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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직업 (11) 다방

기사승인 2019.10.13  14: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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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다방 청년다방 콩다방 사라다방…. 다방 이름을 빌린 카페가 늘어나는 중이다. ‘진짜 다방’은 어디로 갔을까.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에 ‘응접실 다방’이 있다. 4인석 테이블 5개가 붙어있다. 들어가서 냉커피를 주문하자 사장 홍경례 씨는 “프림 넣어 드려?”라고 물었다. 홍 씨는 혼자 일한다. 프림을 넣어달라고 하자 냉장고에서 ‘프리마’라고 적힌 봉투를 꺼냈다.

‘금성 싱싱 냉장고’라는 글씨에 눈길을 주자 홍 씨는 “그게 씽씽 냉장고야. 아직도 얼음이 꽝꽝 얼어. 50년은 더 된 건데 말짱해”라고 말했다. 금성냉장고와 프리마, 누런 벽지. 다방의 시간은 20년 전에 멈춘 듯 했다.

▲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의 ‘응접실 다방.’ 아래 사진은 옛날 냉장고

‘응접실 다방’은 1995년 7월 10일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커피 값 2500원을 유지한다. 홍 씨는 단골손님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화폐가치를 비교해보니 당시 2500원은 2018년 기준으로 4765원에 해당한다.

단골손님을 위해 홍 씨는 매일 아침 7시에 문을 연다. 매일 아침 7시 15분에 가게를 찾는 손님이 있어서라고 한다. “아침에는 7시 15분까지는 꼭 나와야 돼. 우리 홀에 항상 오시는 분이 있어. 와서 차 한 잔 하고 출근 하시는 거지. 아침 11시까지는 배달도 많이 있고.”

가격도, 가게도 그대로지만 손님은 많이 줄었다. 홍 씨는 “오픈 당시에 오셨던 분은 이쪽으로 오실일 있으면 지금도 (장사를) 하고 있나 궁금해서 꼭 들렀다 가시지. 요즘엔 경기가 나쁘니까 손님이 뜸하더라고”라고 말했다.

인근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다방을 찾는 발길은 더 줄었다. 세운상가의 상인뿐 아니라 상가를 찾는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가게 앞이 북적거려서 차도 사람도 지나다닐 수가 없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한산하다고 한다. 기자는 ‘응접실 다방’에 3시간을 머물렀다. 그 동안에 손님은 두 팀뿐이었다. 옆 테이블의 손님은 “요즘도 이런 다방이 다 있네. 이런 게 진짜 다방이지”라고 말했다.

을지로 주변에서는 옛날식 다방을 더 볼 수 있다. 서울시가 2018년 오래가게로 선정됐던 ‘을지다방’도 이곳에 있다.

▲ 을지다방 내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장 박옥분 씨(62)가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한 분? 뭐 드릴까?” 뭐가 있냐고 묻자 쌍화차가 유명하다고 했다. 쌍화차를 부탁했더니 “계란 넣어서?”하고 되묻는다. 차에 계란이 들어가서 생소했지만 다방의 맛이라니 넣어달라고 답했다.

주문이 들어가자 펄펄 끓는 냄비에서 쌍화차를 덜어냈다. 견과류와 대추, 동그란 노른자가 들어갔다. 한 모금 마시니 견과류와 대추의 달달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쌍화차는 다방의 마스코트다. 1985년 문을 열었는데 지금까지 단골손님이 찾는 이유다. 박 씨는 “(지금 가게에 오신 손님들) 다 단골분들이야. 우리집 쌍화탕은 내가 직접 다 끓이거든. 이거 먹으러 멀리서도 찾아와”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배달용 커피도 이제는 다른 카페처럼 일회용 컵에 담는다. 이전에는 종업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올케와 종업원 1명만 일한다고 한다.

‘응접실 다방’도 사정은 마찬가지. 홍 씨는 “예전에는 아가씨들도 있었지. 서너 명씩. 여기가 번화가였으니까. 요즘에는 장사가 안 되니 다른 다방도 다 혼자 하지”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유리잔 네 잔과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보자기에 싸서 가게를 나선다. 홍 씨는 평소에도 문을 열어두고 배달을 간다. 주변 상인과 안면이 있어 괜찮다며 웃었다. 계획을 묻자 홍씨는 “이제 나이가 있으니 언제까지 할 수는 없죠”라며 미소 지었다.

 

 

 

유정아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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