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후원=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제=알권리와 언론의 자유
일시=2019년 7월 16일(화) 오후 7시 30분~9시
장소=나라살림연구소 4층 강당
강연=허찬행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언론인권센터는 6월 25일부터 화요일마다 알권리에 대한 강연을 마련한다. 네 번째 강연은 7월 17일, 청운대 허찬행 겸임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주제로 했다.

허 교수는 이날 강연을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알권리와 언론이라는 당연한 두 가지를 현실에서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하자는 말이었다.

허 교수는 시민의 개념을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장 자크 루소에 따르면 시민이란 주권에 참여하는 개인이다. 주권을 행사하는 시민이 탄생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요람으로 불리는 영국도 1928년에 보통선거를 도입했다.

궁금하다고 해서 모두 알권리의 대상은 아니라고 허 교수는 말했다. 주권자 시민이 공동의 문제를 판단하고 그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알권리에 해당하는 정보다.

따라서 알권리를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할 권리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시민 개개인과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정보는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의 신상, 외교상의 기밀은 알리지 말아야 할 정보에 해당한다.

허 교수는 알권리를 네 가지 단계로 구분했다. 이미 공표된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 사안마다 개별 법규에 따라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을 인정하는 단계, 마지막으로 한 개의 법률에 의해 정부가 관리하는 정보 전반에 대한 공개원칙을 정하고 국민에게 정보공개청구권을 인정하는 단계다.
 
한국의 알권리는 마지막 단계까지 왔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공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비공개 처리를 하면 국민은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 허찬행 교수가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주제로 강의하는 모습

그러나 이런 권리가 얼마나 잘 실현되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했다. 예를 들어 정보가 공개됐을 때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 정부는 일단 비공개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시민에게 공개해야하는 정보임에도 정보공개청구를 별도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허 교수는 공개 또는 비공개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준을 명확히 정한 뒤에는 비공개할 정보만 분류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개하면 된다. 기준이 명확하면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도 쉬워진다.

정보공개제도만 제대로 시행되면 알권리는 실현될까. 정보공개제도를 통해 시민이 공공의 정보를 모두 알 수 있다면 언론의 역할은 불필요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허 교수는 정보공개제도가 언론을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선 정보공개청구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은 시민을 대신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보를 알아내고 이를 시민에게 빠르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
 
또 언론은 정보공개청구로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취재할 수 있다. 시민이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정부는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다. 언론은 시민의 관심이 정당하다면 비공개 정보에 대해 취재하고 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개된 정보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로 만드는 데에도 언론이 필요하다. 정보에 역사적, 정치적 해석을 부여하고, 그 의미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일은 언론의 몫이다.

이처럼 언론은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취득하고 보도할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언론보도가 알권리를 침해하는 경우도 있다. 시민이 알 필요 없는 정보를 강조해 보도하는 경우다.
 
허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외교 순방을 할 때 언론이 박 전 대통령의 패션에 관심을 보인 점을 비판했다. 시민의 이익에 도움을 주는 정보가 아닌데도 보도했다. 한정된 시간과 지면 안에 불필요한 정보가 많아지면 꼭 필요한 정보는 축소될 수 있다.

강연을 마무리 지으며 허 교수는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언론이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존재하도록 감시와 비판, 견제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일상에서 언론을 감시하는 방법으로 뉴스를 보며 생기는 점에 대해 기자가 충분히 질문을 했는지를 살펴보라고 제안했다.

시민의 역할을 강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한국 언론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는 권력의 개입과 언론의 과도한 상업화로 언론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특히 공영방송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론적으로 공영방송은 정치권력과 상업적 압력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제도인데, 한국 사회에서는 민주화 이후에도 정치개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는 계속 있었지만 공영방송 이사회의 여당 및 야당 추천 비율을 조정하는 수준이었다. 허 교수는 그보다는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상업화 되면 안 된다는 주장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이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KBS는 올해 1000억 규모의 사업손실이 예고된다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윤 추구에서 자유로운 언론이 존재할 수 있을까.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했다.

허 교수는 언론사도 기업인 이상 상업성에서 완전히 독립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자율성은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KBS 수신료는 월 2500원이다. 독일 공영방송은 매달 17.5유로(약 2만3000원)이다. 그만큼의 사회적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KBS가 한국사회에서 그 정도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려줘야 잘 한다’와 ‘잘 못하니 못 올려준다.’ 허 교수는 두 의견이 부딪힌다고 말했다. 무엇이 먼저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단기간에 해결할 묘수는 없다고 허 교수는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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