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을 3월 12일 찾았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아직도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집이 많다.

해가 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저녁 7시. 이날 서울 일교차는 13도였다. 연탄이 충분하냐고 묻자 주민 이태구 씨(70)는 창고를 보여주며 “한참 부족하다”고 말했다.

▲ 이태구 씨 집의 연탄

이 씨는 오전 5시 출근하며 연탄 2장을 채우고 오후 6시 퇴근해서 교체한다. 하루에 4장을 쓰는 셈이다. 한 달에 120여장이 필요한데 80장정도 남았다. 마지막으로 연탄을 받은 지 두 달이다.

“(연탄이 부족하다고 해서) 사는 사람은 드물어. 아예 없다고는 못하지만 없는 사람은 사고 싶어도 못 사지. 돈 있는 사람만 사놓는 거지.”

코로나19는 취약계층의 연탄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 배달 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후원이 끊기다시피 했다.

밥상공동체 서울연탄은행은 봉사일정을 취소했다. 3월에는 봉사자를 모집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매달 1일 신청 받았다. 연탄은행 홈페이지에 ‘코로나19로 경기가 어렵다보니 후원도 끊겨 연탄나눔에 어려움이 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 밥상공동체 홈페이지

김기분 씨(74)는 2월 초 연탄을 받았다. 부족한 집을 2월에 파악하면서 3월에 준다고 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4~5월까지 사용하기 부족할 것 같아서 연탄은행에 전화했더니 자원봉사자가 없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그가 사는 곳은 산동네라 춥다. 5월까지 연탄으로 난방을 한다. 아랫동네에서 꽃이 질 때 백사마을에는 꽃봉오리가 맺힌다.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나왔는데 김 씨는 점퍼를 입고 목도리를 둘렀다.

김 씨는 “코로나 때문에 봉사자 선생들이 없다는데 싫은 소리도 못하지. 그래도 한 번은 더 와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 김기분 씨가 사용하는 연탄통

이날 백사마을 입구의 수퍼마켓은 구청이 지급한 마스크를 주민에게 나눠줬다. 김선숙 씨(94)는 마스크를 받아 집에 가면서 지금 연탄을 4월까지 쓰기에는 모자라다고 했다.

그는 연탄을 하루에 8장정도 쓴다. 날이 따뜻해지면 평소의 절반으로 되지만 아직 날이 추워서 많이 필요하다. 심장이 좋지 않아 매달 검진을 받는 김 씨는 코로나19가 걱정돼 병원에 가지 않았다. 밖으로 일절 나가지 않는다. “노인네라 추우면 못 견뎌. 따숩게 때야 혀.”

백사마을 곽영일 통장은 “코로나가 심해진 뒤로 사람이 움직이질 않으니까 연탄 수급이 확실히 줄었다”고 했다. 이 동네는 한여름까지도 연탄이 필요하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물을 끓이거나 밥을 지을 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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