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신용카드와 대출상품이 나오는 중이지만 연체에 대한 안내는 찾기 힘들다.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문제를 고려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청년 신용불량자가 늘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조윤지 씨(26‧가명)는 대학시절,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썼다가 연체대금을 갚지 못해 독촉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이 들어와도 매달 20만 원씩 연체됐다. 그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쓰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했다. 취업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서 자신의 신용등급이 6등급임을 확인했다. 7등급부터는 신용카드 발급에 제한이 생긴다.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는 체크카드에 소액 신용기능이 결합된 카드를 말한다. 체크카드 소액신용결제서비스라고도 불린다. 통장 잔고가 없을 때 30만원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결제할 수 있다. 신용카드는 다소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발급되지만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는 그렇지 않다. 소득이 일정치 않은 20대에게 주로 권하는 이유다.  

▲ 카드회사는 2012년부터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상품을 도입했다.

우리 사회는 청년에게 빚을 너무 쉽게 권하는 것은 아닐까. 신용등급 3등급, 신용평점 1000점 만점에 840점인 기자가 직접 전화해서 알아봤다.

주거래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체크카드를 이용 중인데 대학생이어도 하이브리드 체크카드가 발급 가능하냐고 묻자 “그렇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본인확인을 위해 비밀번호의 앞 두 자리를 누른 후, 소액신용결제서비스 신청까지 걸린 시간은 1분 30초. 체크카드를 이용하고 있던 터라 소액신용결제서비스 가능여부를 조회한 뒤 “최대한도 30만 원까지 이용가능하다”는 말과 함께 등록이 끝났다.
 
상담원은 소액신용결제서비스를 이렇게 설명했다. “잔고가 부족한 경우에라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 밤 00시에서 오후 6시까지는 체크카드 승인이 거절되는 시간으로 잔고가 있어도 신용기능으로 이용됩니다. 고객님의 카드 결제일에 청구되는 서비스니 은행 영업시간 이내로 연체되지 않도록 입금처리 해주세요.” 일정시간에는 무조건 ‘돈을 빌리는’방법으로 결제된다는 말이다.

따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묻자 “없다. 고객님께서 동의해주셔서 등록처리가 끝나 바로 사용가능하다. 신용등급마다 총 한도가 다른데, 고객님은 신용등급이 높은 편이라 30만 원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무슨 근거로 신용등급이 높다고 했을까. 은행에서 체크카드를 1년 정도 사용한 게 다였다.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면서는 비밀번호 앞의 두 자리와 핸드폰 번호 11자리를 눌렀을 뿐이다.
 
상담원과 통화한 시간은 3분. 이용금액 연체 시 신용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의사항은 듣지 못했다. 체크카드 소액신용결제서비스는 신용카드와 동일한 연체율이 적용된다는 이야기도 없었다.

전화했던 은행의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는 연체 시 1개월 미만 22.9%, 3개월 미만 23.3%, 3개월 이상 23,7%의 연이율이 붙는다. 연체가 지속될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신용등급이 낮아진다.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신용불량이 된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이용자는 이 점에 대해 설명을 들은 바 없다고 했다. 황혜진 씨(23)는 “잔고가 1000원만 부족해도 전체 금액이 소액신용으로 대출되기에 한도를 채우는 일이 잦다. 후불교통카드를 이용하는데 지난달도 연체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체 시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지금은 5등급.

기자는 소액신용결제서비스를 해지하기 위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에게 연체 시의 불이익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자 상담원은 “일반상담부서와 신규발급부서가 구분돼서 정확히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많이 불편하셨을 텐데 도움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사실상 무직인 대학생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경우다. 신용카드는 △일정 정도의 수입이 꾸준히 있거나 △카드사에서 정한 금액 이상의 통장 잔고가 있을 경우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이어야 발급 가능하다.
 
주거래은행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대학생인데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개인정보를 확인한 후 “그렇다. 생각해둔 상품 있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서 상담원은 “대학생이시면 스타벅스를 자주 이용하느냐”고 질문했다.
 
