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개들은 짖는 거예요. 오늘 여기서 확실히 바꿔드릴게요.” 서울 강동구의 유기견 분양센터인 강동리본센터에 반려견 견주 10여 명이 모였다. 그들은 반려견과 함께 사단법인 ‘유기견없는도시’의 김지민 대표이사(43) 강연에 집중했다.

반려견이 짖어 말이 끊길 때마다 김 대표는 “강아지들이 짖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창피해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2월 24일 열린 ‘서툰 당신의 개(이하 서당개)’의 입학식에서였다.

서당개는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반려견 행동교정 프로그램이다. 서울 강동구와 유기견없는도시가 2017년부터 무료로 운영한다. 교육은 5주간 매주 토요일마다 강동리본센터에서 열린다.

반려견에 관한 기초 지식, 사회화 교육, 펫티켓 등 다양한 분야를 기수 당 최대 20명이 공부한다.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100명의 견주와 반려견이 교육을 이수했다. 김 대표는 “매번 신청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주민의 호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서당개는 실제 학교처럼 운영된다. 반려견은 도덕, 미술, 기술가정, 체육을 배우며 운동회에 참여한다. 트레이너는 선생님이라 불린다. 견주를 위한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시간도 있다.

적정 간식량을 가르치는 가정시간에는 트레이너가 “사람한테는 사과 한 조각이지만 몸무게 차이가 20배가량 나는 강아지에게는 20조각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수업 중 시끄럽게 짖는 반려견 때문에 견주가 당황해하자 “손에서 내려놓으시고 아이한테 눈 돌리셔야 해요. 보호자는 아이랑 떨어지셔야 한다”고 지적한다.

▲ 반려견 문화교실 서당개의 시간표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2월 발표한 보고서(2018 반려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소비 트렌드)는 올해 반려견 3대 트렌드 중 하나로 ‘펫러닝(Pet Learning)’을 지목했다. 애완동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 펫(pet)과 학습이란 단어 러닝(learning)을 합친 신조어.

보고서는 지난해 주요 포털사이트 등에 집계된 414만여 건의 검색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반려견과 관련해 동물보호법(2만200건), 훈련(7122건), 교육(4187건), 안전(1549건)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밝혔다.

견주들도 반려견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김대훈 씨(48)는 반려견 ‘단비’의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어 참여를 결정했다. 그는 “단비가 커갈수록 주인인 저한테만 집착한다. 다른 강아지들과도 어울릴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프간하운드 ‘모모’의 견주인 한송이 씨(35)는 “모모가 현관 벨이 울릴 때마다 심하게 짖어서 이웃들에게 피해를 준다. 10살이 됐는데도 아직 철이 안 든 것 같아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보서영 씨(65)는 푸들 ‘장군이’와 ‘샤넬’ 두 마리 모두가 문제라서 “장군이는 대소변을 못 가리고 샤넬은 천방지축이라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반려견과 함께 행복하기 위해 남편과 열심히 교육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 리드줄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미술시간. 견주가 직접 만든 리드줄을 반려견에게 채우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보호자가 반려견에 대한 지식을 학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당개의 곽태희 트레이너(35)는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보이다가도 보호자에게서 떨어지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보호자가 리더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얘기”라며 “보호자도 강아지도 서로 서툴러서 그러니까 교육을 받으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과정에 처음 참여했다는 안누리 씨(48)는 “우리 아이가 심한 줄 알았는데 교육받으러 오니 비슷한 아이들이 많아 교육받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아지가 무는 행동을 해서 고민이었다는 임영아 씨(50)도 “원인을 찾아 고치면 앞으로 많이 나아질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한재홍 씨(37)의 반려견인 시바견 ‘나무’는 지난해 11월 서당개를 졸업했다. 교육 후 그는 “나무가 전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마주치며 똘망똘망하게 반응한다. 최시원 강아지 사건으로 개에 대한 반감과 공포감이 최고조였던 때에도 이웃에게 아들보다 말을 더 잘 듣는다는 말도 들어 무척 기뻤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교육형태가 다양해졌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훈련소에 보내야 했지만, 요즘은 교육장은 물론 유치원까지 등장했다. 유치원에서 반려견은 원생이 되어 셔틀버스를 타고 등원한다. 다른 개와 함께 복종, 배변, 예절교육을 받고, 점심을 함께 먹으며 낮잠을 잔다.

3개월째 반려견을 유치원에 보낸다는 박지영 씨(28)는 “강아지가 유치원에 다니고 나서는 얌전해진 것 같다. 가정통신문이나 사진도 SNS로 받아 보니깐 유치원에서 뭘 했는지 알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강아지유치원 바우하우스(서울 마포구)의 이지훈 대표(34)는 “하루에 열 마리 정도가 오는데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야 해서 기본적으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교육은 물론, 혼자 사는 직장인이 믿고 맡길 수 있어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 반려견이 트레이너에게 펫티켓을 배우는 모습.

지방자치단체도 반려견 교육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경기 성남시는 2015년부터 지자체 최초로 전문가의 재능기부를 통한 반려문화 교육을 무료로 하는 중이다. 수원시는 올해 하반기에 반려동물 상설교육장을 완공시켜 8주 교육을 마친 견주에게 수료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강동구의 강동리본센터는 서당개말고도 유기견을 위한 재사회화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김지민 대표는 “기본적인 펫티켓 교육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안타깝다. 서당개처럼 지자체가 지원하는 교육이 많아진다면 사람들의 인식도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동구청의 최재민 동물복지팀장은 “펫숍에서 반려견을 물건 사듯이 입양하고 나중에 반려견에게 문제가 있다며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람이 많아 유기견 문제가 발생한다. 반려견 교육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생겨야 반려견과 건강한 공존도 가능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