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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집 (26) 약사의 고충과 보람

기사승인 2020.03.16  22: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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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은 서울 동작구 상도4동의 약수태평양약국을 찾았다. 3월 16일 오전 11시였다. 인터뷰를 요청하려고 입을 떼기가 무섭게 전화벨이 울렸다. 마스크 구매 문의였다.

공적마스크를 오후 1시부터 판매하지만 김제석 약사(56)는 이른 아침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대답한다. 약국마다 평일 250장, 주말 400장의 마스크가 들어온다. 인당 2장, 평일 기준 125명에게 돌아가니 금세 품절된다.

이러다보니 ‘없무새’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마스크가 없다는 말을 약사가 앵무새처럼 수없이 반복하면서 생긴 말이다.

▲ 약사 서다빈 씨가 그린 마스크 없무새(출처=인스타그램 ‘ezikdabeen’)

취재팀이 김 약사와 20분 남짓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전화벨이 두 번 울렸고 손님 4팀이 약국을 찾았다. 모두 마스크 수량이나 판매시간을 물었다.

관악구 봉천동의 이시영 약사(64)는 출근하자마자 손님을 맞는다. “마스크를 구하려는 사람이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려요. 옷도 못 갈아입고 아직 없다는 설명부터 해요.”

그는 같은 말을 근무 내내 반복한다. 하루에 300명씩 물어본다고 한다. 출입문에 안내문을 붙였지만 소용없다. 녹음기를 틀어놓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약사를 힘들 게 하는 점은 불만과 의심이다. 관악구 봉천동의 김영준 약사(38)는 “마스크를 숨겨 놓고 안파는 거 아니냐고 의심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못 구한 불만이 약사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상황.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다른 이에게는 불만이 된다. 추운 날씨에 새벽부터 마스크를 기다리는 노인이 걱정돼 예정보다 일찍 판매했더니 나중에 도착한 주민이 10분 만에 동날 리가 없다며 신고했다.

공적 마스크는 인당 2장만 구할 수 있다. 처음부터 3~5장씩 포장됐으면 약사가 직접 나눠야 한다. 일부 시민은 이런 과정이 비위생적이지 않는지 의심한다. 김영준 약사는 “마스크를 사면서 신뢰가 안 간다는 분이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 봉천동의 어느 약사는 대리구매가 까다롭다고 했다. 장기요양급여를 받는 노인을 대신한다면 주민등록등본, 대리인 신분증, 장기요양인증서를 확인해야 한다. “공부해가면서 줘야 해요. 이 사람은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헷갈리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보면 단골에게 싫은 소리를 할 때가 있다. 기준이 안 되는데 대신 가져가면 안 되냐고 우기는 경우가 생긴다. 규정대로 한다면 섭섭하다며 나간다고 한다.

▲ 일부 약국은 공적마스크를 취급하지 않는다.

일부 약국은 판매를 포기했다. 관악구에서 40년 간 약국을 했다는 약사는 3월 9일까지 마스크를 판매하다가 5부제 이후는 그만뒀다. “마스크 판매만 하는 거면 마땅히 해야죠. 근데 약도 팔고 환자랑 상담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많아요.”

김제석 약사는 마스크를 판매하느라 끼니를 제때 못챙기거나 대충 때우기 일쑤다. 이런 사정을 알아서인지 일부 주민은 온정을 전한다. 평소 깐깐한 손님이 수고한다며 돈까스 도시락을 전한 일도 있다.

이시영 약사는 “애쓴다,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힘든 마음이 녹아내린다. 힘든 시기라 다들 예민하지만 서로서로 기분 좋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정·오영은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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