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의 13기 전형이 끝났다. 선발하고 나서 마음이 편한 적이 없다. 강의실에서 만날 얼굴보다는 면접장에서 헤어진 얼굴이 머리에 남는다.

FJS는 저널리즘 교육기관이다. 2007년 시작해서 이제 13년이 됐다. 첫 해에는 6명이 지원해 개강을 3개월 연기하고 다시 모집했다. 2기부터는 정원을 채웠는데 경쟁률이 2대 1을 넘은 적은 없다.

SBS문화재단이 2014년(8기)부터 공동운영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기자과정(정원 30~35명)에 해마다 200~300명이 원서를 낸다. 수업료 면제로 지원자가 늘어 3단계 전형제도(서류 필기 면접)를 도입했다.

선발의 고민이 시작됐다. 채용이 아니라 교육을 하려는데 모두를 받지 못한다. 소수가 합격하고 다수가 탈락한다. 떨어지면 상처와 불만이 생기고, 떨어뜨리면 고민과 불편이 남는다.

언론인 지망생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뒤에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성찰(省察)의 시간을 권한다. 자신을 조용히 돌아보는 자세. 낙담하고 자책하고 좌절하고 분노하지 말라는 뜻이다.

탈락이라는 결과는 동일하지만 이유는 여러 가지다. 미세한 차이로 순위가 밀렸거나, 잠재력을 드러내지 못했거나, 자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합격자와 비슷한 수준이면 내부수리로 충분하다.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면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재건축이 시급하다. 처방은 정확한 진단을 전제로 한다.

문제는 지망생이 자기모습을 잘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강점과 약점, 장점과 단점을 정리하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 힘들다. 원인을 내부에서 먼저 찾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담을 하면서 자주 듣는 단어가 있다. 학벌, 성별, 나이, 배경, 전공이다. 지망생이 바꾸거나 개선하기 힘들다. 이런 요인이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하면 의욕이 떨어지고 집중하지 못한다.

외부요인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할 생각이다. 지금은 지망생이 내부로 눈을 돌리기를 권한다. 알파고와 대국을 끝내자마자 이세돌 9단은 복기에 들어갔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하기 바란다. 서류전형을 통과했지만 자기소개서에 고칠 부분은 없을까.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다시 쓴다면 보완할 부분은 무엇일까. 이런 식의 정리를 말한다.

면접에서 떨어졌다면 더욱 정밀한 복기가 필요하다. 질문과 답변을 중심으로 스트레이트, 기획, 인터뷰 기사를 쓰면 어떨까. 전체 흐름과 세부 장면을 담아야 한다. 정확하게 정리하려는 과정에서 스스로 아쉽거나 잘못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떠오르지 않을까.

이런 내용을 제 3자에게 보여주자. 자기평가와 조금 다른 지적이 나올지 모른다. 조금 다른 정도가 아니라,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한 점을 발견할지 모른다. 같은 처지의 지망생보다는 교수나 선배가 조언자로 적절하다. 같은 초급자가 아니라 코치에게 수영을 배우듯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저자인 톰 로젠스틸(Tom Rosenstiel)이 작년 10월 한국을 찾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그는 언론인의 차분함과 프로다움을 강조했다(Journalists must remain calm and professional).

FJS 학생은 이 책을 읽고 시험을 치른다. 전형에서 고배를 마신 지망생도 혼자, 또는 스터디에서 읽으면 좋겠다. 프로가 되기 전에 저널리즘 기본원칙을 차분히 되새기면 어떨까. 자신에 대한 대답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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