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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 <70> 마라케시 조약 토론회 ① 발표

기사승인 2019.11.03  21: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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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계란과바위
주제=마라케시 조약, 국내 이행 어떻게 할 것인가?- 조약 비준 4년을 돌아보며
일시=2019년 10월 28일 (월) 오후 2시~4시 30분
장소=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
사회=박지희(아나운서) 김영일(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발표=이일호(연세대 연구교수) 남형두(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현아(미국 변호사)
토론=이영록(한국저작권위원회 정책연구실장) 장보성(국립장애인도서관 자료개발과 사무관) 김영재(교육부 교과서정책과 과장) 김환희(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기획조정팀 팀장) 한인철(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본부 과장)

정보의 홍수라는 시대에 전 세계 약 3억 명의 인구가 ‘책 기근’을 겪는다. 시각장애 등 다양한 신체적 요인으로 인쇄물 접근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형태의 인쇄물은 전체 출판물의 10%에 미치지 못한다.

마라케시 조약(Marrakesh Treaty)은 시각장애인 등 저작물 소비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체결된 국제합의다. 저작권에 제한과 예외를 두고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2013년 6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개최된 외교회의에서 채택됐다.
 
한국은 2014년 6월 조약에 서명하고, 2015년 10월 비준했다. 비준국은 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제한 규정을 도입할 의무를 가진다. 문제는 기존 저작권법과의 충돌이다. 마라케시 조약의 이행이 어려운 이유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저작권 논쟁으로 조약의 실질적 적용속도가 더디다. 올해로 비준 4년째임에도 시각장애인의 책 기근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10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마라케시 조약의 국내이행 상황과 미래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 토론회를 시작하기 전에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이일호 연세대 연구교수는 마라케시 조약을 “인권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저작권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조약”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 규정을 장애인의 접근성 강화 차원에서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취지다.

그는 원활한 조약의 이행을 위해 세 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장애 당사자가 참여하는 상설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당사자가 참여해야 조약이행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고 실질적인 개선안을 만들 수 있다.

민간부문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저작권자와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들의 적극적 참여가 자료변환 과정을 용이하게 만든다. 그는 저작권자가 원본을 제공해 플랫폼 사업자가 유연한 포맷을 만들고 보편화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는 국가차원의 계획수립과 실천이다. 정부가 마라케시 조약의 이행에 대해서도 3개년 혹은 5개년 계획과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국가가 조약 현실화 방안의 밑그림을 그리고 청사진을 제공한다면 민간부문의 협력 또한 쉬워질 수 있다.

남형두 연세대 교수는 저작권법이 본 목적과는 다르게 인식된다고 지적했다.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할 이용자와 저작권자 모두를 위한 법인데도 후자만이 우선시된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은 저작권법·도서관법에서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정보 접근권의 권리자”라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유연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인과 같은 약시자(弱視者)나 저시력자(低視力者)는 인쇄물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는 시각장애인과 같다. 하지만 해법은 다르다.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면 점자나 음성파일에 익숙하지 않아 이용하기 불편하다.

이 문제는 활자확대 기능의 도입으로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법의 엄격한 해석으로 인해 제공되지 못한다. 법은 시각장애인의 접근 가능성보다 비시각장애인의 접근을 막는 쪽에 무게를 두고 해석된다.

또 남 교수는 법의 적용 범위를 ‘공표된 어문저작물’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제한은 악보 등 음악저작물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접근을 막는다. 따라서 ‘공표된 저작물’로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저작물을 디지털 형태로 만드는 지금이 기회라고 했다. 글자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하나의 저작물을 다양한 형식으로 소비할 수 있어서다. 남 교수는 환경에 맞춰 법을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이 향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아 미국 변호사는 마라케시 조약 제4조 4항과 5항의 한계를 지적했다. 두 조항은 각각 대체자료의 상업적 이용금지, 저작권자에 대한 추가 보상금 지급의무를 규정한다. 국가재량에 따라 채택여부를 결정하는 ‘옵션 규정’이다.

독일의 경우 보상금 지급(제4조 4항)을, 호주와 캐나다는 상업적 이용 가능성에 관한 규정(제4조 5항)을 채택했다. 호주에서는 재정적·행정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호주와 캐나다는 대체자료 이용자가 저작물을 합리적인 시간 내에 일반적인 판매가로 취득할 수 없도록 만들어 조약의 실효성을 해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외에도 여러 국가가 옵션 규정을 도입했다. 대체자료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제한해 마라케시 조약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어 문제소지가 높다. 김 변호사는 해외사례를 참고해 한국에서는 이용자의 권리와 이익에 초점을 맞춰 조약이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일호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VIP’라는 단어의 아이러니를 꼬집었다. VIP는 매우 중요한 사람(very important person)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Marrakesh VIP Treaty’로 표기되는 마라케시 조약에서 VIP는 시각장애인(Visually Impaired Persons)을 의미한다.

그는 “마라케시 조약으로 시각장애인이 정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람(VIP)으로 취급받고 대우받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정진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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