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외삼촌이 기자에게 물었다. “젊은 애들한테 트롯이 인기 있는 이유가 뭐꼬?” 기자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TV로 눈을 돌렸다. ‘내일은 미스터트롯’(미스터트롯)이 방영 중이었다. 대답하기 쉽지 않았다. 트롯 인기를 실감한 적이 없어서다.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은 2월 27일 시청률 32.7%를 기록했다. 종편 역대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유튜브에서도 인기다. 영탁 씨의 ‘막걸리 한잔’은 조회 수가 660만이다.

▲ 임영웅 씨 점수가 공개되는 순간은 분당 시청률 31.9%를 기록했다(출처=TV조선)

높은 시청률이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까. 20대 28명에게 물었지만 미스터트롯을 시청하는 사람은 1명이었다. 그나마 가족과 함께 시청한 경우였다. 출전자 이름을 2명 이상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준혁 씨(24)는 “주변에 미스터트롯을 본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방송을 챙겨 본다는 조세형 씨(25)는 “보는 애들은 꽤 있는 것 같다”면서도 “주변 또래랑 대화 나눈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연령대별 시청률도 이런 말을 뒷받침한다. 시청률이 30%를 넘은 2월 27일에도 20~49세 시청률은 9.0%를 기록했다. 전에 종편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SKY캐슬’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다. SKY캐슬의 최고시청률은 23.7%. 이 중에서 20~49세의 최고시청률은 14.8%였다.

유튜브 분석 사이트(NoxInfluencer)에 따르면 미스터트롯 영상클립을 제공하는 TV조선 채널의 34세 이하 구독자는 26.1%였다. 40세 미만 시청자가 68%인 넷플릭스에서 미스터트롯의 순위는 7위였다(2020년 3월 3일 기준). 장년층 이상이 주 시청자라는 얘기다.

미스터트롯 열기가 한창인 2월 4주차, 3대 음원차트(멜론·지니·플로, 플로는 3월 3일자 실시간 차트) 100위권 안에서 트롯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TV 시청자의 연령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2018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10대와 20대 응답자의 10% 이상이 TV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30대 이상은 매일 보는 비율이 60% 이상이지만 20대는 40%로 뚝 떨어졌다.

▲ 연령대별 TV이용 빈도(출처=방송통신위원회)

미스터트롯의 성공은 고령층을 잘 파고든 덕이다. 미디어오늘과 닐슨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미스터트롯 1~5회는 60세 이상 시청자가 평균 43%였다. 50세~59세 시청자 비중도 27%였다. 시청자 10명 중 7명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인 셈이다.

화면의 3분의 1 크기인 명조체 자막은 고령층이 읽기 편하다. 편집은 빠르거나 긴박하지 않다. 경연장 모니터에 보이는 커다란 가사 자막은 고령층을 위한 도구다. 

▲ 출연자는 효도를 강조한다(출처=TV조선)

TV 시청자의 연령대가 높아지더라도 젊은 층을 놓치지 않아야 국민 예능의 반열에 오른다. 미스터트롯이 기록한 2040시청률 9%도 대단한 수치다. 2019년 상반기에 9%를 넘긴 프로그램은 2개뿐이었다.

미스터트롯이 젊은 층을 우선한 프로그램이었다면 지금만큼의 시청률 대박을 터뜨리진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청률을 위해서 고령층을 먼저 노리고, 젊은 층은 놓치지 않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 미스터트롯은 여기에 충실했다.

따라서 미스터트롯의 성공은 젊은층에게 트롯이 인기를 끌었던 사례로 볼 수 없다. 이제 외삼촌에게 대답을 해야겠다. “젊은이들 짜달시리(그다지) 트롯 안 좋아해요!”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