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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상 특집 ④ 인보사 의혹 보도(SBS)

기사승인 2020.02.23  15: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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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거기에 인보사, 즉 연골세포를 주사로 넣으면 손상된 부분이 되살아난다고 코오롱생명과학은 홍보했다. 세계 최초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명약이라는 소문에 3007명이 투약했다.

SBS는 연골재생 효과가 없고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2019년 4월 3일 처음 보도했다. 코오롱이 인보사의 유통 및 판매중지를 발표한지 이틀 뒤였다. 코오롱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허가한 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로 바꿔 판매했다고 말했다.

회견장의 기자 50여명은 안전하다는 주장만 전했다. 하지만 SBS 취재팀은 이상하게 느꼈다. 허가 받지 않은 성분이 정말 안전할까. 전문가들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에게 제보했다. 말이 안 된다,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위험성을 입증할 근거를 보냈다.

조 기자는 제보를 보도하기 전에 문구 하나, 표현 하나를 확인받고 넘어갔다. 복잡한 내용을 1분 30초의 리포트에 담으려면 기자가 사안을 완전히 소화해야 했다.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작년 5월에는 다시는 이런 기사 쓰지 말아야지 생각했을 만큼 힘들었다.”

이에 따라 전국에 흩어진 피해자가 주목하고 뭉쳤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오킴스의 엄태섭 변호사는 “보도 덕분에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숫자가 많고 투약과정이 확실하지 않아 추적이 어려웠는데 피해자들이 스스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작년 5월에는 200명, 6월에는 500명, 7월에는 300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지금은 투약 환자 3분의 1이 참여한다.

▲ 엄태섭 변호사의 채팅창. 인보사 피해자의 구심점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사무처장도 높게 평가했다. “국민 편에서 정확하게 해석했다. 종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 거다.” 소수의 전문가만이 아니라 일반국민인 피해자가 알아듣게 하는 내용이라는 뜻이다.

엄 변호사는 “신장세포가 주입되어있는 것 자체가 일종의 잠복기인데 손해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때 SBS에서 ‘암’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인보사 부작용 이슈가 커졌다”고 말했다. 부작용이 간접적으로나마 입증되면서 소송에 유리한 분위기가 생겼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역학조사 결과, 환자의 65%에서 가벼운 우울증 이상이 확인됐다고 작년 10월 발표했다. 심한 정도의 우울증을 겪는 비율은 38%였다. 검증되지 않은 약품을 투여했다는 피해자의 불안이 우울증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2018년 1월 인보사를 투약한 김석환 씨(60)는 자신이 ‘실험용’이었다고 말했다. 의사는 투약 전에 성공확률이 85%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원망스럽다. 신약개발자들 목적이 회사 이윤추구가 되면 안 되지 않나. 우리가 전문적인 지식이 어디 있겠나. 언론에서 말하니까 그제야 이게 문제 있는 거구나 알았다.”

그는 투약 전후로 생활이 달라졌다고 했다. 종양세포가 몸 안에서 어떻게 변할지 걱정하고 아픈 다리에만 신경을 쏟는다. 요즘에는 다리 고통을 최소화할 방법만 찾으면서 지낸다.

김순곤 씨(69)와 원명자 씨(65) 부부는 2018년 12월,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인보사 광고를 보고 양쪽 무릎에 인보사를 투약했다. 무릎 당 700만 원이었다. 입원과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까지 1인당 1950만 원이 들었다.

원래부터 증세가 심각하지는 않았다. 부부가 평소 등산을 즐겼는데 시큰거리는 무릎 때문에 인보사를 맞았다. 고통 없이 등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다.

김 씨는 폐암과 갑상선암을 앓은 적이 있다. 인보사에 암 유발 가능성 인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암이 빨리 전이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는 “암에 걸릴 확률이 이제 두 배가 됐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5년에서 15년까지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효과가 없기만 하면 되는데 신체 안정성과 관련해서 이 세포가 무한증식체로 남아있다 보니 (언제 부작용이 나타날지 몰라) 오래 관찰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 SBS 취재팀의 한국기자상 수상모습

SBS는 식약처 허가과정에서 신장세포의 위험성은 왜 발견이 안됐는지, 알고도 허가한 것은 아닌지를 함께 짚었다. 국회가 작년 10월부터 관심을 가진 이유다. 식약처는 재발을 막기 위해 바이오의약품의 안전관리체계를 혁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언론이 관심을 가졌다. 연합뉴스는 작년 4월 9일자 기사에서 식약처와 코오롱이 인보사 문제를 처음 인지한 시기를 추적했고, 조선일보는 4월 16일 기사에서 전문가와 함께 심층분석했다.

조 기자는 “고백하건대 SBS에서 제기한 얽힌 복잡한 문제를 다른 방송사와 시사프로그램에서 준엄하게 이어가지 않았다면 인보사 사태는 허가취소와 검찰 수사로 일단락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언론 전체의 성과를 평가했다.

SBS는 인보사 보도로 작년 4월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7월에는 한국방송기자클럽이 수여하는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이번에 기자협회의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정부와 기업의 발표에 그대로 옮기지 않고 추적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결과다.

함께 인보사를 추적한 노유진 기자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 나오는 말, 저널리즘의 최우선적 충성대상은 시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큰 상을 받았지만 보상-치료-처벌문제가 남아서 조 기자는 마냥 기뻐할 수 없다고 했다. 추적보도를 계속하는 이유다.

 

 

 

 

변은샘·이유진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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