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 때, 기자는 20대의 정치참여를 취재하다가 더불어민주당에 전국대학생위원회(전대위)가 있음을 알게 됐다. 전국 17개 시도당 산하의 자치조직이다. 전대위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양해를 구하고 발대식에 참가했다.

행사는 3월 18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국회의원 회관의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축하영상에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를 비롯한 당내 인사 15명은 청년의 정치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대학생들이 정당조직에 참여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발대식에서 만난 송예린 씨(21‧성공회대)는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 대학생과 교류하며 문제를 생각하고, 제도권 정치로 이끌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환 씨(27)는 “전대위가 나선다면 우리가 실제 문제라고 생각하는 점, 해결했으면 하는 점이 청년정책으로 나올 수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가 정책을 만들어서 당대표나 대통령에게 주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성민 위원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지역에서 총학생회장을 지내고 15개 대학 총학생협의회를 이끌면서 제도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알았다. 제도권에 들어가야 대학생이 요구하는 목적에 달성할 수 있어서 지원하게 됐다.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대학생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고성민 전대위 위원장이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전대위 학생들은 소속 정당과 당원들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는 느낌을 줬다. 이런 분위기는 4월 3일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마지막 합동연설회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견발표를 시작하기 전에 홍재형 선관위원장은 “어떤 후보가 선출되던 민주당이 힘을 합쳐 대선승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화합을 강조했다. 전대위 대학생을 비롯한 당원들은 연설이 끝날 때마다 어느 후보에게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전대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국민 전 위원장(31)을 취재하기로 했다. SNS로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흔쾌히 응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전대위가 지금 같은 체계를 갖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한동안은 대학생을 위한 소통창구가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앙의 전대위조차 당내에서 힘이 없었기 때문에 시도당의 지역위원회 역시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왜 젊은 세대에서 정치혐오가 생겼는지 안다. 기성세대는 독재에 맞선다는 목표가 있었고, 자신이 참여해서 세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경험했다. 대학만 나오면 취업도 가능했다. 지금은 다르다. 31세인 나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다고 세상이 좋아졌다고 느끼진 못했다. 물론 그들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뽑지만. 그러니 청년에게 희망을 주고 투표하라고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

전대위 위원장은 직선제에서 임명제로 바뀌었다. 선거인단이 모이지 않아서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지만 고성민 현 위원장이 소통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여러 대학의 총학생회와 논의하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의제를 정하면 대학생위원회가 스피커 역할을 하는 창구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전대위 대학생들은 발대식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쳤다.

그렇다면 당내 시선은 어떨까. 김광진 전 위원(선대위 유세본부 부위원장)은 “민주당의 전대위와 청년위원회가 서류상으로는 분리됐지만 사실상 청년위원회 안에 전대위가 있는 형태”라면서 “당원이 300명도 되지 않는 전대위가 아직까지 제 기능을 못한다”고 평가했다.

제대로 활동하기 어려운 이유를 그는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명칭과 가입자격. 전대위에 참여하려면 대학생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한데다 대학을 다니지 않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독립성과 예산부족. 당내 조직으로서 범위와 권한이 분명하지 않고, 그때그때 프로젝트를 건의하면 예산을 지원받는 구조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반 대학생 사이에서 전대위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정당에 대학생위원회가 없어서 일반 대학생이 목마른 점이 있느냐는 말이다.

고성민 위원장을 4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 앞의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위원회는 한 달 동안 영호남의 대학 22곳에 소통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는 여기에 큰 기대를 건다고 했다. 

“대학생은 민주당 정책만 선호하는 게 아니고 정의당의 정책을 선호할 수도 있고 바른 정당의 정책도 선호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소통과 정책수립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대학생을 위한 정책을 정치적 색깔을 막론하고 모두 끌어오자는 취지다.”

고 위원장은 대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청와대와 내각에도 대학생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듣는 직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월 9일,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자 고 위원장은 “정경유착을 끊고 적폐를 청산하라는 민심이 반영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새로운 집권여당으로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전대위와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두 달 이상 지켜본 민주당의 전대위는 완전하지 않지만 노력하며 발전하는 중이었다. 전대위 관계자들은 대학생이 하나 되어 변화를 함께 만들려면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당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라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점을 (편하게) 요구했으면 좋겠다. 그런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이 젊은 사람들에게 있지 않나 생각한다.”(유호준‧23‧한양대)

“가장 어리석은 대중은 어리석은 정치인을 선출한다는 플라톤의 말처럼 국민의 수준이 리더의 수준을 정한다. 저희가 무지하고 참여하지 않으면 그와 똑같은 리더를 뽑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대접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양소영‧25‧서강대 대학원)

“무기력하게 있어선 안 되고, 분노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분노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려는 의지와 노력도 필요하다. 취업이 안 되면 토익점수가 낮아서 그렇다고 자책하지 말고, 사회와 제도의 문제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끊임없이 정치참여와 정당의 중요성을 설득하겠다.”(김국민 전 전대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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