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 공동체라디오, 관악FM이다. 100.3 메가헤르츠(MHz). 직원은 8명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다. 간판 하나 없는, 지하 1층 주차장 옆.
 
공동체라디오는 기관이나 전문가가 아니라 시민이 주도한다. 공익목적의 방송을 위해서인데 노인, 장애인, 이주민 같은 소수자도 참여한다. 관악FM은 2004년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뒤, 정식으로 운영되는 중이다.
 
국내에는 7개의 공동체라디오가 있다. 재정은 모두 좋지 않다. 시범사업 단계가 지나면서 정부지원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동체라디오의 활성화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2017년 12월 발표했다. 지금 사정은 어떨까.
 
취재진이 관악FM 사무실을 찾았다. 작은 유리문을 열자 아늑한 공간이 보였다. 안병천 관악FM 대표는 공동체라디오의 특징과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주류 미디어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지역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아요. 돈이 되지 않으니까요. 지역 사회에서 소통을 지속하고 공익성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살아있는 매체는 공동체라디오가 유일하죠.”
 
관악FM은 자원 활동가가 주도한다. 방송 대본을 직접 쓰고 진행자 역할까지 한다. 현재는 200명 정도가 참여한다. 안 대표와 인터뷰를 하다가 자원 활동가로 보이는 학생 3명을 만났다.
 
권예진 김여진 김하은 씨는 생방송을 하러 왔다. 권예진 씨는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 진행을 꿈꿨다. 누구라도 진행할 수 있는 공동체라디오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했다. 김여진 씨는 방송을 직접 제작하는 일을 재미있어 한다. 김하은 씨는 방송에 대한 피드백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다른 스튜디오에서 구진욱 씨(25)을 만났다. 그는 아나운서 지망생이다. 관악FM 활동이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마포FM의 사무실
취재진은 서울의 다른 공동체라디오 방송국, 마포FM을 방문했다. 송덕호 대표는 공동체라디오를 99%의 시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매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공동체라디오가 사회변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포FM은 라디오 방송 외에 주민이 참여하는 다른 활동을 함께 한다. 최근에는 마라톤 행사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윤정현 씨는 마포FM을 통해 지역행사 정보나 복지제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공동체라디오의 지역 친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관심을 두게 되고, 관심을 두면 사랑하게 된다고 하잖아요. 공동체 라디오가 지역에 대해 그런 역할을 하는 거죠.”
 
마포FM의 주요 수입원은 외부행사다. 이외에도 회비나 후원금, 광고료를 받지만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다. 송 대표와 안 대표 모두 공동체라디오의 가장 어려운 점이 재정이라고 말했다.
 
시범사업 때는 정부가 연간 6000만 원을 지원했지만 2008년 이후 끊겼다. 마포FM은 구청지원을 받지만 액수가 10년여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관악FM의 기술을 담당하는 서창우 PD는 장비가 고장 나거나 낡아도 빨리 해결하기 힘들다고 했다.
 
“돈을 벌기 위해 노인 방송, 다문화방송, 장애인방송이 뒤로 밀리는 게 보여요. 일단 여길 유지해야 하니까 수익사업이 우선시되고.” 안 대표는 소수자의 권리가 공동체라디오에서도 뒤로 밀리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충남 공주에 있는 금강FM의 홍영주 AD는 예산과 인력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했다. 관악FM과 마찬가지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다.
 
방통위는 공동체라디오의 허가 유효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작년 9월에 늘렸다. 안 대표는 직접적 지원이 필요하므로 기간연장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송 대표는 조직 안정성이 없는 공동체라디오는 평가를 자주 받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 했다.
 
공동체라디오가 바라는 지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재정지원. 상지대 김경환 교수(미디어영상광고학부)는 사회적 기업이나 방송 분야의 4차 산업혁명 대상 기업으로 선정해 지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다음은 전파출력 개선. 마포FM 청취자 윤정현 씨는 주파수가 지역에서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송 대표는 “공동체라디오라는 영역을 인정하는 미국은 공동체라디오가 쓸 수 있는 주파수를 먼저 확보한 다음에 민영라디오를 허가했다”고 말했다.
 
공동체라디오가 출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인지도는 높지 않다. 일부 청취자는 채널을 돌리다가 무슨 방송인지 모르고 우연히 듣는다. 현실이 이렇지만 마포FM의 장지웅 편성PD는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계속 성장하는 게 보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관악FM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안 대표는 내년에 연구소를 설립해서 국제적 연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따뜻한 공동체에 기여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사무실에 있는 여러 믹서를 가리켰다.
 
“저건 대구 성수FM 믹서예요. 저건 광주FM 초창기 때 믹서. 저건 관악FM 거. 믹서 하나에 이야기가 많아서 사진을 다 찍어요. 공동체라디오 박물관을 한번 만들어보려고요. 전 기록의 힘을 믿어요.”
 
▲ 관악FM 사무실에 있는 구형 믹서. 박물관이 생기면 전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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