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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교수의 세계 여행기 ⑤ 알래스카 빙하

기사승인 2019.10.20  18: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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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는 동토(凍土)다. 한글로 풀면 언 땅 혹은 얼음 땅이다. 지리학적으로는 툰드라 지대에 속한다. 이곳에서는 여름에도 얼음 땅이 잘 녹지 않는다.

알래스카에 처음 왔지만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데자뷰인가. 전편에서 소개했듯이, 앵커리지-밸디즈-페어뱅크스-앵커리지로 내륙 순환도로를 따라 알래스카를 일주했다. 그런데 20년 전 백두산 천지에 오르기 전, 만주벌판을 달린 기분이었다.

네이버에 동토를 검색하니 한쪽 구석에 툰드라라는 뜻이 나온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툰드라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에서부터, 알래스카 및 캐나다 북부에 걸쳐’ 북극해 연안의 넓은 벌판을 뜻한다.

알래스카의 원시림과 계곡 그리고 여름 산세를 보니 민간인 피격사건으로 2008년 7월 닫히기 직전의 금강산 모습과도 비슷했다. 그 해 6월 말 한국언론학회 회원 30여명과 금강산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2박3일 체류하며 ‘남북한 방송통신 교류와 한반도 사회자본 개발’을 위한 세미나를 했고 외금강과 내금강을 올랐었다.
   
이번 알래스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빙하 탐방이다. 수만 년 눈이 쌓여서 언 땅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기에 특별했다.

지구의 역사는 46억 년으로 추정되며, 현생 인류의 역사는 약 30만 년 이전에 아프리카에서 시작됐다. 그들은 빙하기에 생존하면서 일부는 중앙아시아를 거쳐 알래스카에 1만 년 이전에 도착했다는 가설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빙하가 남은 곳은 북반구에서는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스위스 알프스, 캐나다,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알래스카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캐나다의 로키산맥에 가면 만년설로 뒤덮인 산 빙하가 있다.

밴프 국립공원에 가서 만년설 위를 설상차를 타고 달리다가 내려서 애써베스카(Athabasca) 빙하 위를 걸은 적이 있다. 이 동토의 얼음 두께는 파리 에펠탑의 원래 높이인 300m나 된다. 하지만 그때는 빙하 위를 걷는 일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수 만년 지구 지리사의 탐방이다.   

▲ 컬럼비아 빙하가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

이번 알래스카 빙하의 해빙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바로 지구 온난화 현상의 결과물이다. 빙하는 전진하거나 후퇴한다. 겨울에 쌓인 눈이 여름에 녹는 양보다 많으면 전진이다. 적다면 후퇴다. 알래스카 빙하가 1985년 이후로 대부분 후퇴한다. 문제는 후퇴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는 사실이다.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를 의미한다.      

알래스카 빙하 지역은 7만5000㎢로 알래스카 전체 면적의 5%를 차지한다. 한반도 넓이가 22만㎢이니 남북한 합친 넓이의 3분의 1 정도의 땅이 빙하로 덮여있다. 알래스카의 북부보다는 주로 남부에 빙하 탐방의 포인트가 있다.

남부 쪽에는 북부보다 높은 산이 많기에 산봉우리에서 빙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툰드라 지역의 산이나 바다, 육지에 눈이 쌓이고 녹고 다시 얼어서 빙하가 된다. 빙하 끝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산, 바다, 육지 빙하로 분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산 빙하로는 엑시트(Exit) 빙하를 꼽는다. 수어드 지역의 키나이 피요르즈(Kenai Fjords) 국립공원 내 40개 빙하 중 하나다. 이름도 출구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산 정상의 다른 빙하와 다르게 일반인의 접근이 용이하다. 그래서 알래스카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이 빙하를 보면 지구 온난화 현상을 실감한다. 엑시트 빙하는 1815년에 아래 사진 왼쪽 상단부의  산 아래까지 전진했다. 그 후 지속적으로 후퇴해 현재는 빙하 끝머리가 오른쪽 하단 관망대까지 2km미터 올라갔다.

지금도 매일 한 발자국씩, 연 평균 150피트씩 후퇴한다고 한다. 이 속도가 2000년대에 들어서 더욱 빨라졌다. 과거에는 십여 년 만에 일어났던 하천의 범람이 이 지역의 연례행사가 됐다고 한다. 

▲ 엑시트 빙하의 1815년 이후 후퇴 양상

엑시트 빙하를 보기위해 버스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다가 ‘1926년’이라는 표시판을 봤다. 빙하의 끝머리가 1926년에 표시판이 세워진 곳까지 전진했음을 나타낸다. 버스에서 내려 빙하 관망대까지 올라갔다. 하루살이 같은 날 파리가 관광객을 괴롭힌다. 관람대까지 올라가는 동안에 표지판 연도가 점점 더 최근에 가까워졌다.   

