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주제=아시아 여성인권과 페미니스트 리더십
일시=2019년 1월 10일 오후 1~5시
장소=이화여대 LG컨벤션 홀
사회=이명선(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특임교수) 백경흔(인천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
발표=노라이다 엔둣(말레이시아센인즈대 여성과젠더연구센터 소장) 킨 마 유(양곤국립대 교수·법학과) 앰파리타스 마리아(아테네오 데 마닐라대 교수·법학과) 미아 시스카와티(인도네시아국립대 여성학 강사) 카브마니반 푸사이(라오스국립대 교수·사회학) 김주희(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미투 운동(Me Too)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고 탈코르셋 열풍이 부는 중이다. 아시아 곳곳에서도 페미니즘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가 1월 10일 ‘아시아 여성인권과 페미니스트 리더십’을 주제로 국제오픈포럼을 열었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라오스, 그리고 한국. 아시아 여성인권의 개념과 쟁점을 분석하고 페미니스트 리더십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학과장은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아시아 여성학과 트랜스내셔널 페미니즘 연구를 통해 여성인권 의식을 높이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여는 큰 성과를 이룩했다. 그러나 젠더교육의 부족과 곳곳에서 일어나는 통제와 폭력의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센인즈대의 노라이다 엔둣 여성과젠더연구센터(KANITA) 소장은 ‘말레이시아 고등 교육기관의 젠더 액티비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1957년 독립 이전부터 ‘여성해방’이 정치의제로 다뤄졌다. 1960년대 초기 여성운동은 교원 및 노조가 중심이었다. 활동가들은 노동근로자가 당하는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했다.

센터는 1978년 유엔아동기금(UNICEF)의 후원으로 출범했다. 여성 및 여아의 빈곤문제에 관한 연구를 시작으로 여성인권운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엔둣 소장은 범 학문적인 젠더 접근과 연구의 질적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터부시되는 인권에 대한 논의도 지속되어야 한다며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고등 교육기관 내 여성의 역할은 무엇인가? 여성학 연구에 남성의 도움은 어디까지 필요한가? 여성학이 사회 변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 페미니즘의 존속을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어서 킨 마 유 양곤국립대 교수도 미얀마의 뒤처지는 젠더의식을 비판했다. 미얀마는 1997년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서명했다. 그러나 여성이 느끼는 사회적 차별은 여전하다. 의원 491명 중 64명, 국방 요원 166명 중 3명만이 여성이다.
 
아웅 산 수지 국가자문역은 2006년 평화정착 과정에서의 여성 참여율을 50%로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는 그 목표를 30%로 낮췄지만 그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2011년 미얀마에 민선정부가 출범한 이후, 많은 여성단체가 생겼다. 킨 마 유 교수는 그 연장선에서 여성의 정치적, 경제적 참여를 촉진하고 여성인권 교육 프로그램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앰파리타스 마리아는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 교수이자 아테네오 인권센터(Ateneo Human Rights Center)의 우르두자 여성담당 소장이다. 그는 “인권센터의 개입 이전까지는 사법부가 젠더 감수성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편견 속에서 재판과정은 여성 피해자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았을 뿐더러 검찰이 피해자에게 성범죄 상황을 재연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인권센터가 끊임없이 항변한 결과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아래에서 사법부를 대상으로 젠더 감수성에 대해 교육할 수 있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필리핀 전역에서 41개의 젠더 관련 워크숍을 진행했다.
 
젠더 감수성을 사회적 의제로 공론화한 점은 큰 성공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관한 의식의 전환을 이루지는 못했다. 마리아 교수는 필리핀 여성 활동가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포럼을 시작하기 전에 발표자 및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미아 시스카와티 인도네시아국립대 강사는 2부의 첫 발표에서 ‘페미니스트 리더십’의 정의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미니스트 리더십은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과는 다른 개념이다. 페미니스트 리더십은 여성에 대한 부정과 억압에 대항하고 소외된 목소리를 간과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성, 인종, 사회 계급, 성적성향 이슈를 면밀히 다루고 사회의제에 대응하는 힘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페미니스트의 원칙을 네 가지로 정의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힘, 페미니즘에 입각한 원칙과 가치, 구체적인 목표, 그리고 일상생활에 내재된 실천이다.

인도네시아의 반여성폭력국가위원회(Komnas Perempuan)가 2018년에 100주년을 맞았다. 1998년 5월 일어난 폭동이 여성을 향한 성폭행으로 이어지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 설립된 단체이다.

위원회의 역사는 집합적 페미니스트 리더십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이루어낸 연대와 배움은 여성주의 집단 후발주자에게 청사진이 될 것입니다.”

라오스의 양성평등 현황은 어떨까. 카브마니반 푸사이 라오스국립대 교수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대답한다. 푸사이 교수는 라오스 여성의 낮은 식자율과 진학률을 예로 들었다.

개선을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을 포함시키는 일을 꼽았다. 또 하나는 여성의 지도층 진출 확대이다. 여성이 공직에서 목소리를 내야 젠더 감수성을 주류화 하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다.

이어서 서강대의 김주희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CGSI)교수는 “여성의 인권은 기존에 존재하는 인권개념에 여성을 추가하는 정도로는 충족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2015년 IS에 가담한 청년이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어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불렀다. 많은 사람이 이슬람을 페미니즘이 없는 곳(No feminism), 서구권을 페미니즘이 완전한 곳(Complete feminism)으로 해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공개한 ‘세계젠더격차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17)’에서도 아시아와 서구권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144개국 중 한국은 118위에 그쳤고 대부분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도 하위권에 속했다.

김 교수는 해당 국가에 페미니즘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순 기능을 하지만, 서구권을 모방해야 할 대상으로 개념화하는 이분법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종교적 의복을 입은 여성을 무조건 남성에 의해 억압된 개인으로 보면 안 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아시아 여성은 서구 중산층을 중심으로 구성된 인권범주에서 제외되었다. 아시아 여성 인권에 대한 재 개념화(re-definition)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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