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와이파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 서비스다. 비싼 데이터 요금에 대한 국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문제는 불편하다는 점이다. 접속하면 연결이 계속되지 않거나 신호가 불안정하고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쉽게 알 수 없다.

대학생 박지원 씨(24)는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지도 어플로 길을 찾기 위해 공공 와이파이에 접속했다가 얼마 못가 LTE 데이터를 사용했다. 약 2분 만에 연결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와이파이 구역인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자영업자 최모 씨(40)는 서초문화예술공원에서 공공 와이파이에 접속했지만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같은 날 최 씨는 공공 와이파이 표식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그는 “굳이 세금이 저런 곳에 쓰여야 하나. 관리가 잘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것 같아 게시물을 올렸다”고 말했다.

▲ 최 씨의 SNS 게시물

대학 신입생 김재원 군(19)은 “요금제 때문에 공공 와이파이를 찾아다니면서 쓰는데 ‘다음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안내문구가 뜰 때가 많다”며 “신호가 빵빵한데도 잘 안 될 때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다영 씨(26)는 “출퇴근할 때 타는 버스에서만 쓰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고 했다. 길거리와 달리 버스는 공간이 협소해서 그나마 잘 터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없애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올해부터 ‘와이파이6’ 장비(AP) 위주로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하기로 했다. ‘와이파이5’보다 4배 빠르고 전파 간섭의 영향을 덜 받는다. 2022년까지 518억 원을 투입한다.

서울시 역시 와이파이6를 도입해 이르면 8월 말부터 제공하기로 했다. 2022년까지 900억 원가량을 들여 공공생활권 전역을 무료 와이파이 존(zone)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와이파이 AP의 내구연한은 통상 6년 이상이라 이미 구축된 공공 와이파이 품질이 당장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서울 시내 공공 와이파이 AP 1만4192대(버스 등 대중교통 제외) 중 7077대는 2016~2019년에 설치됐다.

서울시 공공와이파이팀 관계자는 “와이파이를 전부 교체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내구연한이 지나지 않은 AP는 유지‧보수하면서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와이파이6 역시 이동하며 사용하는데 불편이 예상된다. 과기부는 정보공개청구 답변에서 “이동 중에도 끊김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와이파이를 촘촘하게 구축하고 핸드오버(끊김 없이 서비스하는 기술) 기능을 적용해야 하지만 무료 서비스라서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 연결이 되지 않는 공공 와이파이

홍보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일부 시민은 공공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는 곳에 있지만 몰라서 사용하지 못한다. 공공 와이파이 AP가 설치된 곳에 가야 표식을 찾을 수 있다. 보통 2.5m 높이여서 알기 힘들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 산책로에서 만난 박수정 씨(80)는 “무료 와이파이를 자주 이용하는데도 (이곳이 공공 와이파이 존인 줄) 몰랐다”며 “지금도 데이터를 쓰고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공공 와이파이 존인 탑골공원 앞에서 만난 양승덕 씨(78) 역시 “밖에서는 (와이파이가 안 터지니까) 인터넷을 잘 안 쓴다”며 “무료 와이파이가 되는 곳인 줄 알았다면 자주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와이파이 존을 검색하도록 만든 ‘공공와이파이(Public WiFi)’ 사이트와 어플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정부가 2012~2018년 구축한 공공 와이파이 위치만 제공한다.

사이트를 관리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지자체가 구축한 공공 와이파이 위치도 표시하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공공 와이파이 검색 결과

이용하려면 정확한 장소를 입력해야 한다. 청계천의 공공 와이파이는 ‘관철동 거리’라고 검색해야 나온다. 청계천이나 종각 등 큰 단위의 장소를 입력하면 ‘검색된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안내창이 뜬다.

탑골공원 인근의 공공 와이파이는 ‘종로1234가동주민센터’라고 검색해야 나온다. 탑골공원이나 종로2가로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 이용자는 GPS 위치 기반 서비스로 ‘내 주변 검색’을 하는 게 최선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키워드 검색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용자가 적어서 실제로 개선될지는 확실하지 않다다. 어플 서비스를 시작한 2020년 2월부터 7월까지 누적 다운로드는 3697건이다.

일각에서는 국가 주도의 공공 와이파이 확충이 낭비라고 지적한다. 김도훈 경희대 교수(경영학과)는 “데이터 등 네트워크 자원은 공공적 성격을 갖지만 공공재는 아니다”며 “사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만으로도 공공성이나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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