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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여정 (18) 발달장애인 부모의 삶

기사승인 2020.03.23  23: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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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연 씨는 발달장애인 이승환 군(19)의 어머니다. 3년 전, 종편의 뉴스 취재에 응했다. 발달장애인 복지의 열악한 현실을 다룬 기사였다.

댓글이 달렸다. ‘장애인 자식을 둔 엄마 표정이 왜 저렇게 밝냐. 저거 전부 조작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기사 취지에 공감하는 댓글이 많았지만, 유독 저 댓글이 기억에 남았다.

비슷한 반응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이 군은 어릴 때 체육 교실에 다녔다. 같은 수업을 듣던 친구의 할머니가 강 씨를 가리켜 “저 여자 참 푼수 같다. 애가 장애인인데 웃음이 나온대?”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발달장애인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장애인의 9% 정도를 차지한다. 장애인 중에서 소수라 그런지 사회의 관심이 적은 편이다.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부모는 특히 ‘행복한 삶의 모습’이 전혀 이해받지 못한다고 했다. 사회의 편견 속에서 행복을 억지로 감추며 사는 셈이다. 발달장애인 레오 장메르 군(19)의 어머니 박순실 씨는 편견 어린 시선에 상처를 받는다고 말했다.

“엄마들이 단단해지고 나면 쉽게 웃을 수 있게 돼요. 그런데 제 웃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 표정이 참 좋으시네요’라고 말하며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웃으면 안 되나? 행복하면 안 되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발달장애인 부모는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바라본다는 말이다. 박 씨는 살아가면서 슬픈 일이 아이에게서 나오지만 기쁜 일의 99%도 아이에게서 나온다고 했다.

대부분의 자녀는 중학생이 되면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부모와 떨어지려고 하지만 발달장애인 아이는 늘 부모됨을 확인하게 해주는 존재라고 했다.

주말 오후, 레오 군의 집에 들어서자 음악이 흘러나왔다. 중간에 기타 소리가 들리자 레오 군은 ‘기타’라며 즐거워했다. 박 씨 부부는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박 씨 남편은 노래 듣기를 좋아하는 레오를 위해 집에서 음악이나 라디오를 자주 튼다고 했다. 박 씨는 레오 군이 ‘악동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옆에 있던 남편은 “그건 그냥 레오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 아들 레오 군(오른쪽)이 아버지와 즐겁게 지내는 모습

임은옥 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초등학생 윤시우 군(10)을 비롯해 세 명의 아이를 키운다. 하루는 남편이 “넌 좋겠다. 딸도 있고, 아들도 있고, 천사도 있어서”라고 했다.

임 씨에게는 시우 군이 정말 천사 같은 아이다. “공부 잘해라, 운동 잘해라, 이런 말 할 필요 없이 그냥 존재만으로도 너무 예쁜 거예요.”

인터뷰를 마치고 박순실 씨는 서둘러 집에 갈 채비를 했다. 장애등급 갱신에 필요한 방문 조사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인활동 지원 서비스를 지원받으려면 공단의 심사가 필요하다. 직원이 찾아와서 확인하고 점수를 매긴다. 등급에 따라 활동 보조를 받는 시간이 다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 눈에 띄는 기능장애와 달리 발달장애인의 상태는 몇 날 며칠을 지켜보지 않으면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서다. 잠깐 방문한 직원의 ‘시선’에 등급이 좌우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박 씨는 ‘불행해 보이는 척’을 해야 한다. 행복하게 보이면 등급이 낮아진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사회의 편견 속에서 발달장애인의 부모는 행복한 삶을 감추며 살아간다.

 

 

 

 

박지운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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