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딕셔너리닷컴은 2018년 올해의 단어로 ‘오보(misinformation)’를 꼽았다. 영국의 사전 출판사 콜린스가 2017년의 단어를 ‘가짜뉴스(fake news)’로 선정한 데 이어서다. 세계는 지금 거짓 정보, 가짜뉴스와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선봉에 ‘뉴스가드(News Guard)’가 있다.
 
뉴스가드는 두 베테랑 언론인이 2019년 설립한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설립자 스티븐 브릴은 아메리컨로여(The American Lawyer)의 창간인, 고든 크로비츠는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의 전 편집인이자 칼럼니스트다.
 
▲ 뉴스가드 홈페이지(newsguardtech.com)
이들은 언론의 신뢰와 책임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뉴스가드를 창립했다. 뉴욕타임스의 에드먼드 리 기자는 1월 16일 기사에서 ‘뉴스산업의 베테랑들, 가짜와 싸우다(Veterans of the News Business Are Now Fighting Fakes)’라는 제목으로 뉴스가드를 소개했다.
 
뉴스 가드는 언론과 플랫폼 등 정보제공 사이트의 신뢰도를 평가한다. 뉴스가드 홈페이지(newsguardtech.com)에서 제공하는 플러그인을 구글 크롬,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등 브라우저에 설치하면 접속한 사이트에 ‘태그’가 달린다.
 
태그의 색깔은 사이트의 신뢰도를 보여준다. 빨간색은 신뢰할 수 없는 사이트, 초록색은 신뢰할 수 있는 사이트라는 뜻이다. 아직 평가 중인 사이트에는 회색, 유튜브 등 정보 공급자가 다수인 플랫폼에는 파란색, 풍자전문 사이트에는 주황색 태그가 붙는다.
 
▲ 크롬에서 접속한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주소창 옆에 초록색 태그가 달려있다.
평가는 기자와 분석가 등 약 50명으로 구성된 팀이 담당한다. 뉴스가드는 9가지 평가기준을 제시한다. 가장 비중이 높은 기준은 ‘반복적으로 거짓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음’이다. 그 외에도 ‘책임감 있게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 ‘정기적으로 오류를 바로잡거나 수정’ 등이 있다.
 
기준에서 60점 미만이면 빨간색으로 구분된다. 태그를 클릭하면 9가지 기준 중 몇 개에 부합하는지를 알려준다. 평가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언론사가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면 라벨에 표시한다.
 
▲ 뉴스가드의 9가지 평가기준(왼쪽)과 5개의 태그
뉴스가드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버즈피드(BuzzFeed), 뉴스맥스(Newsmax)를 신뢰할 만한 언론으로 평가했다. 폭스뉴스(FoxNews.com), 허프포스트(Huffpost)에도 초록색 태그가 달렸다.
 
그러나 우파성향의 인포워즈(Infowars)와 브라이트바트(Breitbart), 좌파성향의 데일리코스(Daily Kos)의 신뢰도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미디어 감시 블로그가 있는 좌파성향의 미디어매터스’(Media Matters)는 초록색 등급을 받았지만 9가지 기준 중 4가지를 충족하지 못했다.
 
▲ 인포워즈(Infowars)에 달린 뉴스가드 태그. 9개의 기준 중 5개에 미달해 빨간색으로 분류됐다.
개별 기사나 기자가 아니라 사이트를 평가하는 이유는 매 순간 쏟아지는 기사를 평가하는 일보다 언론사를 평가하는 일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브라우저 검색만 해도 태그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브릴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점은 뉴스가드가 언제 어디서나 작동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뉴스가드는 지금까지 미국의 영문 뉴스‧정보 사이트 2000곳 이상(약 96%)의 평가를 마쳤다. 앞으로 다른 나라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뉴스가드가 실제로 언론환경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갤럽조사는 독립적인 평가가 수용자의 뉴스소비 방식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사에 참여한 독자들은 ‘주의’ 표시가 나온 언론의 제목을 적게 공유했다. 조사는 뉴스가드의 투자자인 나이트 재단이 지원했다.
 
뉴스가드는 수익창출을 위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에 제휴를 제안했다.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부여하고 뉴스가드의 평가 시스템을 해당 기업의 서비스에 통합하는 식이다. 첫 주자는 마이크로소프트다. 뉴스가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브라우저에 뉴스가드를 도입하는 첫 번째 기업이다.
 
현재까지 뉴스가드에 투자된 금액은 약 600만 달러. 가장 큰 후원자는 광고 지주회사 퍼블리시스(Publicis)다. 광고회사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부적절한 사이트에서의 광고게재를 피해 브랜드 이미지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릴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뉴스가드에 대한 광고 산업계의 관심에 놀랐다”며 “가짜뉴스는 광고를 하는 기업의 상표 안정성(brand safety)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광고주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의 광고게재를 재고하는 중이다. 작년에는 테러리스트 단체의 홍보영상에 나온다는 이유로 일부 광고주가 유튜브를 떠났다.
 
가짜뉴스 확산의 도화선이 된 페이스북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페이스북은 AP통신과 폴리티팩트(Politifact) 등이 포함된 제3의 기관에 평가를 의뢰하는 등 사실 확인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최대 3일이 걸리는 확인 기간에 가짜뉴스가 더 많이 퍼졌다.
 
두 설립자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도 결국 뉴스가드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공지능은 실제 뉴스와 비슷하게 만들어진 가짜뉴스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정보를 검토하는 시스템을 뉴스가드가 중시하는 이유다.
 
뉴스가드는 자사의 서비스가 식품의약국처럼 미디어를 승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해석이 정부의 간섭과 강요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크로비츠는 “뉴스에 관한 정부의 어떤 강요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수정헌법 제1조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어떤 법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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