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의 13기와 프렙 수강생에게 메일을 보냈다. 언론사 입사시험에서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가장 많은 질문은 좋은 글의 기준이었다.

“절대적인 좋은 글이 있는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글쓰기 실력을 높여줄 좋은 글을 어떻게 판단하면 될지 궁금합니다. 어떤 글이 절대적으로 좋은 글일까요?”

“식사 자리에서 좋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것이 좋은 책인지 궁금합니다. 논술연습을 할 때, 관련 논제에 관해 가장 유명한 책들을 읽으면 될까요?”

대답하기가 어렵다. 절대적이라는 단어와 가장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궁금증을 풀어줄 절대적으로 좋은 방법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대를 조금 낮춘다면 이렇게 조언하겠다. 저자(또는 필자)와 분야(또는 주제), 두 가지를 기준으로 독서의 폭을 조금씩 넓히라고.

나는 대학생 때부터 몇몇 저자의 책을 계속 읽었다. 내게는 절대적으로 좋아서 출간되자마자 가장 빨리 샀다. 책장은 법정 스님, 언론인 조갑제와 리영희, 작가 김훈, 평론가 유홍준처럼 이름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기자 시절에는 공항 경찰 교통 교육 내무부 서울시 국방 복지를 담당했고 미국 일본 북한에 관심을 가졌다. 취재를 위해, 또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자료를 모으고 전문가를 만나고 특강을 들었다. 언론인 지망생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식을 축적하기를 권한다.

또 다른 기준은 언론인의 베스트셀러다. 정확하고(correct) 명쾌하고(clear) 간결한(concise), 좋은 문장의 조건(3C)을 갖춘 데다 사실성과 심층성과 역사성이 풍부하다.

김충식 가천대 부총장은 동아일보 기자 시절에 <남산의 부장들>을 썼다. 1, 2편 합쳐서 52만부 나갔다. 개정증보판은 8000부, 일본판이 1만 2000부 판매됐다.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영화로 찍어 내년 설에 개봉한다.

<남산의 부장들>은 책의 부제처럼 권력자를 위해 정치공작사령부 역할을 했던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 전신)를 다뤘다. 주말판 연재 당시부터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박정희 시대 이후의 한국정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는 기자생활을 거의 사회부에서 했다. 경제부처를 담당한 적이 없는데 <경제는 당신이 大統領이야>를 재미있게 읽었다. 경제가 정치 또는 사회와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 경제라는 딱딱한 분야를 쉽고 흥미롭게 풀 수 있음을 느꼈다.

언론인 조갑제의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와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은 경찰, 검찰, 법원 그리고 사형제도를 이해하려면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의 정상에 오르려면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걸어야 한다. 가끔은 쉬더라도 오래 눌러 앉으면 곤란하다. 욕심이 앞서서 뛰어 올라가면 곤란하다. 축적에는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글을 찾은 언론인 지망생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절대적이고 가장 적절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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