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서울캠퍼스 5월 15일 오후 6시. 학생들은 파란 풍선을 들고 학교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축제기간이지만 주점은 볼 수 없었다. 작년에는 할리 퀸 복장의 여학생, 정장을 빼입은 남학생으로 주점이 북적였다.

정문으로 향하는 길에는 일일호프 홍보 스티커가 많이 보였다. 학생들이 외부 술집을 빌려서 운영한다. 중앙대 2학년 김혜연 씨(20)는 “확실히 축제문화가 건전해졌지만 주점문화가 없어진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는 15일부터 17일까지 축제가 열렸다. 주점이 보였지만 메뉴판에는 주류가 없고, 안주와 무알코올 칵테일만이 있었다. 학생들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들이 신났던 순간은 연예인이 왔을 때였다. 올해 경희대 서울캠퍼스 축제에는 윤딴딴, IZ, 김연지, 김태우, 비투비가 초청됐다. 공연이 끝나자 교내는 조용해졌다. 경희대 의상학과 곽재현 씨(20)는 “축제 분위기가 이전보다는 확실히 시들해진 것 같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 중앙대 학생들이 학교중앙 라운지에서 힙합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

올해 대학축제는 작년과 달랐다. 가장 큰 변화는 주점문화였다. 교내에는 여러 부스가 설치됐지만 학생들은 주류를 팔 수 없었다. 밤새 계속되던 축제는 이른 시간에 마무리가 됐다. 막차를 포기하고 축제를 즐기는 학생은 거의 찾기 힘들었다.

축제현장의 변화는 주류판매 금지조치의 영향이다. 교육부는 국세청 소비세과의 요청을 받아 대학교에 주류판매 금지공문을 전달했다. 대학은 공문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자료를 학교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했다.
 
주세법 제8조 1항에 따르면 주류 판매업을 하려는 자는 종류별로 판매장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기준과 그 밖의 요건을 갖추어 관할 세무서장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주류 판매업면허가 없는 대학생이 주류를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런 규정을 어기면 조세범처벌법 제6조에 따라 처벌받는다. 대학생의 경우 무면허 소매에 해당하므로 9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된다. 지난해 인하대 축제에서 주류판매 행위가 적발됐을 때는 과태료가 부과됐다. 올해부터는 당국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공문이 전해지자 대학의 총학생회는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했다.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주류 반입을 아예 금지하는 경우였다. 성균관대 제 50대 중앙운영위원회는 주류는 물론 일반식품의 판매도 금지했다. 축제에서 일반식품을 파는 행위는 식품위생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대안은 푸드 트럭이었다. 학생이 아니라 식품위생법 제36조와 제37조 기준에 해당하는 외부업체가 운영한다. 따라서 올해는 학생이 직접 식품을 파는 부스가 생기지 않았다. 양초 만들기 같은 체험형 부스만이 가능했지만 참가한 학생은 적은 편이었다.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김주연 씨(20)는 “갑작스러운 축제구성 변경으로 많은 학생이 흥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부스와 활동이 준비됐지만 연예인 공연을 관람하는 데만 집중된 것 같다는 의견이다.

▲ 세종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의 주점. 주류판매는 금지됐지만 반입은 허용했다.

일부 학교는 주류판매를 금지했지만 반입은 허용했다. 세종대는 학생회비를 내는 학생에게는 주류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다른 대학의 학생은 외부에서 구매한 주류를 교내로 반입할 수 있게 했다.

세종대 호텔경영학과의 김기현 씨(20)는 “주류반입이 사실상 가능했기 때문에 축제 분위기 변화를 느끼지 못했지만 번거로운 과정이 있어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긴 했다”고 말했다. 주점 자체를 즐길 수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느끼는 축제 분위기는 대학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점이 있다. 교육부가 축제를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통보해서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공문을 전달한 날은 5월 1일. 대부분의 축제기획이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주점을 계획했던 학생들은 배송예정이던 주류를 모두 취소했다. 또 당장 축제를 진행해야 했기에 대안을 모색했다. 모든 일이 단기간에 진행돼야 했기에 공을 들여 기획했던 축제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의 최서희 씨(20)는 “법을 어기면서까지 주류를 판매하는 이유를 잘 몰랐다”며 축제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양대 경영학과 한준호 씨(21)는 “주점문화는 다양한 학우들과 더 편하고 쉽게 소통하게 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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