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다. 황혼의 배낭여행이 콘셉트인 tvN의 ‘꽃보다 할배’에서 대만 여행을 방영하자 대만이 한국인에게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했다.

한국 젊은이들이 대만에 관심을 갖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쯔위가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를 흔들자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인은 쯔위를 비난했다.

이런 일로 많은 한국인이 전보다 대만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만에 대해 오해하는 점이 있다.

나는 대만에서 보낸 시간보다 한국에서 생활한 시간이 길다.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내가 한국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는 중국에서 몇 년간 생활하기도 했다. 매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힘들지만, 여러 각도에서 세상을 보는 기회가 됐다.

한국, 대만, 중국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굳이 정치적인 대화가 아니더라도 국가관을 알 수 있었다. 중국에서 지낼 때는 대만인이라는 말을 하면 일제 강점기의 조선인이 이랬을까 싶었고, 대만에서 지낼 때는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친구들에게 “나 국적 대만이야”라고 하면 “대만? 근데 너 중국어 하잖아?”라고 되묻는다. 내가 “대만도 중국어를 써”라고 대답하면 “아 그럼 중국이야? 뭐가 달라?”라고 반문한다.

내가 만난 한국인은 대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으면 중국과 혼동하곤 했다. 지금도 정치나 외교는 나에게 부담스런 영역이지만 중국과 대만 사이의, 이른바 양안(兩岸)관계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대만은 중국과 엄연히 다른 나라다. 대한민국과 북한처럼 정치체제부터 다르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주도의 사회주의 국가이다. 반면 대만은 민주주의 국가다.

한반도의 한국전쟁처럼 중국도 이념대립으로 국공내전을 겪었다. 마오쩌둥의 공산당과 장제스의 국민당의 대결에서 장제스가 패해 타이완 섬으로 도망치면서 중국대륙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이 1949년 세워진다.

대만의 정식명칭은 중화민국이다. 신해혁명(1911)으로 세워진 민주주의 국가다. 지금의 대만은 이를 계승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며 민주주의 국가인 중화민국은 자연스레 유엔에 가입됐다.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고 날로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1971년 국제사회는 중화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으로 인정해 중화인민공화국은 유엔 회원국이 된다.
 
중국은 대만을 부정하는 ‘하나의 중국’을 고수한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 내 하나의 성(省)으로 간주한다. ‘하나의 중국’의 영향은 올림픽에서 단적으로 볼 수 있다. 올림픽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대만은 ‘Republic of China’가 아니라 ‘Chinese Taipei’라 표기한다. 청천백일만지홍기 대신 올림픽기를 흔드는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만에서도 자신들을 중화민국 국민으로서의 중국인으로 여길지 아니면 대만인으로 여길지에 대한 대립이 있다. 1949년 국민당을 따라온 한족은 현재 노년층인데 자신을 중화민국 국민으로서의 중국인으로 생각한다. 반면 비교적 젊은 층은 대만으로 독립하자고 한다. 때문에 내 또래의 대만 친구들은 양안관계에 대한 질문에 민감하다.

어느 친구는 “중국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대만을 식민지로 넘겼고, 대만이 스스로 항일 운동으로 독립하자 중국은 어부지리심보로 대만을 가로채려고 했어. 나는 그것이 너무 뻔뻔스러워”라고 말했다. 다른 친구는 “우리는 중국의 통치를 받지 않아. 대만의 총통이념도 달라. 그런데 중국어를 한다고 해서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나는 대만 국적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오래 살았고 한국문화와 생활양식이 더 익숙하다. 그렇기에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은 현지인보다 덜한 듯하다. 그럼에도 나는 대만사람이다. 어딜 가도 내 국적을 인정받고 싶고 오해에서 벗어나고 싶다.

 

▣ 필명리
 
대만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1995년 태어났다. 대만에서 초중고 교육과정을 마치고,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이 좋아 한국대학으로 진학했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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