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지망생의 글을 읽으면 공통점이 보인다. 서론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본론에서 뉴스를 요약하며, 결론에서 유명인의 말로 정리하는 식이다. 유명인의 말을 서론에서 언급하고 결론에서 다시 소개하는 유형도 있다.

오늘은 인용에 대해서 설명한다. 뉴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용은 논술에 꼭 필요하다. 뉴스에서 인용은 객관성을 입증하는 장치다.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를 직접 또는 간접인용의 형식으로 반영하여 기자가 아니라 취재원의 이야기임을 드러낸다.

취재원의 이야기임을 드러낸다고 뉴스가 완벽하게 객관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언론이 취재원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편향성(bias)이 개입하므로 취재원이 제공하는 정보를 담은 뉴스 역시 편향성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저널리즘 비평이 아니라 논술강화이므로 뉴스의 객관성은 더 논의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언론이 기자의 말만으로 뉴스를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자가 목격한 사실은 제한적이므로 취재원이 제공하는 정보를 재구성하여 뉴스를 완성한다.

기자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뉴스를 만들 듯이, 기자 지망생은 스스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논술을 써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찾아서 사안을 정리해야 글의 수준이 높아진다.

언론사 수습기자 필기시험에서 기본소득이 논술주제로 나왔다. 기자 지망생의 글에서 마지막 단락을 보자.

<추경만 해도 성장은 없고 돈 뿌리기만 잇는 소모적 지출이라는 비판이 계속 나온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건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려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부캐넌은 정치인들이 표를 위해 대안이 부재한 채 복지지출을 늘리려하는 이러한 행동을 ‘적자민주주의’라고 부르며 경계를 요청했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사람이 먼저라며 등장한 정부 아닌가.>

제임스 부캐넌을 인용하고 적자 민주주의 개념을 소개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권위를 활용해서 기자 지망생이 자기주장을 강화하려고 했다.

시도 자체는 좋다. 문제는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찾다가 적자 민주주의 개념을 알고 정리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의 칼럼을 보자. 제목은 ‘복지와 증세의 정치학’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 중에 제임스 부캐넌이란 학자가 있다. 그의 대표작이 “민주주의는 재정 적자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는 ‘적자 민주주의’란 책이다. 민주주의 아래에서 정치인은 장기적으로 나라가 어찌되건 자신의 재선 가능성을 극대화하려고 행동하게 되어 있는데 복지 등 정부 지출은 인기가 있는 반면에 세금은 인기가 없기 때문에 지출은 늘리고 세금은 줄이려 하며 그 결과 적자가 누적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쉬운 말로, 민주주의는 나쁜 의미의 포퓰리즘으로 흘러 재정 적자를 누적시킨다는 것이다. 증세 문제를 피해가는 기본소득이나 복지 확대 논쟁은 정확히 부캐넌이 우려한 ‘적자 민주주의’로 나갈 수밖에 없다.>

손 교수의 글은 한국일보 6월 15일자에 실렸다. 여기에 나온 학자의 이름(제임스 부캐넌)과 개념(적자 민주주의)을 기자 지망생이 6월 21일 필기시험에서 활용했다.

유명한 학자의 주장을 논술에 놓으면 좋다. 하지만 서론과 본론에 나오지 않는 이론이나 개념을 결론에서만 인용하면 글이 엉성하다. 서론과 본론, 본론과 결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논술에서는 인용이 인용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유명한 정치인과 학자의 말을 문장 하나, 단락 하나에서 일회성으로 쓰는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

기자 지망생의 노력을 입증하는 장치로 인용을 활용하도록 권한다.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찾은 내용임을 서론에서 살짝 보여주고, 본론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결론에서 인상적으로 정리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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