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이 종교를 외면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종교가 있는 인구는 2155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43.9%로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층의 탈종교화가 심하다. 10대 중에서 종교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2005년 50.5%에서 지난해 38%로 줄었고, 20대는 47.9%에서 35.1%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종교계는 엄숙주의를 탈피하고 이색적인 전도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 앞

실제로 주말에 교회나 절을 찾는 청년들의 발길은 뜸했다. 일요일 오후 1시 신촌 명물거리. 많은 청년들이 삼삼오오 벚꽃나무를 따라 걷고 있었지만, 명물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창천교회에 들어서는 청년은 거의 없었다. 교회 주차장에는 외제차가 즐비했고 교회 입구는 중·장년층 교인이 메우고 있었다. 교회 안도 마찬가지였다. 중·장년층 교인이 주로 참석하는 본 예배는 자리가 꽉 찼지만, 청년부 예배는 듬성듬성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청년부 찬양팀 팀장은 “매주 팀원이 모자라다”며 신도들에게 찬양팀에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 앞

같은 날 오후 3시 강남구 봉은사.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곳곳에 꽃과 등불이 어우러져 있었다. 형형색색 풍경에 이끌린 젊은 커플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높이 23m인 ‘미륵대불’ 앞에서는 중·장년층 신도들이 정성스레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젊은 사람에게는 미륵대불이 단지 사진을 찍기 위한 피사체에 불과한 것 같았다. 법회를 진행하는 ‘법왕루’ 안에 들어가 보니 청년 신도는 4명뿐이었다. 

“교회에 나쁜 사람 많아…”종교를 불신하는 청년들
청년층이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종교인과 종교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61.6%가 ‘종교의 비리 연루, 교회 세습 문제 등 이미지 실추’ 때문에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지선(25)씨는 “신(神)이 있다고 하기에는 교회 안에 나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자인 차은경(24)씨는 “종교인의 불법, 비리가 이슈화되면서 꽤 많은 청년 신도가 교회를 떠난 것 같다”고 답했다. 윤선재(24)씨는 “신이 있는지 잘 모르겠고,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없다”고 말했다. 

종교생활이 시간을 뺏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이형석(가명·22)씨는 “열심히 종교 생활하는 친구들을 보면, 종교에 시간이 많이 투입되더라”며 “그 시간에 취업 준비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유진(25)씨는 “실체도 없는 신을 시간 들여 믿을 만한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종교와 종교인이 청년층에게 ‘롤 모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재훈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처럼 종교적 삶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종교인이 부족하다”며 “종교인부터 존경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줘야 젊은 층도 ‘저런 삶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구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예배학 교수는 “요즘은 미디어가 발달해 유명 인사에 대한 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어 과거처럼 종교적 영웅이 생기기 힘든 환경”이라며 “종교인 한 명 한 명이 일상 속에서 모범적인 태도를 보이며 ‘작은 영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난도 청년층이 종교를 외면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한 위원장은 “취업은 생존의 문제”라며 “생존이 위태로우니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취업준비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영적인 문제에 관심 가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랩 하는 스님, 자전거 타는 목사…종교계는 이색 전도 中
이에 따라 종교계는 이색적인 전도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이 주최한 제 1회 출가콘서트 ‘청춘! 자유를 향한 날갯짓’에서는 출가 스님들이 과감하게 랩에 도전했다. ‘들어봐! 내 출가생활에 많은 사람들이 물었어. 왜 승려가 됐냐고…’, ‘자 나가자, 바른 길을! Buddhism is never false’ 등 반말과 영어가 뒤섞인 가사를 읊는 스님의 모습은 사뭇 낯설었다. 하지만 어색함도 잠시, 스님은 자유롭게 박자를 타고 관객은 유명 가수의 콘서트에 온 것처럼 동영상을 찍거나 열띤 호응을 했다. 인터넷상에서 반응도 뜨거웠다. 관련 동영상은 SNS 도달률 105만 명을 돌파했고, 네티즌들은 ‘정말 재밌다’, ‘이런 게 진정한 스님 스웩(swag)’등의 댓글을 달았다. 양선호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주임은 “불교가 권위적이라는 편견을 해소하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이 같은 출가콘서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은 후속 행사로 청소년 대상 UCC 창작대회, 자유 강연회 등도 기획하고 있다.

기독교도 예외가 아니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자전거교회’는 자전거를 매개로 한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다. 선교적 교회는 예배 위주의 전도에서 벗어나 모든 신도들이 직접 교회 밖에서 전도한다. 자전거교회는 자전거를 무료로 수리해주고 초보교육을 진행하면서 지역 주민과 일상에서 접촉면을 넓힌다. 일주일 중 사흘은 오전 10시부터 자전거 라이딩 전도를 진행한다. 채경묵 자전거 교회 목사는 “자전거 타기는 열린 공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며 “세대를 초월해 지역 주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복음을 소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색 전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 교수는 “현대 사회는 관심사가 세분화됐기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전도하는 것은 좋은 시도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 위원장은 “지금 종교의 위기는 전도방법 때문이 아니다”며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보다 종교의 필요성을 계속 설파하며 일깨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반응은 어떨까. 정유진 씨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좋은데, 결국 ‘종교 믿어라’고 강요하면 싫을 것 같다”고 말했다. 종교에 대한 인식은 나아질 수 있어도 태도 변화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종교와 청년층의 벌어진 간극은 좁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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