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보다 폐 손상이 많아서 폐활량 손실이 엄청 크다. 치료해도 완치가 아니다.”
“생강물을 끓여 데이지 않을 정도의 뜨거운 상태에서 마시면 균이 침투하지 못하고 목안에서 상당수가 죽는다.”
“숨을 깊이 들이쉰 채로 기침, 불편함, 답답함 없이 10초 이상 숨을 참는다면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임영진 씨(82)가 받은 메시지다. 하루에 2~3개, 많으면 5개. 카카오톡의 단체대화방 3개와 개인대화방 10개에서 오고 간다고 했다.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영구적인 폐 손상이 온다는 내용은 근거가 없다고 전문가들이 확인했다. 대만 전문가들이 전했다는 ‘10초 자가진단법’ 역시 타이완팩트체크센터에서 거짓으로 판명됐다.

▲ 임영진 씨가 지인에게 보낸 허위정보

문제는 잘못된 내용을 받은 피해자가 다른 이에게 같은 내용을 보낸다는 점이다. 임 씨는 코로나 관련 메시지를 받으면 친지와 지인에게 전했다. 고정적으로 보내는 대상이 가족 10명, 지인 5~6명이다.

임 씨와 임 씨의 지인은 서로가 틀린 내용을 주고받으며 허위정보에 교차감염이 되는 셈이다. 임 씨는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친구들과 만나지 못해 평소보다 더 많이 관련 메시지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고령층은 질병과 정보 모두에 취약하다. 3월 25일 기준으로 전체 확진자의 치명률은 1.38%지만 임 씨와 같은 80대 이상은 13.55%나 된다.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다는 통계가 나오자 고령층은 다른 세대보다 공포와 불안에 더 휩싸이면서 아는 내용을 주변에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 씨는 “우리 같이 늙은 사람은 (감염되면) 사단이 나고, 젊은 사람은 아니니까 우리라도 더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허위정보는 부작용을 부른다. 경기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7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결정적 원인은 입을 소금으로 소독하면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임 씨는 “얼마 전 소금물이 코로나를 예방한다는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냈다”고 고백했다.

▲ 소금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한다는 내용

이들은 코로나 정보가 혹시 잘못됐다고 의심하지 못했을까. 임 씨는 평소에도 지인과 뉴스를 자주 주고받는다. 정치 뉴스는 받자마자 지우는 편이지만 아프면 안 되니까 건강과 관련한 내용은 다 보낸다.

“메시지를 보내는 지인은 대부분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온 고학력자다. 사범학교 나오고 대학을 간 똑똑한 사람이나 이런 것을 보내지, 우리 중 웬만한 사람은 카카오톡 자체를 안 한다.”

▲ 허위정보는 출처까지 속인다

일부 정보는 특정 전문가와 조직을 사칭해서 신뢰도를 높인다. 임 씨가 받은 메시지의 일부는 정보출처를 기획재정부, 코트라(KOTRA),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 밝혔다. 다수는 ‘우한 연구소’나 ‘대만 전문가들’처럼 출처가 확실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는 ‘뜨거운 물을 마시면 예방이 된다’는 내용의 ‘의협 권고사안’이 가짜라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열에 약해 뜨거운 물을 마시라는 권유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임 씨의 손자인 이선욱 씨(25)는 “할머니가 가짜뉴스를 자주 전하다 보니 (사실이 아니라고) 일일이 말씀드리기도 조금 지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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