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북의 시대는 끝났다. 가고 싶은 여행지를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경비부터 사진 스팟, 맛집 추천 등 모든 정보가 한눈에 들어온다.

현장감은 말할 것도 없다. 영상 한 편이면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방문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여행하는 셈이니 이보다 좋은 수단이 있을까.

여행 유튜브는 모니터 밖에서도 계속된다. 유튜버 동반 패키지여행, 여행 강연, 여행정보 제공 플랫폼 등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구독자는 영상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워 똑같은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이미 다녀온 사람에게는 여행지의 기억을 되살린다.

여행 유튜버 TOP 10의 구독자와 조회 수는 2019년 10월 27일 기준으로 확인했다. 기준은 영상의 50% 이상이 여행 관련인 채널로 정의했다. 순위검증을 위해 유튜브 마케팅 서비스 플랫폼인 ‘녹스 인플루언서’와 ‘유스타’를 참고했다. 구독자가 비공개된 채널은 제외했다.

▲ 국내 여행 유튜브 TOP 10

 

▲ 왼쪽부터 박막례 할머니 Korean Grandma, 희철리즘, 여락이들_

여행 유튜버 채널에서 1위는 <박막례 할머니 Korean Grandma> 채널이다. 구독자는 약 112만 명, 조회 수는 2억 회에 이른다.

이 채널은 박막례 씨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손녀 김유라 씨와 함께 떠났던 호주여행 영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인과 공유하는 수준이었는데 박 씨의 메이크업 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며 구독자가 급상승했다. 주요 내용은 박 씨의 세계여행, 메이크업, 일상이다.

박 씨는 세계 최초의 실버 유튜버다. 유튜브와 구글 본사가 2018년 박 씨를 한국대표로 초대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유튜버가 됐고 과학기술부 장관의 표창장을 받았다. 최근에는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수 없다>라는 에세이를 출간했다.

<희철리즘> 운영자 윤희철 씨는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다. 인터뷰 연습을 위해 촬영했던 ‘한국에 사는 흑인들’, ‘위안부 역사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 영상이 채널의 시작이었다. 주로 외국인을 인터뷰하다가 영어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는 2018년 4월, 연 매출 2억 원을 달성한 스타트업을 폐업하고 세계일주를 떠났다. 인터뷰 너머의 진짜 세상을 알리고 싶다는 이유였다. 구독자 45만 명, 조회 수 1억 회를 기반으로 세계 곳곳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여락이들>은 김수인 씨와 김옥선 씨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구독자는 약 42만 명이다. 이번 조사에서 4위를 차지한 채널 ‘여행에미치다’에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어 채널을 시작했다. 가장 화제가 된 영상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 영상과 인도, 이집트 여행이다.

이들은 지난 8월 모두투어와 함께 태국 치앙마이 콘셉트투어를 진행했다. 태국에서 4년 이상 거주한 김수인 씨와 모두투어가 공동기획했다. 구독자는 선망하던 유튜버와 함께 여행하는 즐거움을, 유튜버와 여행사에게는 새로운 수익창출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 위는 여행에 미치다(왼쪽)와 딩고 트래블. 아래는 visitSeoul TV(왼쪽)와 빠니보틀

<여행에미치다>는 기업이 직접 운영한다. 2014년 여행 커뮤니티로 시작해 35만 6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다. 회사직원의 여행후기나 자체 콘텐츠, 제휴기업 콘텐츠가 주된 소재다.

차별화된 포인트는 바로 영상미다. 영상의 색감 및 구도에 공을 들여 자세한 설명 대신 여행지의 풍경만으로 매력을 보여준다.

<딩고 트래블> 역시 기업이 운영한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메이크어스가 메인채널인 ‘딩고’를 주축으로 트래블, 뮤직, 웹드라마, 뷰티 등의 서브채널을 운영한다. 구독자는 26만 4000명이다.

<딩고 트래블>과 <여행에미치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영상의 구성이다. 딩고 트래블은 설명 위주의 여행정보성 영상을 제작하므로 길이가 짧은 편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운영하므로 연예인이 자주 등장하는 점도 특징이다.

<빠니보틀>은 박재한 씨의 ‘힘든 여행’으로 23만 명의 주목을 받았다. 앞서 소개한 유튜버가 미국과 유럽 등 유명 여행지를 호화롭게 여행한다면 빠니보틀은 인도, 중앙아시아 등 다소 생소한 여행지에 뛰어든다. 화려한 영상편집 대신 컷편집, 단순한 자막으로 시선을 끈다.

<VisitSeoul TV>는 서울관광재단의 공식채널이다. 구독자는 24만 2000명, 조회 수는 12억 회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와 협업하거나 NCT, 방탄소년단 등 인기 아이돌을 활용한다. 연예인 콘텐츠의 조회 수가 높으며, 외국어로 제작한 콘텐츠가 대다수다.

 

▲ 왼쪽부터 CampingCarJoa, 쏘이 Soy The World, 한국여행추천TV

<CampingCarJoa>의 구독자는 17만 7000명이다. 캠핑카 여행이라는 차별화된 소재를 활용해 세계일주 영상을 업로드한다. 세계 곳곳을 다니지만 여행지 모습보다는 여행지에서의 캠핑카 에피소드에 집중한다.

<쏘이 Soy The World> 운영자인 이소연 씨는 공인노무사를 그만두고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구독자는 17만 명, 평균 조회 수는 7만 6000회다. 화려한 촬영장비 대신 스마트폰으로 여행지에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업로드한다. 편집 역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다.

구독자 15만 9000명으로 10위에 오른 <한국여행추천TV>는 국내 여행지를 드론으로 촬영하여 업로드한다. 컷 편집 이외의 CG나 내레이션이 없다. 주된 소재는 자연환경과 국내축제다. 구독자 수에 비해 평균 조회 수(268회)가 낮다.

여행 유튜브를 즐겨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독자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쏘이 Soy The World> 운영자 이소연 씨를 11월 7일 오후 4시에 만났다. 그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마치고 하루 전에 돌아왔다.

“기록용으로 시작했던 유튜버가 직업이 되었어요.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은 힘들 수도 있지만 저는 너무 재미있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죠. 악플이 달린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건 유튜버의 숙명인 것 같아요.”

쏘이 채널은 주로 10대~30대가 시청한다. 그는 자신이 20대라 또래가 많이 보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여행 유튜브를 운영하는 입장으로서 대리만족이 된다는 게 신기해요. 제가 다녀온 인도, 남미 등 쉽게 갈 수 없는 여행지라면 대리만족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최근에는 여행 유튜브에서 착안한 방송 프로그램도 나왔다. KBS ‘배틀 트립’, tvN ‘더 짠내투어’,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등이다. 등장인물이 카메라를 들고 여행지 에피소드를 담아서 직접 여행한 듯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여행에미치다>는 자체 브랜드 쇼핑몰에서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과 주류 미디어로의 진출을 고려하면 여행과 관련된 콘텐츠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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