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도 씨(33)는 직장생활에 지칠 때마다 달리기를 한다. 9개월째다.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된 달리기 모임 덕분이다. 평일에는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앉아있지만 목요일 오후 8시 30분이면 중랑천, 공릉동 등 노원구를 동네사람들과 함께 달린다.

집에서 5분 거리라 날씨가 따듯하면 번개모임도 종종 나갔다. 끝나면 맥주를 같이 하면서 친분이 생겼다.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심심할 때는 주민을 만났다. ‘동네친구’가 생긴 셈이다.

혼밥족, 혼술족. 혼자 하는 사람을 말한다. 취미생활도 마찬가지. 인터넷을 통해 커뮤니티와 SNS 이웃을 늘리지만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혼자 놀기를 거부하고 동네에서 친구를 사귀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릴 적 가방 내려놓고 놀이터에 모이듯이 퇴근하거나 수업을 마치면 동네친구를 만난다.

21세기의 동네친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형태다. 공터, 놀이터와 같은 어린 시절 ‘광장’은 더 이상 없다.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사람이 모이고 장소를 결정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결성된 러닝모임이 대표적이다.

▲ 어플 ‘소모임’의 화면

스마트폰 어플 ‘소모임’은 지역을 기반으로 취미모임을 정리해 보여준다. 18개 관심사 중 최대 7개, 지역은 3개까지 고를 수 있다. 독서, 등산, 사물놀이, 봉사활동. 소모임 측에 따르면 매주 5000개의 정기모임이 열린다. 가입과 정모 참석, 버튼 두 번만 누르면 된다.

4월 15일 월요일의 산책모임도 버튼 두 번으로 참석했다. 어둠이 내려온 오후 8시 30분. 수원시 광교산 아래 반딧불이 화장실에 20명 정도 모였다. 각자의 일정을 마치고 동네산책을 위해 모였다.

기자가 나이와 이름을 밝히며 자기소개를 하자 “막내가 들어왔다”는 환호가 나왔다. 회원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1주일에 두세 번, 동네에서 운동과 산책을 한다. 겨울에는 볼링과 양궁 같은 실내운동을 하고 날이 풀리면 수원 서호공원을 걷고 뛴다.

이날은 광교산을 찾았다. 가로등 하나 없는 산길을 스마트폰 불빛에 의존해 2시간 만에 올랐다가 내려왔다. 밤 10시 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한 잔씩 하고 집에 돌아갔다.

▲ 수원 산책모임의 야간등반

임용고시 준비생 유 모 씨(28). 집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카페에 7일 중 6일을 출석한다. 한 달 전 소모임을 통해 가입한 공부모임이다. 1시간 30분 동안 각자 공부하고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 6, 7명이 공부하다가 함께 쉬고 밥을 먹는다. 대부분 신림동과 봉천동 주민이다. 유 씨는 “혼자서 공부하면 나타해지기 쉽다. 동네에서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같이 공부를 하며 힘을 얻는 편”이라고 말했다.

“회사, 학교…. 이런 인맥은 너무 좁고 한정돼 있어서요.” 관악구 등산모임에 두 번째로 참석한 이영욱 씨(35)는 소모임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박지란 씨(26)는 경기도에 살다가 대전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얼마 전, 동네 산책모임에 가입했다. 그는 “친구와 가족이 없는 대전에서 동네 사람을 만나 1시간 동안 걷고 이야기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수요가 많아야 모임이 생긴다. 서울이 아닌 지역은 모임이 적다. 트렉왕(관악구 산악모임) 운영자 신지헌 씨(40)는 집이 수원이다. 자신에게 맞는 모임이 없어 서울까지 올라왔다.

종로구 독서 모임장 홍순민 씨(33) 또한 “지금의 스마트폰 모임 어플은 지역차별을 많이 받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서울을 벗어나면 신규 회원이나 모임유지 확률이 적다.
 
기자가 만난 동네모임 참가자는 모두 “혼자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라고 강조했다. 산책, 공부, 여가 모두 가까이 살던 이웃과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