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에 1990년 입사했다. 편집부를 거치면서 취재기자 생활은 1994년 1월, 사회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내가 썼던 기사를 모았다가 주말이면 오려서 붙였다.

빛바랜 스크랩북을 넘기는데 동아일보 호외(號外)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 바탕에 하얀 글씨체의 제목이 조기(弔旗) 느낌을 준다.

호외는 마감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발행했다. 인터넷이 대중화하기 전에 독자를 위해 제작하고 배포했다. 방송에서는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갑자기 편성한 뉴스속보에 가깝다.

▲ 동아일보가 성수대교 붕괴 직후에 만든 호외

성수대교 호외는 2페이지다. 앞면은 붕괴사실, 사망자와 추락차량 명단,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을 전한다. 뒷면은 끊어진 다리와 상판의 모습, 구조작업, 극적 생존자의 소식을 담았다.

앞면의 주제목은 ‘성수대교 붕괴’, 부제는 ‘상판 50m 폭삭…46명 사망확인’이다. 뒷면의 주제목은 ‘어떻게 이런 일이…’, 부제는 ‘출근길 날벼락…붕괴 상판 피로 흥건’이다. 사고 25주기를 맞아 호외를 읽으니 당시의 기억과 심경이 생생하다.

사망자 명단에 ‘이연수’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온다. 무학여고 2학년이었다. 사고 며칠 전, 연수 양은 아버지에게 혼났지만, 스스로를 반성하며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정리했다.

당국은 현장에서 수습한 유품을 가족에게 돌려줬다. 아버지는 딸의 가방에서 편지를 발견했다. 연수를 그리워하다가 아버지 역시 세상을 떠났다. 울다가 울다가 딸 따라간 아빠들…. 성수대교 10주기를 맞아 조선일보가 유족의 사연을 보도했다.

▲ 성수대교 희생자 유가족회가 위령비 근처에 설치한 플래카드

성수대교를 다시 떠올린 건, 작년에 한강을 걸으면서였다. 희생자 위령비를 우연히 발견했다. 학생들과 함께 1월 23일 다시 찾았다. 플래카드가 새로 보였다. 세상이 다 잊어도...엄마는 잊지 않으마.

우리는 수많은 연수를 잃었다. 성수대교에서, 씨랜드에서, 세월호에서. 어른들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지만 의식과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바꾸지 않아서 되풀이된다.

성수대교 25주기, 씨랜드 20주기,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스토리오브서울>이 연중기획을 시작한다. 세상이 다 잊어도, 엄마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의 13기와 주니어반이 가슴에 새기면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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