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살면서 할 수 있는 일에 제약이 있잖아요. 브이로그는 간접적으로 남의 일상을 볼 수 있으니까 제 욕망을 충족해줘요.” 부산 진구의 공민희 씨(21)는 매일 30분씩 브이로그를 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다.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가리킨다. 연예인을 비롯해 다양한 직업의 사람이 올린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안현정 씨(22)는 “브이로그를 통해 유튜버와 일상을 공유하고 댓글로 소통하면서 내적 친밀감이 쌓여서 재미있다”고 했다. 인천 서구에 사는 조주혜 씨(38)는 “유튜버에 대한 호감이 있어야 브이로그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박진규 교수(언론영상학부)는 브이로그 시청이 다른 사람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일반인 브이로그의 경우는 나와 다른 계급, 직업의 사람의 삶에 대한 호기심이고 연예인의 경우는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더 알고 싶고 많은 시간 함께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브이로그를 본다.”

브이로그의 이런 특성 때문에 브이로그 마케팅도 한창이다. 삼성, 한화, 롯데, CJ는 직원의 업무영상 브이로그를 올린다. 정부도 마찬가지.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의 일상을 담는 브이로그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대학생을 위해 시험 기간에 브이로그를 올렸다.

외국에서도 성행이다. 많은 유명인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브이로그를 올린다. 모델 카일리 제너의 <Kylie Jenner: A Day in the Life>는 2019년 12월 8일 기준으로 구독자가 675만 명, 조회 수가 3488만 회에 이른다.

▲ 브이로그 TOP 10

국내는 어떨까. 연예인의 경우 소속사가 관리하는 공식계정이 아니라 개인이 관리하는 계정만 고려했다. 영상은 12월 8일 기준이다. 브이로거 10위를 보니 연예인 3명, 셀럽 2명, 비연예인 5명이었다.

▲ 위는 백현(왼쪽)과 조효진 HYOJIN. 아래는 탱구TV(왼쪽)와 Ha Neul오늘의 하늘

아이돌 엑소의 백현이 1위다. 구독자는 221만 명이고 평균 조회 수는 209만 회다. 동영상은 12개인데 처음 공개한 영상의 조회 수가 373만 회로 가장 많다. 올해 5월에 시작, 한 달에 1~2개를 올린다.

무대 뒤의 일상도 보여준다. 쉬는 날에는 운동이나 산책하는 영상을 올린다. 글로벌 아이돌이라 댓글에 외국어가 많다. 한 달 전 영상 <백현이의 브이로그(두바이/슈퍼엠뮤비/분수쇼/먹방)>에 댓글 1만 6000개가 달렸다.

2위는 <조효진 HYOJIN>이다. 구독자는 121만 명이고 평균 조회 수는 41만 회다. 영상은 245개다. 유튜브는 2016년 5월에 시작했다. 1주일에 두 개 정도 올린다. 콘텐츠는 뷰티, 패션, 브이로그 등 다양하다.

3위는 소녀시대 태연의 <탱구TV>다. 구독자는 110만 명이고 평균 조회 수는 109만 회다. 동영상 28개 중에서 태국 콘서트 장면의 조회 수가 가장 높다. 2014년 1월에 시작했다. 첫 영상은 태연의 노래다.

<태연의 런던 여행기>를 시작으로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올렸다. <탱구TV>의 브이로그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나는 탱구다>는 태연이 일하는 모습을, <탱구 vlog>는 일상을 보여준다.

4위는 쇼핑몰 하늘하늘의 대표가 운영하는 <Ha Neul오늘의 하늘>이다. 구독자는 86만 5000명이고 평균 조회 수는 36만 회다. 브이로그는 물론 메이크업, 쇼핑 하울, 여행 등 다양한 주제로 올린다. 다이어트 관련 영상의 조회 수가 가장 많다.

▲ 위는 onod 온도(왼쪽)와 해그린달 haegreendal. 아래는 areumsongee 아름송이(왼쪽)와 신세경 sjkuksee

5위는 <ondo 온도>다. 구독자는 83만 9000명이고 평균 조회 수는 63만 회다. 취미생활을 담은 영상이 인기. 1주일에 하나 정도를 올린다.

채널 정보에 “잔잔한 일상을 담았어요 :)”라는 문구가 있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지만 댓글 창에는 외국인이 많이 보인다. 영상은 대부분 유튜버의 자취방을 배경으로 한다. 일하는 시간 외의 모습만 담는다.

6위는 <해그린달 haegreendal>이다. 구독자는 87만 2000명이고 평균 조회 수는 58만 회다. 영상은 46개로 집을 청소하는 모습의 조회 수가 가장 많다. 평균 2주에 하나를 올린다. 집안을 배경으로 주부의 일상을 담았는데 영상미와 촬영구도, 감성적인 문구가 인기비결이다.

7위는 SNS 셀럽 ‘한아름송이’의 <areusongee아름송이>이다. 구독자는 75만 2000명이고 평균 조회 수는 36만 회다. 영상은 165개다. 댓글에 일본어가 많다는 점이 특징.

8위는 배우 ‘신세경’의 <신세경 sjkuksee>이다. 구독자는 73만 5000명이고 평균 조회 수는 97만 회다. 영상은 18개 중에서 요리 영상의 조회 수가 가장 많다. 일하는 모습보다는 쉬는 날 취미를 즐기는 배우의 일상을 보여준다.

▲ _노잼봇Nojambot(위)과 Youjin유진

9위는 <_노잼봇Nojambot>이다. 구독자는 41만 3000명이고 평균 조회 수는 16만 회다. 영상은 165개로 일상을 담은 1분가량의 <일상/브이로그> 조회 수가 가장 많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장면을 올리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뛰어난 외모로 인기를 끌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후에는 브이로그 영상과 운동하는 영상을 주로 올린다.

10위는 <Youjin유진>이다. 구독자는 43만 6000명이고 평균 조회 수는 24만 회다. 운동 루틴을 알려주는 영상의 조회 수가 가장 많다. 미국에 사는 고등학생의 일상을 담았는데 미용 관련 정보도 제공한다.

“브이로그는 계속 성행할 것 같아요. 옛날에는 영상 제작이 전문가의 영역이었다면 요즘은 초보자도 정말 쉽게 할 수 있거든요.”

1년 전 브이로그를 시작한 유튜버 황다리 씨(황나희‧26)는 브이로그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지 않으면 브이로그는 계속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