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한국언론학회·SBS문화재단
주관=한국언론학회
주제=사회적 갈등과 미디어
일시=2019년 11월 1일(금) 오후 2시~5시
장소=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사회=박홍원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발표=이선 주커먼(MIT 미디어랩 교수) 이미나(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토론=이재국(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정환(미디어오늘 대표) 최수진(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제임스 기어리(하버드대 니먼재단 부소장) 카림 벤 켈리파(포토저널리스트) 이브 펄만(스페이스십 미디어 대표)

 

오늘날 미디어는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사회통합에 기여하는가. 아니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가. 한국언론학회와 SBS문화재단이 11월 1일 공동주최한 세미나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자리였다.

이선 주커먼 MIT 미디어랩 교수는 라디오 기술발전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로 1부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인류역사를 통틀어 가장 획기적인 기술은 라디오라며, 라디오의 발명 덕에 방송과 지금의 소셜미디어가 생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주커먼 교수는 기술발전과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미디어가 나라마다 같으면서도 다른 특성을 갖는 점이라고 했다. 소셜미디어만 해도 국제모델(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국내모델(카톡과 라인) 공익모델(위키피디아와 파이어폭스)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가 등장한다고 모두 같은 모델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주커먼 교수는 국가의 선택과 규제에 따라 기술과 미디어가 달리 움직인다고 말했다.

▲ SBS문화재단 세미나의 모습

주커먼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위험하다는 선입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소셜미디어가 담배를 피우거나 감자튀김을 먹는 행위보다 더 해롭다는 식이다. 이런 연구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허구에 가깝거나 결과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는 우리에게 마냥 좋기만 할까. 이 물음에 주커먼 교수는 분명하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를 해치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자체의 나쁜 속성(중독성, 시간 허비), 저널리즘 저해, 나쁜 행동(부정적이고 선동적인 글, 가짜정보), 알려진 버그(알고리즘을 이용한 상업적인 필터 버블 악용, 음모설) 등 4가지 특성을 예로 들었다.

주커먼 교수는 대안을 제시했다. 미디어랩에서 기획한 ‘Gobo소셜’이라는 프로젝트. 슬로건은 ‘당신의 미디어. 당신의 규칙(Your social media. Your rules)’이다. 정치성향, 성별, 지역, 관심사 등 항목을 조정해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소셜미디어를 만들도록 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 개개인이 원하는 대로 소셜미디어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사회에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터를 조정할 수 있으니 직접적인 갈등의 소지가 적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게시물도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커먼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개선 및 연구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공적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소셜미디어는 개인정보나 활동내역을 통해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추적광고’로 매년 2000억 달러를 버니까 2%만 과세해도 40억 달러를 모을 수 있다고 했다.

발표가 끝나자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는 구글과 인스타그램 등 과세를 기피하는 미국기업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필터를 사용자가 직접 조정하는 식으로는 사회에 좋은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회에 좋은 미디어를 만들려면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커뮤니티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경희대 교수는 Gobo소셜 모델을 사용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이 모델을 활용해 ‘뉴스 신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필터조정에 따른 알고리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알고리즘의 투명성에 대한 연구를 더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2부는 이미나 숙명여대 교수의 발표로 시작됐다. 주제는 ‘분노산업을 넘어서: 국민 갈등 해소를 위한 솔루션 저널리즘의 실천’이었다.

이 교수는 갈등이 격화된 오늘의 세태를 지적하며 갈등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갈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점차 깊어지는 현상을 경계해야 하는데, 저널리즘이 갈등해소 역할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로이터연구소(Reuters Institute Digital News Report 2019)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뉴스를 믿을 수 있다’는 질문에 22%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조사대상 38개 국가 중 가장 낮다. 그만큼 우리 언론이 신뢰받지 못하고 갈등해소 역할이 요원하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원인이 ‘언론의 부적 편향(Negative Bias)’에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갈등요소를 부각시킨다는 뜻이다. 사회적으로는 무력감이 들게 하거나 관용수준을 낮추고, 확증편향 심화와 염세주의적 인식으로 이어져 갈등을 더 악화시킨다.

▲ 이미나 교수(왼쪽)는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해 발표했다.

언론이 갈등해소의 역할을 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대안의 하나로 ‘솔루션 저널리즘’을 제안했다. 문제를 지적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수준을 넘어 문제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문제가 어떻게 개선되는 지까지를 보도하는 방식이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독자, 언론사, 언론인, 사회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독자에게는 기사의 효능감을 높이고, 독자의 관심과 참여를 높여 독자를 늘리거나 언론사에 대한 평가를 우호적으로 바뀌게 한다.

이 교수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몇 가지 핵심요소를 설명했다. 먼저 다양한 해결방식을 찾아보고 적용 가능한 방식을 탐색하는 등 해결방식에 집중하는 과정과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시민을 참여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

발표가 끝나자 제임스 기어리 하버드대 니먼재단 부소장은 솔루션 저널리즘을 모든 사안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의 대상이 개인적 사안에 한정되기 때문에 기후변화 같은 미래 예측성 보도나 공동체 관련 사안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카림 벤 칼리파 포토저널리스트는 누가 영향을 받고, 어떤 매체를 통해 전달하고,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등 임팩트 저널리즘의 관점을 도입해야 솔루션 저널리즘이 성공적일 수 있다고 했다.

이브 펄만 스페이스십 미디어 대표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말 그대로 해결책에 초점을 두면서 해결과정을 경시하고 결과에만 집중하게 만들므로 ‘대화 저널리즘’과 같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명칭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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