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려면 꼭 참아야 될 게 있어요, 고통.” 축구선수 이동국 씨의 딸 이설아 양(8)이 유튜브 채널 <DAEBAK FAMily [대박패밀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쌍둥이 이수아(8) 양도 같은 채널에서 “화장을 좀 하고 다녀야겠어요”라고 말한 뒤 립글로스를 능숙하게 발랐다.

최근 키즈 유튜버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은 콘텐츠가 있다. 뷰티. 유아용 립글로스나 파운데이션으로 화장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의상을 입는 식이다. 뷰티 콘텐츠는 20~30대 여성 유튜버가 주로 다뤘지만 최근에는 어린이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주 나온다.

키즈 유튜버의 뷰티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인기가 많다. 이런 영상 10개를 무작위로 골라서 확인했더니 평균 조회 수가 1200만 회를 넘었다.

<보람튜브 브이로그> 채널을 보자. 두터운 어린이 팬층을 보유해 구독자가 2240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올라온 ‘보람이의 화장가방 장난감 메이크업 놀이’는 조회 수가 3600만을 넘었다.

▲ 키즈 유튜버 채널의 뷰티 콘텐츠

11번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어린이 화장품 거래액은 2015년보다 약 7배 늘었다. 특히 2018년 거래액은 1년 전의 2배 이상이어서 최근 4년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화장에 대한 아동의 관심이 화장품 산업에 반영됐다는 뜻이다.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는 자녀가 이런 콘텐츠에 계속 노출되면 외모지상주의에 빠질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여성이 화장하고 외모를 예쁘게 가꾸는 모습을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다는 말이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장하나 사무국장은 “2차 성징이 나타나기도 전에 자녀에게 드레스를 입히고 메이크업을 받게 하면 어릴 때부터 성 역할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년 시절부터 뷰티 콘텐츠에 노출되면 성장 과정에서 자아존중감이 낮아질지 모른다. 키즈 유튜버가 생산하는 뷰티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 그렇지 못한 아동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뜻.

▲ 11번가 어린이용 메이크업 박스 판매글(출처=11번가 홈페이지)

대박패밀리 영상에서 수아 양은 설아 양과 비교하며 “설아는 어떻게 그렇게 뼈만 있냐고요. 제가 그렇게 뚱뚱해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생 강예진 씨(23)는 “아이들이 행복해야 할 시기에 외적인 모습에 불만을 갖고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설아 양이 등장한 뷰티 콘텐츠에는 ‘SEXY’ 등의 자막이 나오거나 카메라 앵글에 아동의 입술이 부각되기도 한다. 키즈 유튜버의 뷰티 콘텐츠가 아동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6년 발간한 ‘매체별 광고 규제체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SA)는 아동보호에 대한 지침을 보완하기 위해 16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적 표현이 담긴 방송 광고를 금지한다. 방송이 아닌 대중매체 광고에까지 적용되는 규정이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미국에서는 아동 성 상품화에 대한 경각심이 강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영상이 우후죽순 생겨도 제재할 법안이 없다”며 “아동 성 상품화 콘텐츠가 아동 학대나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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