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번호는 0000번입니다. 카운터에서 제품을 수령해주세요.’ 무인정보 단말기인 키오스크(Kiosk)가 늘면서 자주 듣는 말이다.

신영증권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롯데리아는 전국 1350개 매장 중 826곳(61.1%)에, 맥도날드는 전국 420개 매장 중 250개 매장(59.5%)에 키오스크를 뒀다. KFC는 전국 모든 매장에, 버거킹은 전국 339개 매장 중 230개 매장(67.8%)에 도입했다.

업체는 편리함을 위해서 도입했지만 장애인에게는 아주 불편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기자는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국립서울맹학교 고등과정 3학년인 이주희 양(19)을 만났다. 그는 밝게 인사했다.

▲ 이주희 양이 카페에서 점자메뉴를 읽고 있다.

이 양은 미소를 잃지 않다가 키오스크 얘기가 나오자 표정을 찌푸렸다. “너무 싫어요. 메뉴를 알 수 없을뿐더러 터치로 입력해야하는 기기인데 제가 무엇을 터치하는지조차 모르겠어요.”

그가 혼자 가게에 들어가 주문을 하려고 하면 키오스크로 하라는 말을 듣는다. 키오스크가 시각장애인에게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을 점원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편함 때문에 이 양은 무인매장을 일부러 피하지만 어딜 가나 키오스크가 많아서 힘들다고 했다. 일부 키오스크는 결제금액조차 읽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 노우진 씨(20)는 키오스크가 시각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용에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가능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키오스크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시각장애인을 조금만 배려해주기를 원했다. ‘배달의 민족’과 같은 어플리케이션도 이미지를 텍스트로 입력해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하는데 키오스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을 알까. 1년 가까이 맥도날드에서 일한 고지연 씨(22)는 시각장애인 손님을 맞기 전까지는 키오스크를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라 실례를 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키오스크를 시각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하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연합회 정책과의 김훈 씨는 키오스크 확산속도에 비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개선속도는 매우 느리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서비스를 배려가 아닌 의무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각장애인 역시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구입하므로 그들의 키오스크 사용은 정당한 권리임을 업주가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 은행 ATM 기기의 시각장애인용 키패드

장애인은 많은 점이 아니라 하나를 원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일. 이를 위해 시각장애인연합회는 물리적 키패드의 설치와 음성정보의 활성화를 요구한다.

화면을 만질 때 시각장애인은 메뉴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방향키와 같은 물리적인 키패드가 필요하다. 또 ATM 기기처럼 상세한 정보를 음성으로 꼼꼼하게 제공해야 시각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다.

노우진 씨는 ‘기술의 부재’가 ‘인식의 부재’가 문제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는데 김훈 씨가 이렇게 말했다. “기사 좀 잘 부탁드릴게요. 기자님. 저희 정말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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