상담원은 스타벅스 최대 1만 원, 패스트푸드 5000원이 할인되는 신용카드를 권했다. “아직 대학생이어서…”라고 말하자 그는 “전달 30만~40만 원의 실적을 채워야 해서 부담스러우실 수 있다”며 실적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카드를 권했다.

이 카드는 실적조건 없이 카드를 사용하면 포인트가 적립되는 카드다. 모든 가맹점에서 0.7%, 주말에는 0.5%가 추가 적립된다. 상담원은 “주말에 가족과 외식하면 기본적립 0.7%, 추가적립 0,5%, 음식 추가적립 0.5% 총 1.7%의 포인트가 적립된다”고 했다.

포인트는 계좌로 환급되기도 하고, 신용카드 청구금액에서 차감되기도 한다. 예컨대 1만 원을 사용하면 700원이 적립되며, 주말에는 500원이 더 붙어 1200원이 적립되는 식이다. 상담원은 20대가 많이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5분간의 통화해서 그는 연체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연체를 하면 연이율이 붙거나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얼마 전 이 카드를 발급받은 대학생 김성섭 씨(25)는 “직장이 없어도 발급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연체 시 신용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카드가입을 취소했다.

대학생을 겨냥한 대출상품도 있다. 인터넷에 ‘대학생 대출’을 검색하면 관련업체 70여개의 목록을 볼 수 있다. 대학생·휴학생은 2000만 원까지 대출가능하다고 홍보하는 업체도 보인다.
 

▲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제2금융권의 대출상품.

제2금융권 대출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를 입력하자 3분이 되지 않아 전화가 걸려왔다. 이름과 연락처, 희망금액을 물었다. 통화는 1분 58초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상담원은 쉬지 않고 질문했다.

개인정보와 함께 핸드폰의 본인명의 여부, 본인이름으로 이용하는 핸드폰 숫자, 일반대출 또는 학자금 대출 여부, 신용카드나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사용여부, 핸드폰 미납금을 확인하고 상담원은 “일단 1000만 원으로 진행하고 승인 후 500만 원을 추가 대출해주겠다”고 했다.
 
이어서 상담원은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신분증, 통장사진, 주민등록등본, 고교 졸업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상환기한, 연체율, 연체 시 불이익, 신용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상담원은 서류를 심사해 승인되면 돈이 바로 입금된다고만 했다.

▲ 상담원이 보낸 카카오톡 내용.

보험회사도 대학생에게 돈을 빌려준다. 납입한 보험료 안에서 대출을 받는 식이다. 계약자 본인이 가입한 보험 해약환급금의 70∼80% 범위에서 가능하다. 절차가 간편하고 이자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장지수 씨(27·가명)는 보험계약대출을 이용 중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걸 알지만, 보험계약대출이 이자율이 낮아 급할 때 빌릴 수밖에 없다. 보험사에서도 대출 잔액이 남았는데 더 받겠냐는 전화가 주기적으로 온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발표된 한국 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청년 5명 중 1명은 대출 경험이 있다. 연체 경험자 3명 중 1명은 금융 채무불이행으로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또 연체 경험률은 대출자의 15.2%, 3개월 이상 중장기연체율은 2.9%로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0.3%) 저축은행 가계대출 연체율(4.5%)보다 높다. 많은 것이다.

금융위원회 최치연 사무관은 “청년·대학생의 고금리 대출에 대한 적절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청년·대학생 대상 햇살론에 600억원을 추가 공급하고 있다. 채무조정 및 금융 전반에 관한 교육은 개선방안의 하나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오흥선 사이버한국외대 교수(금융회계학부 교수)는 정부차원의 노력을 강조했다. “대출연체나 카드빚으로 발생하는 신용등급 하락이 나중에 어떻게 피해를 미치는지 홍보해야 한다. 이후 금융회사에서 대출, 신용카드를 신규를 발급받는 고객에게 사례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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