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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중국혐오 실태 ① 에브리타임을 보니

기사승인 2020.06.21  11: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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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대학원생인 중국 학생 정등원 씨(26)는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착짱죽짱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착한 짱깨는 죽은 짱깨의 줄임말임을 나중에 알았다.

그는 한국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에브리타임에서 이런 표현을 보고 놀랐다. 평소에는 한국 학생이 중국 학생에게 호의적이고 친절하다고만 생각했다. 커뮤니티를 접한 뒤에는 행동을 최대한 조심하려 한다.

이화여대에 다니는 중국 학생 시가 씨(25)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에브리타임에서 중국 학생은 ‘민폐덩어리’나 ‘배제 1순위’ 등으로 표현됐다.

그제야 한국 학생이 자신을 멀리했던 이유를 납득했다. 새내기 시절, 자신을 포함해 중국 학생 3명이 조별과제를 하게 됐다. 한국 학생이 아무도 합류하지 않아서다. 에브리타임을 접한 후에는 조별과제를 할 때마다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고려대 대학원을 졸업한 매기 씨(27) 역시 에브리타임에서 짱깨와 짱꼴라 등 다양한 혐오표현을 접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지만 이런 내용을 보면서 상처받았다고 했다.

대학의 중국, 중국인, 중국 학생 혐오는 어느 정도일까. 전국 395개 대학에서 약 400만 명이 이용하는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취재팀이 들여다보기로 했던 이유다.

에브리타임은 익명게시가 가능하고 학교 인증을 거쳐야만 이용할 수 있다. 2019년 8월 1일부터 2020년 1월 31일까지 중국인 유학생 비율이 높은 수도권 10개 대학의 에브리타임 6개월 치를 전수조사했다.

중국을 키워드로 하는 모든 게시 글과 댓글 중에서 혐오표현을 가려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기준을 참고해 차별적 괴롭힘, 모욕, 증오선동, 편견 조장 등 4개로 잡았다. 이렇게 모은 혐오표현이 4621개였다.

지난해 11월 홍콩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면서 대학에서는 한국 학생과 중국 학생이 갈등을 빚었다. 고려대와 한양대에서는 대자보를 사이에 두고 몸싸움을 했다.

경희대에서는 포스트잇으로 홍콩지지 의사를 밝히는 한국 학생과 이를 비난하는 중국 학생 사이에 ‘포스트잇 전쟁’이 벌어졌다. 이런 시기에 중국 유학생을 언급하는 혐오표현이 크게 늘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중국 관련 이슈가 발발할 때마다 반복되고 심화됐다. 착짱죽짱이나 천안문과 같이 구호처럼 생성돼 만연해진 혐오표현은 현실로 옮겨졌다.

중국 학생을 향한 혐오는 어떻게 드러날까. 취합한 혐오표현 4621개를 키워드로 시각화하기 위해 워드클라우드 방식을 이용했다. 중국인을 일컫는 짱깨와 착짱죽짱이 가장 많이 나왔다.

▲ 혐오표현 워드클라우드

착짱죽짱은 천안문사태나 난징대학살 등 많은 사상자를 냈던 중국의 비극적 역사에서 착한 짱깨인 지식인은 다 죽었다는 의미다. 이 논리에 따르면 중국 학생은 모두 나쁜 짱깨, 즉 미개한 중국인이다.

‘다 싸그리 살처분이 답.’ 지난 11월 건국대 에브리타임. 한양대에서 중국인들이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대자보를 훼손했다는 기사를 어느 학생이 올리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바퀴벌레 새끼들답게 하는 짓도 딱 바퀴벌레 수준. 표현의 자유 같은 기본 권리도 없는 짱깨새끼들 의견은 들을 필요가 없음. 모조리 무시하고 짓밟아야 함.

마지막 댓글은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작성자는 본국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갈 중국 학생이 외국이라 잡혀갈 일이 없어 마음 놓고 발언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살처분의 근거도 워드클라우드에 나온다. 중국 학생이 미개하고 시끄럽고 공산체제 아래 있다는 점이다. 언급되는 조선족, 시진핑, 바퀴벌레도 같은 맥락이다.

한양대 건축공학과 서강토 씨(24)는 에브리타임에서 ‘중국인들 모아놓고 K-4 링크탄 7탄통 링크해서 풀로 땡기고 싶다’는 글을 작성했다. 서 씨는 중앙도서관에서 ‘미개한 중국인 학우’가 자신의 물건을 멋대로 치운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지내던 건물에서 중국인 특유의 시끄럽고 강한 어조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도 했다. 서 씨는 인터뷰 말미에 “당장이라도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총을 쏘고 싶은 마음”이라고 취재팀에게 말했다.

▲ 혐오피라미드(출처=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혐오는 다양한 표현으로 드러났다. ‘착해져라’, ‘파룬궁 당해라’, ‘난징 마렵다’, ‘천안문’이 대표적이다. 중국인이 대거 학살된 비극이 반복돼야 한다는 의미다. 죽으라는 의미의 증오선동이다.

부연설명 없이도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인이 죽거나 사라져야 한다는 의미로 ‘착’을 이해했다. 많은 댓글창에서 중국 학생을 향한 다양한 모욕이 ‘살처분’이나 ‘착’으로 끝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리포트를 작성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편견으로 시작한 혐오표현이 확산하면 차별행위로 이어지고 결국 증오범죄로 드러난다고 했다.

혐오표현의 해악은 개인적인 불쾌감을 넘어 고통과 사회적 배제로 이어진다. 혐오가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혐오의 피라미드’다. 에브리타임에서도 개인의 피해경험으로 시작한 편견이 차별과 폭력으로 나타났다.

 

 

 

 

김예원·노선웅·변은샘·이유진 기자 storyofseoul2017@gmail.com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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