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범 씨(28)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어학연수 중이다. 투표가 민주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해서 총선이 다가오자 일찌감치 국외부재자 투표 신청을 했다. 하지만 캐나다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마음이 편치 않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에 따르면 3월 21일(현지시간) 캐나다의 확진자와 확진 대기자(1차 양성 판정)는 1331명이다. 이중 25.3%(337명)가 온타리오주에서 나왔다. 주 정부는 3월 17일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50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행사를 3월 31일까지 금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표하러 가도 되는지 조 씨는 걱정한다. 한국 대사관은 투표소의 방역 관련한 공지를 하지 않았다. 조 씨는 “투표소에 사람이 밀집하는 게 특히 걱정된다. 당장 내일 쓸 마스크조차 없어 교민이 불안해 한다”고 전했다.

재외투표 대상은 두 가지 유형이다. 재외선거인은 국내 주민등록이 말소된 영주권자를, 국외부재자는 국내 주민등록이 있는 유학생, 주재원, 여행자를 말한다.

재외투표는 4월 1일부터 6일까지 119개국 205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올해 등록자는 17만1959명이다. 1주일 뒤부터 시작되지만 코로나19로 많은 교민이 고민에 빠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총선을 앞두고 국내 투표소 방역 대책을 발표했지만 재외 투표소는 사정이 다르다. 귀국해서 투표하라고 권유하거나 소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을 뿐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호주 시드니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김지윤 씨(27)도 투표소 감염 문제를 우려한다. 선거 연기나 취소까지 원하지 않지만 투표소의 방역 여부를 알 수 없어 고민이다. 김 씨는 “시드니 총영사관 홈페이지에서 방역 관련 사항을 확인했지만 공지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뉴욕의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재학생 박모 씨(25)는 투표소에 많은 사람이 모일 것 같아 걱정한다.

CNN에 따르면 뉴욕 확진자는 3월 21일 오후 기준으로 1만 356명이다. 미국 전체 확진자가 2만 3649명임을 고려하면 절반이 뉴욕에서 나온 셈이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뉴욕을 ‘중대 재난 지역’으로 지정했다.

박 씨는 “평일 점심시간에도 뉴욕 중심이 텅텅 비었다. 불가피하게 출근해야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과 달리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 감염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미국 뉴욕 펜실베니아역 일대. 텅 빈 도로에 택시가 줄지어 섰다.

뉴욕 총영사관에 재외선거를 신청한 교민은 7646명이다. 선관위 공보과의 손민하 주무관은 20일 “국가별로 방역 대책에 따라 도시를 봉쇄하거나 이동 조치를 다르게 한다”며 “(방역 지원 등을) 국내에서 하는 투표 절차처럼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귀국 투표에 대해 박 씨는 난색을 표했다. “사람들이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무서워해요. 공항에 가기조차 꺼리는 사람도 있는데 귀국 투표는 정말 최악이네요.”

동양인 혐오는 투표소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뉴욕 거주 7년 차인 유학생 김지윤 씨(26)는 “인종차별로 인한 폭행이나 폭언이 바이러스만큼 무섭다”며 “웬만해서 대중교통은 타고 싶지 않아 무조건 택시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재외선거 투표소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일부 지역에만 있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유권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개인 차량이 없으면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우버 등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동양계 승객이 승차를 거부당하는 인종차별에 시달린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재외선거가 취소됐다. 총영사관이 재외선거 사무를 공식 중단하면서다. 우한에 남은 교민 49명의 선거권은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 손 주무관은 “(우한 교민은) 현실적으로 투표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확진자(3월 22일 기준 91명)가 적은 베트남 교민도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호치민 한인회 관계자는 20일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전방위적으로 사투를 벌이는 시기”라며 “가능하다면 절차가 복잡하지 않은 온라인 투표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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