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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의 딜레마

기사승인 2020.05.17  19: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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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은 2020년 10살이 됐다. 작년 4분기 월 이용자는 4485만 명으로 국내 모바일 앱 종합 1위다. 카카오톡 이후 출시된 메신저 앱이 많지만 여전히 독보적 자리를 지켰다.

한국인의 마음을 10년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에 이용자의 불만은 없을까.
 
취재팀은 10대에서 60대까지 카카오톡 사용자 12명을 인터뷰했다. 초등학생, 대학생, 사무직‧영업직 회사원, 주부 등 직업이 다르다. 조사 결과 평균 사용 시간은 하루에 약 2시간이었다. 하루라도 쓰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못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대부분 메신저 기능을 염두에 두고 답했다.

주부 정경숙 씨(59)는 “하루 종일 궁금할 것 같다. 실제 서버 오류로 사용할 수 없었을 때 소통이 안 돼 답답했다”고 대답했다. 초등학교 6학년 김도윤 군(13)은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했을 때 카카오톡이 없으면 너무 답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메신저 기능에 대해 12명 중 6명이 “대체 가능하다”고 답했다. 대학생 송지훈 씨(25)는 “편리하긴 하지만 대체 가능한 다른 메신저가 있기 때문에 필수는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신 12명 중 10명이 사회적으로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업계에서 일하는 최하연 씨(29)는 “다른 앱도 있지만 카카오톡이 시장을 선점했다”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원 이슬기 씨(37)는 “(카카오톡은) 대화와 메시지 전달을 넘어선 문화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기능이 대체 불가능할 만큼 독보적이진 않지만 많은 사람이 사용해서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카카오톡을 떠나기 힘든 이유가 또 있다. 생활의 기록이 모두 그 속에 들어서다. 최하연 씨는 휴대폰을 바꾸면서 긴장했다. 대화 내용이 모두 사라질까 걱정했다. 다행히 백업 기능이 있었다.

새 폰에서 ‘복원하기’를 눌렀더니 예전 대화와 사진이 1분도 안 돼 돌아왔다. “추억이 담긴 옛날 사진 중에 갤러리에 저장하기 민망한 건 나와의 채팅 기능으로 저장한다. 짧은 메모를 비롯해 내 생활의 대부분이 카카오톡에 있다.”

▲ 최하연 씨는 대화 기록이 사라질까봐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

이처럼 카카오톡은 복잡한 의미를 가진 플랫폼이다. 소통의 중심이면서, 일상의 저장소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공적으로 사용하기가 꺼려지지만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될 때가 있다.
 
직장인은 카카오톡과 가끔은 멀어지고 싶다고 말한다. 10대는 카카오톡보다 더 친밀한 메신저를 원한다. 카카오톡이 1위 메신저 자리를 지키려면 해결해야 할 두 과제다. 일면 상반돼 보인다.

카카오톡에는 다양한 개인정보가 담긴다.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 카카오스토리, D-DAY, 프로필 음악 등 나를 표현하는 정보가 많다.

프로필 사진은 자신을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최하연 씨는 “(프로필 사진 변경 시) 아무래도 회사나 거래처 사람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을 바꿀 때 ‘이건 회사 사람 보기 좀 그런데’라는 말을 많이 한다.”

대학 교직원 박선희 씨(29)는 프로필 사진을 1~3달에 한 번씩 바꿨지만 취업하고서는 6개월째 바꾸지 않는다. 직장 동료에게 개인 사진을 보이는 게 신경 쓰여서다. 반려동물 사진으로 프로필을 고정했다.

최하연 씨는 처음 연락하는 거래처와는 문자 메시지로 소통한다. 공적 연락과 사적 연락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최 씨는 “내가 읽었는지 고객사가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카카오톡을 꺼린다”고 말했다.

격식을 차릴 때도 카카오톡보다 문자메시지를 선호한다. 언론사에서 일하는 정재림 씨(34)는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에 대해 “‘안녕하십니까’와 ‘안녕하세요’처럼 느낌이 차이 난다. 문자 메시지가 훨씬 공적인 느낌이다”고 말했다.
 
