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관훈클럽
주제=미세먼지와 북핵 문제
일시=2019년 3월 26일(화) 오후 2시 
장소=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사회=방문신 관훈클럽 총무(SBS 논설위원)
발제=반기문(제 8대 유엔 사무총장) 
토론=강찬호(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우탁(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부소장) 이중근(경향신문 논설위원) 황정미(세계일보 편집인)

 

“비핵화를 이루려면 남북, 한미, 북미의 세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핵심적인 문제 앞에서 톱니바퀴의 취약함이 드러나고 말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3월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최근 결렬된 미북 정상회담을 이렇게 평가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강연하는 모습

반 전 총장이 말하는 핵심적인 문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과거, 현재, 미래 핵능력의 전면 폐기로 이해하지만 북한은 진행 중인 핵 활동의 동결과 미국 핵우산의 제거로 이해한다는 뜻.

그는 세 가지 톱니바퀴 중 어느 하나 단단하지 못했다며 미북 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미라는 톱니바퀴만큼은 양국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단단히 조여질 수 있다. 한미 동맹을 수선하고 강화해야 한다.”

토론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핵 문제였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비핵화 협상을 새로이 하자는 얘기냐”는 이우탁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부소장의 질문에 그는 아예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이 이제까지 핵을 포기하겠다고 명확히 말한 적은 없다며 2008년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고도 핵 실험을 지속했던 일을 언급했다. 그는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쁘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고도 덧붙였다.

또 우리의 입장은 반드시 북한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말해 북한이 핵을 갖고 있어도 미국은 안보 위협이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사일 이동 수단만 없으면 된다는 본심을 무의식중에 드러낸 적도 있지 않느냐.”

경향신문 이중근 논설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가능한 남북 경제협력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반 전 총장은 “통일부가 일방적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하지 말고 유엔 산하 국제기구와 함께 식량공급처럼 순수하게 인도적인 차원의 경제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논설위원이 한일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냐고 질문하자 반 전 총장은 감성보다 지혜를 발휘하자고 말했다. “한일관계가 원만한 적은 없었지만 지금이 가장 나쁘다. 과거사 문제는 이 정도로 멈추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당시처럼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관훈토론회가 열린 국제회의장

반 전 총장은 이어서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위원장을 맡은 배경과 미세먼지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정치계는 미세먼지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민적 합의를 이뤄 범국가 기구가 소임을 다하기 위해 산업계와 언론계의 역할도 중요하다.”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질문에 그는 “탈원전은 국내에서 공론화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공식입장은 원자력이 가장 깨끗한 에너지 자원이라는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이 온실가스 감축 등의 부분에서 한국이 세계에 기여하는지 물었다. 반 전 총장은 “국제기준에 못 미친다. 유엔의 평가 역시 한국의 경제 성장에 비해 (기여도가) 약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미세먼지 중국 책임론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었다.

“초국경적 성격이라 외교적인 공방이 이뤄진 듯하다. 한 나라를 비난하고 책임을 추궁할 단계는 지났다. 책임공방보다는 공생과 협력을 추구하는 게 올바른 접근이다. 중국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우리가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취임 당시에도 느끼지 못했던 비장함을 한국의 미세먼지에 대해 느낀다고 했다. 그는 3월 27일 보아오포럼 이사장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건설적인 협력방안을 중국 지도자들과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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