마타누스카(Matanuska) 빙하는 알래스카에서 유일한 육지 빙하다. 넓이 4마일, 깊이 1마일로 추가치 산맥까지 27마일에 걸쳐 펼쳐진다. 앵커리지에 도착 후 둘째 날에 마타누스카 빙하 위를 20분 정도 직접 걸었다.

빙하 위 하이킹을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라면 예약을 통해 전문가 안내를 받아야 한다. 한 무리의 관광객이 아이젠을 차고 빙하 탐험을 시작했다. 마타누스카 빙하는 추가치 산맥을 통해 크닉(Knik) 빙하까지 연결된다.

크닉강 계곡은 알래스카에서도 ‘숨겨진 보석(hidden gem)’이라 불린다. 그곳에서 곰과 무스를 보고 하이킹과 연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알래스카에서는 “모든 도로는 매트 수 계곡으로 향한다(All routes lead to the Mat-Su Valley)”는 캐츠프레이즈가 있다.

육지 빙하의 얼음 사이로 도랑이 파였고 그 사이로 물이 졸졸 흐르거나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기도 했다. 빙하 사이에 만들어진 계곡에는 싸늘한 활강풍(catabatic wind)이 불기도 한다. 

▲ 마타누스카 빙하

베링(Bering) 빙하는 알래스카에서 제일 긴 빙하이다. 길이가 190㎞나 되며 매년 녹아서 흘려보내는 수량이 전체 콜로라도 강의 두 배에 달하는 30㎦이다. 이 빙하는 랭겔-세인트 엘리아스(Wrangell-St. Elias) 국립공원에 있다. 알래스카만에서는 10㎞ 북쪽이다. 다른 알래스카 빙하처럼 끝부분이 1900년 이후 12㎞나 후퇴했다. 

랭겔-세인트 엘리아스 국립공원은 북미대륙의 왕관으로 불린다. 미국에서는 58번째 국립공원이다. 미국에서 첫 번째로 지정된 옐로스톤 국립공원보다 여섯 배나 넓다.

알래스카 전체 빙하의 4분의 1이 랭겔-세인트 엘리아스 공원을 뒤덮는다. 이 공원에는 북미대륙에서 데날리 산 다음으로 높은 4000m 이상의 산인 블랙번(Blackburn4996m)과 샌포드(Sanford4949m), 랭겔(4317m)이 있다.

1번 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끝나는 지점인 글렌알렌 시에서 남쪽으로 4번 도로를 타고 가면서 볼 수 있다.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알래스카의 원시림 지역이다. 북쪽에서부터 남쪽으로 드럼, 샌포드, 랭겔, 블랙번, 보나, 처칠, 베어 산이 한 폭의 그림같이 늘어섰다.  

컬럼비아 빙하는 바다 빙하다. 밸디즈에서 유람선을 타고 프린스 윌리엄 해협(Prince William Sound)으로 나아가 컬럼비아 베이로 들어서니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덩어리가 여기저기 떠다닌다. 이를 빙산이라 하는데 보기는 처음이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처럼 전체의 9분의 1만 물 위로 나타난다는데 정말로 그럴까 유심히 살펴봤다. 개인적인 관찰로는 꼭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얼음덩어리가 물 밑으로 많게는 2분의 1에서 적게는 5분의 1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컬럼비아 빙하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얼음덩어리가 바다 위를 하얗게 뒤덮었다.

▲ 컬럼비아 빙하의 얼음덩어리

컬럼비아 빙하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후퇴하는 빙하이다. 2001년도에는 하루에 30m를 후퇴한 기록도 있다. 평균적으로 매년 7㎦의 얼음덩어리가 바다로 배출된다. 이 빙하가 1985년부터 2016년까지 후퇴한 거리는 19㎞나 된다.

깊이도 500m 이상 옅어졌다. 컬럼비아 빙하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15㎞ 더 후퇴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때가 되면 빙벽 중심의 높이가 조수(tidewater)의 높이와 같아진다. 

지구상 민물의 75%가 빙하가 저장한 담수라고 한다. 지구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60m 정도 상승한다. 그때가 되면 일본 열도의 상당 부분과 캘리포니아 낮은 지역 도시가 바다에 잠긴다.

그렇게 된다면 지구는 프린스 윌리엄 해협에서 본 혹등고래, 범고래, 까치돌고래, 바다표범, 그리고 악상어의 세상이 될 것이다. 이곳 프린스 윌리암 해협에서 유조선이 좌초된 대형사고가 1989년에 발생했다.

다음 편에서는 북극해의 프루도 베이(Prudhoe Bay)에서 밸디즈까지 이어지는 송유관 건설 스토리와 엑슨 밸디즈 유조선의 원유 유출사건을 다루겠다. 에너지 수송에 따른 자연환경 개발과 보존의 지속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storyofseoul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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