직장인은 여러 이유로 업무에 카카오톡을 쓰길 꺼린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할 때가 많다. 워낙 많은 사람이 써서다. 사무직 김규현 씨(35)는 “다수가 동일한 플랫폼을 쓴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6명에게 물어봤더니 모두가 회사 업무에 카카오톡을 사용한다고 대답했다. 20대에서 40대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았다.

영업직 임주영 씨(43)는 카카오톡을 중요하게 여긴다. 직업 특성상 정보를 공유할 일이 많다. 카카오톡은 단체 채팅을 통해 정보를 쉽게 전달하고 상대가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하다.

박선희 씨(29)는 휴대폰의 기본전송기능보다 카카오톡이 편하다. 이슬기 씨는 보안을 위해 사용을 지양하라는 회사의 지침 이전까지 업무 파일 전송에 카카오톡을 활용했다. 지금도 가능하면 카카오톡을 쓴다.

▲ 일터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이슬기 씨

이 때문에 업무시간과 개인시간이 뒤섞이기도 한다. 설문에 답한 30대 직장인 3명 모두가 퇴근 후 카카오톡을 통해 업무지시를 받은 적 있었다. 정재림 씨는 “퇴근 후라도 메시지를 늦게 확인하면 신경 쓰인다. 업무시간이 아닌데도 업무연락에 얽매인다”고 말했다.

반면 10대는 다른 메신저를 사용하거나 카카오톡과 섞어 쓰는 경향이 나타났다. 11명 중 8명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했다.

페이스북 메신저의 두드러지는 장점은 ‘현활(현재 활동 중)’ 기능이다. 페이스북에 접속 중인 친구는 초록색 동그라미로 표시된다.

카카오톡과 비교했을 때의 장점을 묻자 고등학교 3학년 임재인 군(18)은 “누가 이 어플을 사용하는지 확인이 가능해서 바로 답장할 애들한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동갑내기인 이강현(18), 강민기 군(18)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10대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하면 친구와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현활 기능, 스토리 기능으로 친구와 실시간으로 접촉한다. 외국인, 모르는 사람과도 친구가 된다. 지나친 ‘연결’에 피로를 호소하는 직장인 응답자와는 정반대 성향이다.

청소년 중에 페이스북에 지친 이들도 있다. 고등학생 최광수 군(18)은 “페이스북에서 나의 오늘(당일 업로드 된 친구들의 게시물을 몰아서 볼 수 있는 기능)을 보느라 시간을 버리는 게 싫어서 카카오톡으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신민지 양(18)도 페이스북을 끊었다.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만 사용한다. 다이렉트 메시지는 다른 사람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보낼 수 있는 일대일 메시지다.

그래도 또래 사이에는 페이스북 메신저가 대세다. 고등학생 강민기 군과 김도연 양(18)은 “애들이 카카오톡을 잘 안 한다”고 말했다. 이해빈 양은 “친구들이 다 페이스북 메시지를 쓰는 추세라 가끔이라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 김보민 씨는 업무용과 개인용 휴대폰을 따로 쓴다.

일부는 업무용과 개인용 휴대폰을 구분해 쓰기도 한다. 중학교 교사 김보민 씨(27)가 그런 경우다. 사생활이 담긴 프로필 사진을 학생이나 학부모가 보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밤이나 주말에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받는 경우가 많아 핸드폰을 두 개 사용한다. 업무용 핸드폰에 카카오톡을 깔아두긴 했지만, 개인 시간을 보낼 때는 잘 안 보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응답자에게 카카오톡을 사용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다. 대부분 가족, 친구와의 기억을 꺼냈다. 삶에서 손꼽을 만큼 인상 깊은 순간에도, 평범한 일상에도 카카오톡이 함께였다.

박선희 씨는 “싸이월드가 정성스레 꾸민 일기장이었다면 카카오톡은 항상 내 곁에 두는 메모장 같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톡에서는 10대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진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10대의 카카오톡 이용시간은 2018년 4월 24억 분에서 2019년 4월 22억 분으로 줄었다.
카카오톡을 오랫동안 사용한 사용자라도 추억에 얽매이지만은 않는다. 10년 동안 이용한 박선희 씨는 “논문 쓸 때 집중한다고 지웠다 다시 깔았을 때 대화 내용이 사라졌다. 그런데 새 폰을 산 마냥 후련했고 아쉽지 않았다”고 했다.

 

 

 

 

권희은‧이준엽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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