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씨(25)는 2월 말 중소기업의 입사면접을 봤다. 3일 후에 연락을 준다고 했다. 소식이 없어서 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전화를 걸었다. “발표가 며칠 미뤄졌네요.”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1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런 일을 세 번 반복하고 나서야 김 씨는 합격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예정에 없던 면접이 더 생겼다. 기분이 나빴지만 일단 응했다. 면접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연락을 주겠다는 날이 됐다. 휴대폰은 잠잠했다. 김 씨는 이제 익숙해진 번호를 눌렀다. “합격하셨어요. 인사팀에서 연락 준 줄 알았는데.” 통보를 받고도 황당했다. 채용과정에 실망이 컸다. 결국 그는 입사를 포기했다.

잡코리아 설문조사(2016년)에 따르면 중소기업 최종면접 이후 불합격 통보를 받지 못한 구직자는 71.0%. 대기업(34.0%)의 2배 수준이다. 김 씨와 비슷한 일을 겪고 중소기업 입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중소기업의 69.1%는 인력이 부족하다지만 인력난을 스스로 부추기는 셈이다.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 채용공고를 대학생이 확인하는 모습.

중소기업은 정보공개부터 불친절하다. 구직자의 가장 큰 어려움이 정보부족이다. 취업 커뮤니티 ‘스펙업’의 ‘중소중견 이야기방’을 보면 게시물 5건 중 1건은 정보 관련 질문이다. 중소기업 정보 찾기가 너무 어렵네요(youn****) 00회사 아시는 분 없나요?(jhjh****) 00라는 회사는 어떤가요?(gege****)….

잡코리아 조사를 보면 기업의 고용안정성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37.1%)는 내용이 가장 많이 나온다. 기업문화나 분위기, 업무범위와 특성, 재무정보, 주력 사업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씨는 “네이버나 구글, 아니면 사람인과 같은 취업포털에서 검색하는데 공개된 정보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입사했다. 삼성, SK, CJ 등 대기업은 상세업무부터 인재상까지 종합정보를 채용홈페이지에서 소개한다.

다음은 채용공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모두 지원 중인 한홍비 씨(24)는 “대기업은 업무가 상세히 나누고 채용조건을 업무 별로 설명하는데 중소기업은 ‘신입. 커뮤니케이션에 능통한 자’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채용공고는 사람인, 잡코리아 등 취업 포털에 주로 올라온다. 양식은 갖췄지만 고용조건이나 사업분야 같은 정보가 부족하다. 구직자는 상세업무가 나온 쪽에 더 많이 지원하게 된다.

중소기업의 빠른 채용과정은 구직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소기업에 이력서를 넣었더니 1시간 뒤 연락이 오거나 면접을 당일에 하자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기업인지, 유령 기업인지 알기 힘들게 만든다.

▲ 잡플래닛에 올라온 면접후기.

면접관의 태도 역시 문제로 꼽힌다. 고영현 씨(26)는 지난해 150명 규모의 중소기업에 지원했다. 면접관 4명이 의자에 몸을 기대고 성의 없이 질문했다. “왜 말을 더듬냐”로 시작해서 “(당신은) 2700만 원 선”이라는 말까지 했다. 귓속말로 수다를 떨기도 했다.

고 씨는 “면접관이 공격적이었다. 경청의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견학방식도 황당했다. 알아서 둘러보라고 하는 식이었다. 사흘 뒤, 합격연락이 왔다. 고 씨가 입사를 포기하겠다고 밝히자 담당자는 “알겠다”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일부 기업은 합격시키고 출근날짜를 알리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강모 씨(25)는 2월 중소기업의 사내방송 아나운서로 합격했다. 면접이 끝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은행계좌를 만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스튜디오 공사가 있으니 3월 초부터 출근을 하라고 했다. 회사는 3월이 되자 “대표가 언제 출근하라는 말을 안 한다.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우리 쪽에서 확정 됐을 때 연락 주겠다”고 했다. 강 씨는 아직 연락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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