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주제=세대 전쟁의 확대? 세 가지 ‘비난의 세대 게임’
일시=2018년 11월 9일(금) 오후 4시
장소=이화여대 포스코관 251호실
사회=김주현 충남대 교수(사회학과)
발표=전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과)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는 2016년 12월 설립됐다. 연령통합 대책을 세우고 연령 통합적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 연구소는 제12차 연령통합포럼을 11월 9일 이화여대 포스코관 251호실에서 열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서강대 전상진 교수가 세대전쟁을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전 교수는 세대 전쟁을 다루기에 앞서 세대에 대한 정의를 연령집단, 세대정체성, 역할, 사회진단에 의한 집단 등 4가지 기준으로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연령집단은 외부규정에 의한 구분으로 흔히 말하는 청년층, 장년층, 노년층과 같은 명칭을 말한다. 세대정체성은 자기규정의 형태로 “내가 어디에 속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역할에 따른 세대는 “학교에서는 교사의 역할을, 집에서는 부모의 역할”을 한다는 전 교수의 말처럼 집단 안에서 자신이 가지는 지위나 역할을 의미한다. 사회진단에 따른 세대는 ‘88만원 세대’와 같이 특정시기의 초상화이며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 연령통합포럼에서 전상진 교수가 세대 전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세대 전쟁은 국가가 제공하는 재원이나 사회적 기회를 둘러싼 세대 사이의 다툼을 말한다. 세대 전쟁을 이루는 4가지 요소로는 저출산과 고령화, 노인의 지배, 세대 회계, 복지국가 세대가 있다.

세대 전쟁은 청년의 입장에서는 노인의 지배에 맞섬을 의미한다. 노인의 지배는 고령화와 연관이 있다. 노인의 숫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노인 유권자도 늘어난다. 노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표를 행사하기 쉽다.

세대 회계는 형평성의 문제와 연결된다. 노인 세대가 청년 세대를 착취해 그 몫을 가져간다면 이는 공평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복지국가 세대는 나이에 따라 사회정책 대상자가 결정되는 시대에 사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 저출산과 고령화는 청년과 노인 세대의 연결고리가 된다. 노인은 젊은 사람이 아이를 안 낳으려 해서 문제라고 말하고, 청년은 노인이 하는 일 없이 국가재정을 축내기만 한다고 말한다. 사회문제의 책임을 서로에게 묻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전 교수는 이런 세대 전쟁이 사실은 허상에 불과하다며 서구사회와의 차이점을 들어 설명했다. 독일은 1911년부터 인구감소란 용어를 사용했다. 그로부터 약 10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독일은 건재하다. 독일보다 적은 기간에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대한민국에게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전 교수는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서구와 달리 한국에서 사회보장보험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꼽았다. 노인이 하는 일 없이 많은 돈을 가져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도 많지 않다는 말이다.

노인도 돈이 없고 청년도 돈이 없다. 이 때문에 서구와 달리 한국에서는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이 나타난다. ‘일자리 세대 불균형…노인은 느는데 청년은 바늘구멍.’ 전 교수는 기사제목 하나를 예로 들었다.

이는 세대 프레임을 형성하는 방법의 하나로 세대와 별 상관이 없는 문제를 ‘세대의 문제’로 만든다. 청년의 일자리 부족과 노인 일자리 창출은 다른 사안이다. 그러나 세대 프레임은 상관관계에 있는 현상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현상으로 둔갑시킨다.

프레임을 씌워 세대 전쟁이 일어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교수는 적을 만들어 문제를 쉽게 보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 울분을 토해낼 대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울분은 정치적 비난, 조직 내 비난, 싱글 세대와 주류 사회와의 다툼 등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고 전 교수는 말했다. 모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회피하고 책임을 특정 세대에 떠넘기려는 목적을 가진다. 복잡한 원인을 가진 사안을 특정대상만 제거하면 해결될 사안처럼 만든다. 세대 프레임이 만드는 제거해야 될 대상은 세대가 된다.

전 교수는 세대 전쟁이 허상임을 알리고 근본해결책을 찾도록 관심을 돌리는 일이 자신의 몫이라며 스스로를 ‘소방관’이라 칭했다.

“예전에는 종북, 지금은 난민과 이주민 그리고 가까운 미래는 싱글 세대를 향하고 있어요.” 전 교수는 그동안 사회가 만들어낸 적을 이렇게 나열했다.

발표 후에 참가자가 성별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전 교수는 남자인 자신이 경청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여성이 가장 눈에 띄는, 두드러지는 타겟이 된다”며 비난의 대상을 만드는 사회현상에 주목했다.

엄연히 존재하는 연령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먼저 하는 게 좋느냐는 질문에 전 교수는 프레임을 걷어내야 한다고 대답했다.

“문제라고 하는 것이 단선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복합적이며 중층적으로 나타난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세세하게 보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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