 진행할 때는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전씨는 “강사에 따라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소문이나 사례를 추가하기도 한다”며 “물론 별로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3년차 교사 이소라 씨(26)는 “어떤 강사가 진행할 때는 교사들이 훨씬 피곤해하고 형식적인 집합연수가 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공공기관 폭력예방교육 실적검색. 지난해 교사 성추행 논란이 일었던 서울 S여중고의 폭력예방교육 실시 현황도 검색할 수 있다.

폭력예방교육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다. 부진학교의 관리자를 불러 교육하거나 언론에 공표하는 게 전부다. 각 학교는 여가부의 채점표에 따라 교육추진실적을 자체 점검해 매년 2월 여가부에 보고한다. 교육방법과 교직원 참여율 등이 채점대상이다. 각 교육 이수점수가 70점 미만이거나 해당 연도 직원의 참여율이 50% 미만이면 부진기관에 속한다. 여가부 폭력예방교육과 권지원 사무관은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제재는 불가하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예방교육에 그치기 때문에 제도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의 S여중 교사 5명이 학생 성희롱‧성추행 혐의로 직위 해제됐다. 하지만 이 학교는 2013년~2015년 3년 연속 교육 이수율 및 교직원 참여율 100%의 실적을 여가부에 제출했다. S여중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교사 성추행이 폭로된 노원구의 C중 역시 같은 기간 각 교육항목에서 평균 이상의 실적을 냈다.

한편, 여가부는 지난해 8월 보도자료를 통해 폭력예방교육 확대 3년 만에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됐다고 평가했지만 같은 기간 교사 성추행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2016년 상반기에만 교사가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은 게 60건이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45건, 98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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