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한양대 평화연구소
후원=한국연구재단‧통일연구원
주제=한반도 평화정착의 두 개 근본적 과제와 그 해법
일시=2019년 10월 18일 금요일 오후 3시~5시
장소=한양대 사회과학대학 415호
강연=김강일 연변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사회=한준성 한양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의 축구경기는 무관중 무중계 무득점의 ‘3무(無) 경기’로 끝났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남북 관계는 경색된 지 오래다. 10월 18일 한양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김강일 연변대 국제정치학과 교수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해결할 과제가 많지만 핵심문제로 두 가지를 꼽았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냉전구도 종식이다.

두 가지 문제의 해법은 상충된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필수인 반면, 냉전구도의 해체를 위해서는 북한과의 교류, 즉 개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동시적 해결이 아닌 순차적 해결이 필요한 이유다.

김 교수는 핵 문제의 해결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북핵문제는 매듭인데, 이 매듭을 풀지 않으면 다른 게 안 풀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북의 개혁개방을 먼저 유도하고 비핵화를 하는 방안도 있지만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 김강일 교수(오른쪽)가 한반도 평화의 해법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

김 교수는 북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왜 2018년에 비핵화를 선언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하나는 2017년 미국의 무력사용 가능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사도발이 최고조에 이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유엔 연설을 통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여줬다.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다음으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북한의 기반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에만 4개의 대북제재(대북제재 결의안 2355호·2371호·2375호·2397호)를 채택했다. 또한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금융 기관과 기업을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 체제에서 배제시키겠다며 ‘세컨더리 보이콧’을 주도했다. 유례없는 강력한 제재에 북한이 위협을 느꼈고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정책노선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경제건설’을 주요 국책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대북제재가 강도 높게 진행되던 상황에서 우호적인 대외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완전한 비핵화, 핵 계획의 동결, 강대강 구도로의 회귀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북한이 가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결정은 상황에 따라 변하겠지만 자신들에게 가장 좋고 합리적인 정책을 선택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완전한 비핵화의 경우 가능성은 존재하나 북에게 ‘가장 나쁜 선택’으로 인식된다. 카드를 모두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핵 계획의 동결은 북이 핵심적인 핵 기술을 보유한 상태이고, 그 과정에서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강대강 구도로의 회귀는 북에게는 위험한 선택이다. 경제중심의 국 건설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목표에 어긋날뿐더러, 군사적 압력이 다시 형성되어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는 ‘핵 계획의 동결’이라고 김 교수는 본다.

미국의 선택지는 두 개다. 하나는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해 북을 고립시키는 길이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대로 인해 오히려 미국이 고립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무기를 확보한다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정책기조를 바꿀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핵 보유 묵인이다. 국제사회의 협력이 순탄하지 않거나,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강대강 구도’에서 미국이 받는 위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핵 동결을 택한다.

하지만 북의 핵 보유를 묵인한다면 동북아 지역의 다른 국가도 핵을 보유하려 할 수 있다. 이는 국제사회 질서를 무너뜨릴 위험이 크다. 그렇기에 김 교수는 지금이 북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마지막 기회’라며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은 일괄타결 방식으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원하지만 남한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은 단계적 방식을 선호한다. 북의 핵기술이 발전할수록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하나의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정부의 생각대로 ‘제재 풀고 협력할 건 하자’고 하면 핵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어요.” 그는 한국이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반드시 협력해 현재의 압박기조에 동참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한국사회가 냉전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에 적대적이면 ‘보수’, 북에 우호적이면 ‘진보’로 분류되는 한국 특유의 현상을 지적했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킬 뿐 아니라 합리적인 사유를 도출할 수 없게 만들기에 문제가 된다.

그는 “한국이 지금껏 객관적 논의를 하지 못해 많은 기회를 놓친 건 이분법적 사고의 탓이 크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이로 인해 놓쳐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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